[성광진의 교육 통(痛)] (사)대전교육연구소장

최근 우수교육청 달성에 기여한 공무원에 대한 성과 보상으로 대전시교육청 소속 공무원 36명이 일본 홋카이도로 공무국외연수를 다녀온다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되었다. 주로 본청 소속 이들의 여행에는 5,200여만원의 예산을 소요된다. 이에 대해 국민의 혈세로 낭비 관광이냐는 비판에 직면하자, 시교육청은 연례적으로 해오던 통상적 국외여행으로 문제 삼는 게 오히려 이상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성광진 (사)대전교육연구소장
그러나 9월 5~8일 3박4일 간의 일정을 보면 ‘하코다테산, 베이지역, 오타루 운하, 삿포로 야경 체험, 시계탑, 구청사, 오도리공원’ 등의 문화탐방이 나흘 내내 이어지고 ‘하코다테 혜산중학교, 북해도 교육위원회, 홋카이도 대학’ 방문이 공식일정이다. 목적이 분명치 않은 그야말로 이상한 연수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사실 공무원 사회에서 성과 보상의 의미로 국외여행을 보내주는 것이 관행처럼 되어 있다. 그동안 교육감에서부터 교사와 행정직에 이르기까지 국외 연수라는 명목으로 예산을 사용하는 것을 당연한 것처럼 여겨 왔다.

공무국외연수 주마간산 격으로 관련 단체나 시설·관광지 방문 대부분

대부분의 공무국외연수는 주마간산 격으로 관련 단체나 시설 또는 관광지를 방문하는 것이 대부분으로 어떤 것을 배우고 익히기보다는 포상의 의미가 많다. 교육청의 사업에 적극적으로 호응하거나 실적이 좋은 공무원들에게 며칠 해외여행을 다녀오고 보고서를 쓰라는 식이다. 그 보고서들이 우리 교육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는 당사자들도 아마 쑥스러울 것이다. 길어야 10여일에 불과한 여행 기간에 어떤 내용으로 무엇을 공부하고 수련했겠는가? 그들이 보고한 것들은 인터넷 검색으로도 가능한 내용들이다.

최근 시교육청에 공개된 공무국외여행보고서를 보면 이들의 여행에 국가가 돈을 들여 보내야할 만큼 가치가 있는 것인지 의문이다. 지난 16~19일 3박 4일간 시교육청 소속 장학관, 장학사 4명과 교사 등 8명이 러시아 연해주를 공무 여행을 했다. 이들은 연수 목적으로 ‘애국선열과 동포들의 삶의 흔적을 확인하는 생생한 역사 체험 기회 제공하고, 박물관 견학 및 특강을 통한 국외 독립운동에 대한 바른 역사인식 확산’을 밝혔지만 내용을 살펴보면 굳이 천만 원 가까운 세금을 들여 다녀와야 할 여행은 아니었다.

과연 이들의 역사 인식이 고조되었는지도 의문이거니와 또 그것이 얼마나 대전교육에 도움이 되는지도 의문이다. 또 교사들의 외국 역사현장답사 보고서를 보면 관광지 탐방으로 보이는 서너 장짜리 내용으로 부실하다 못해 성의가 없는 것도 많다.

포상적 의미의 공무원국외연수 이제 없어져야 할 관행

포상적 의미의 공무원 국외 연수는 이제 없어져야 할 관행이다. 세금으로 해외여행을 하는 것을 포장하여 연수라 하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다. 해외에 나가서 여기저기 살펴보는 것은 별로 의미가 없다. 지금은 인터넷으로 관련 자료를 얼마든지 받아볼 수 있고 굳이 현장을 방문하지 않아도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길이 많다. 교육 분야에 필요한 연구나 연수가 있다면 실시계획에 따라 기간을 설정하고 오로지 연구와 연수만 하고 돌아오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 돌아와서 그 내용으로 우리 교육에 기여하고 확산할 수 있는 방안까지 마련해야 한다.

지금 공무원들이 해외여행으로 세금을 써 대는 것은 국민들에게 위화감이 클 뿐 아니라 동료 직원들의 눈도 결코 호의적이지 않다. 그들이 해외에서 여행으로 즐거운 시간을 보낼 때 그 빈자리를 메꾸어주어야 하는 동료들의 속이 좋을 리가 없다. 공무여행에 자주 뽑혀 다니는 공무원들이 일반적으로 더 성실하다고는 말할 수 없다. 그런 혜택에 눈을 돌리지 않고 그늘에서 묵묵하게 일하는 공무원들이 훨씬 더 많다.

우수교육청 달성에 기여한 공무원에 대한 성과 보상이라지만 교육청을 우수하게 만들기 위해 성실하게 일한 대다수 공무원들은 몇 명 소수에게 돌아간 보상에 대해 상대적인 박탈감을 가질 수 있다. 사실 따져 보면 교육청을 우수하게 만든 그 많은 사업의 실적 초과 달성이 현장에서는 교육에 도움이 안 되는 잡무일 뿐이란 사실도 알아야 한다.

공무원 해외여행 휴가기간에 본인 부담으로 다녀와야

해외여행이 대중화되어 누구나 쉽게 가는 것 같지만 아직도 서민들에게는 그림의 떡인 경우가 많다. 최근 빈부격차가 부쩍 심해진 가운데, 소득 하위 계층에 속하는 절반의 국민들에게 해외여행은 부럽기만 할 뿐이다.

“공무원들은 좋겠어. 내가 낸 세금으로 해외여행이니 다니고. 국민들은 뼈 빠지게 일해도 먹고 살기 힘들다고 아우성인데…. 근무도 팽개치고 해외로 놀러 다니고…. 그러니 공무원 되려고 난리잖아.”

이렇게 빈정대는 사람 앞에서 할 말이 없다. 해외여행은 이제 휴가기간에 자신의 부담으로 다녀오자. 국민의 신뢰와 사랑을 받는 공무원 사회가 되기 위해서 세금으로 소수가 벌이는 해외여행 파티를 이제는 완전히 없애버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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