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열의 세계 속으로] <32>

사이판, 마나가하 지도.
사이판의 마이크로 비치에서 서북쪽으로 약2.5㎞ 떨어진 마나가하(Managaha) 섬은 사이판여행의 필수 코스라고 할 정도로 거의 모든 사이판 여행객들이 찾아가는 곳이다. 마나가하란 ‘잠시 쉬어가는 곳’이라는 의미라고 하는데, 마나가하 섬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해군기지와 군함이 기항하고 있어서 ‘군함 섬’이라고도 한다. 마나가하 섬은 사이판보다 태평양에 노출되어 있어서 군함 등이 정박하기에 알맞았던 것 같다.

정승열 한국공무원문학협회 회장

사이판에서 페리로 약 20분 남짓 떨어진 마나가하 섬은 매일 수많은 관광객들이 찾아가는 관광지이지만, 상주하는 주민이 없는 무인도여서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페리가 운행하고 있다(북마리아제도의 일반현황에 대하여서는 2017. 07. 14. 사이판(1) 참조). 

페리는 국내 연안 여객선에서는 찾아볼 수 없을 만큼 깨끗했으며, 땡볕이 내려쬐는 8월인데도 이런 날씨에 익숙한 탓인지 선원들의 명랑하고 여유 있는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게다가 페리를 타고 마나가하 섬으로 가는 동안 투명유리로 된 배의 밑창을 통해서 2차 대전당시 격추된 일본군 전투기며 침몰선의 잔해들이 이제는 열대어들의 놀이터가 되어 전쟁의 잔흔은 물론 형형색색의 산호초를 구경할 수 있은 것은 덤이었다.

하늘에서 본 사이판과 마나가하(사이판관광청 홈페이지)
참고로 사이판 등 북마리아나 제도의 섬들은 매우 작을 뿐만 아니라 곳곳에 한글 안내서, 한국음식점, 교포가 운영하는 여행사들이 많아서 특별히 여행가이드나 패키지가 아니더라도 가족여행이나 자유여행을 즐길 수 있을 만큼 편리하다. 다만, 마나가하 섬을 관광하려면 사이판의 가라판 거리에 있는 피에스타 리조트(Piesta Resort)에 사무실이 있는 타시투어(Tasi Tour)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마나가하섬과 방조제.
일본계 회사인 타시투어는 무인도인 마나가하 섬을 통째로 장기 임대하여 운영하면서 여행객이 사이판~ 마나가하 페리의 왕복 탑승료 30달러만 지불하면, 페리 탑승 이외에 마나가하 섬에서 해수욕에 필요한 비치파라솔, 구명조끼, 오리발, 튜브 등을 무료 제공한다. 물론 바다 속의 열대어들과 어울릴 수 있도록 참치 캔 같은 물고기 먹이를 5달러를 주고 한개 사는 것은 별도다. 마나가하 섬에는 레스토랑이 있지만, 많은 해수욕객들의 수요를 감당하지 못할 뿐 아니라 값도 터무니없이 비싸서 대부분 사이판에서 도시락, 음료수 등을 준비해서 간다. 
해수욕장 입구.
마나가하 섬은 둘레가 약1.5㎞정도여서 도보로 약 20분이면 한 바퀴를 돌아볼 수 있을 만큼 작고, 전체적인 분위기는 마치 어느 일본인의 개인 별장처럼 아주 깔끔했다. 페리에서 내린 뒤 선착장에서 반대쪽으로 걸어가면 해수욕장인데, 사실 마나가하 섬의 모래사장은 그다지 넓지도 않고 대부분 날카로운 산호초 조각들이어서 부드러운 모래사장이 펼쳐진 해운대해수욕장이나 만리포, 대천해수욕장 등을 생각하면 몹시 옹색하고 불편하기까지 하다.

마나가하 해변
바다 속이 온통 산호초인 마나가하 섬에서 해수욕객들은 산호초에 발을 다칠 염려가 있어서 샌들이나 가벼운 운동화를 신어야 하는 불편이 있다. 우리는 출국하기 전에 미리 샌들, 수영복과 물안경 등을 준비해 갔지만, 미국인이나 일본인들은 이런 소소한 물품 이외에 산소통이며 오리발 같은 중장비(?)로 무장하고 와서 은근히 놀랐다.

