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대표 경선에 지난 대선후보였던 안철수 전 대표도 출마하기로 했다. 출마를 포기하라는 지적에 “그건 정계 은퇴하라는 말과 같다”며 일축했다고 한다. 잘못된 결정이다. 대선 과정에 있었던 녹음파일 조작 사건은 당의 존폐 여부가 걸릴 만큼 중대한 사안이다. 검찰 수사가 일단락되었으나 실무 책임자는 물론 고위 간부까지 구속됐다. 안 전 대표가 몰랐다고 하더라도 책임지지 않을 수 없다.

안 전 대표는 다시 당권을 쥐지 않으면 자신의 정치적 위상이 불안해진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임박해오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뒷방에 물러나 있다간 앞날이 불투명해질 수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어떻게든 당권을 쥐고 있어야 한다는 조바심 같은 게 있어 보인다. 물론 그의 궁극적 목표는 다음 대권이다.

안 대표 주변에는 ‘현실 정치’나 ‘권력의지’같은 말로 출마를 권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책임 정치’는 책에서나 있는 말이지 현실에선 그게 아니라는 훈수도 없지 않을 것이다. 그는 민주당에 들어갈 때도 나올 때도 이런 구식 모델을 따르면서 새정치는 보여주지 못했다. 대선 패배도 근본 원인은 거기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구식으로 가기로 작정한 듯하다.

잘못이다. 우리 국민들을 질리게 하는 것 중 하나가 책임지지 않고 끝까지 뻔뻔하게 버티는 무책임 정치다. 안 대표의 출마는 자신이 그토록 개혁을 외치던 구태정치 안으로 더 깊이 빠져 들어가는 것이다. 과거에도 이 정도의 사안이면 최고 책임자에 있던 사람이 낯두껍게 당대표에 나서겠다고 얘기하진 않는다.

구식 정치가 먹히기는 듯한 정치인들도 없지는 않다. 때론 목청을 높이며 뻔뻔하게 나오는 방식이 현실정치인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안 대표에겐 맞지 않는 방법이다. 안 전 대표는 자신의 본래 모습을 되찾아야 미래가 있다. 그런데 자꾸 구태 정치로만 더 빠져 들어가고 있다. 안 대표는 좀 멀리 보고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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