산호초 바다.
따라서 그들은 우리보다 훨씬 더 깊은 바다속 구경을 하고, 또 오랫동안 물놀이를 하는 것이 부러웠다. 그나마 퉁소만한 비닐 파이프를 입에 물고 바다 속에서 잠수하는 것은 익숙하지 못해서인지 잘 되지 않았지만, 잔잔하면서 깨끗한 바다 속에서 진기한 산호초, 그리고 그 바다 속을 헤엄치는 형형색색의 열대어들과 함께 보낸 한나절은 평생 기억될 것 같다.

화산 폭발로 형성된 화산 봉우리가 바다 위로 드러낸 것이 사이판, 마나가하 섬들이어서 섬 주변에는 산호초가 많고, 또 작은 열대어들이 커다란 물고기들을 피해서 산호초 주변에 모여 살고 있어서 해수욕객들은 무릎도 잠기지 않는 얕은 바다 속에서 형형색색의 열대어를 볼 수 있다. 맑고 투명한 에메랄드 빛 바닷물과 수심이 2m도 채 되지 않는 얕은 바다 속에서 수많은 산호초와 그 사이를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있는 형형색색의 열대어들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은 참치 캔 같은 먹이를 집어서 손바닥에 올려놓으면, 아름다운 열대어들이 몰려드는 모습은 실감나지 않는 현실이었다.

열대어.
그런데, 넓은 태평양에 내려쬐는 적도 부근의 뜨거운 태양열에 어린이들은 물론 어른들도 아무리 선탠이자 자외선 차단제를 발라도 화상을 입을 염려가 많아서 잠깐씩 물에서 나와 비치파라솔이나 나무 그늘에서 휴식을 취했다가 다시 물에 들어가야만 한다. 그리고 만일 마나가하에서 바다 속 산호초와 어울린 예쁜 형형색색의 열대어들과 노는 멋진 장면을 남기고 싶다면, 미리 방수 카메라를 챙겨 가는 것도 좋다.

연안 대부분이 오염된 국내에서는 제주도나 울릉도 같은 먼 섬으로 나가야 깨끗한 바다를 볼 수 있지만, 사이판 주변의 바다는 깨끗하고 투명한 것이 푸르다 못해 에메랄드빛이어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정화되고 포만감을 느낄 정도였다. 마나가하 섬은 최근에는 바나나 보트며 패러글라이딩 등 다양한 놀이기구를 설치해서 관광객을 불러들이고 있지만, 태국 파타야에서 가까운 산호섬만큼 다양한 놀이시설은 없다.

마나가하 섬
사실 마나가하 섬에서는 맑고 깨끗한 바다와 열대어를 볼 수 있는 환상적인 해수욕과 해양스포츠 시설이 전부인데, 사이판으로 귀환하는 페리도 일찍 끊겨서 오래 머물 수도 없다. 우리가 오전에 마나가하 섬으로 가는 페리를 탈 때 스냅 사진사들이 여행객들의 사진을 잇달아 찍더니, 마나가하에서 사이판으로 돌아오는 선착장에서는 그 사진을 크게 인화해서 팔고 있었다. 또, 사진을 접시에 인화해서 팔기도 했는데, 우리도 기념으로 각각 한 개씩 샀다.

숙소로 돌아오니 마나가하 섬에서는 바다와 산호초, 열대어를 보고 즐기느라 미처 느끼지 못했던 피곤이 한꺼번에 밀려와서 마치 중노동을 한 사람처럼 녹초가 되었다. 게다가 겨우 한나절 동안의 해수욕이었는데도, 피부는 온통 흑인처럼 그슬렸다. 그래도 호텔 앞마당에 긴 타원형으로 만들어서 귀하디귀한(?) 빗물을 저장해서 제공하는 민물 수영장에서 몇 번이고 자유 수영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한 조치는 매우 흡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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