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눈] 공공의 역할, 다시 고민해야

박근혜 정부 시절인 지난 2015년 발표된 제2경부고속도로 노선 계획안. 자료사진.

민간투자사업으로 추진할 예정인 서울~세종 고속도로 건설계획을 문재인 정부가 공공사업으로 전환시켰다. GS건설이 안성~세종 구간을 맡기로 하는 등 일찌감치 사업방식이 확정된 대규모 SOC사업을 재정사업으로 전환시켰다는 점에서 크게 주목받고 있다. 

한번 결정된 사업방향을 좀처럼 변경하기 어려운 ‘행정의 관성’을 고려할 때 “극히 이례적이고 놀랍다”는 반응이 흘러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다만 총사업비 7조 5000억 원대 사업에 걸린 건설업계의 이해관계를 어떻게 조정할 수 있을지가 남은 과제로 떠올랐다. 

벌써부터 “정권 입맛에 맞게 정책이 이렇게 오락가락해서야 되겠느냐”는 이야기부터 “대형 SOC투자를 지양하겠다는 문재인 정부 방침에 위배되는 것 아니냐”는 건설업계의 볼멘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그러나 무성한 뒷말에도 불구하고 “공사기간을 줄일 수 있고, 국민이 부담해야 할 통행료를 낮출 수 있다”는 국토교통부 설명에 뚜렷하게 이견을 제시하는 목소리는 없다. ‘교통 공공성을 강화하겠다’는 명분을 뛰어넘을 만한 반대논리가 존재하기 어려운 까닭이다. 

이처럼 ‘공공성 강화’는 이명박-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를 구분하는 중요한 경계선이 되고 있다. 교과서에서 배우던 ‘야경국가와 복지국가의 차이’만큼이나 극명하게 대조를 이루는 장면이다. 

그러나 시야를 대전시로 돌리면 그 경계선은 여지없이 허물어진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시장이 추진했거나 추진하고 있는 시책 대부분은 ‘공공성 강화’와 거리가 먼 것들뿐이다. 오히려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일관되게 추진해 왔던 ‘민간투자 유치’가 공공정책으로 포장돼 시민들을 호도하고 있다. 

대표적 공공재인 상수도에 민간자본을 끌어들여 고도정수처리를 하겠다는 시책은 ‘시민들에게 더 좋은 물을 공급하겠다’는 공공정책으로 포장된 바 있다. 시민사회의 반발에 부딪혀 좌절되긴 했지만, 이 시책의 입안자들은 아직도 “더 좋은 물을, 더 빠르게 공급할 수 있었는데 일부 반대론자들 때문에 일을 추진하지 못했다”며 적의(敵意)를 표현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아직 심각하게 공론화되진 않았지만, 하수처리장 이전 문제 역시 같은 방식의 민간투자방식이 추진되고 있다. 8000억 원 이상의 민간자본 투입 이후, 시민들이 얻게 될 편익과 짊어져야할 대가에 대한 정확한 정보조차 공유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적격성 심사를 끝마치고 난 뒤에 이 사업은 ‘반드시 추진해야 할 당위’가 되어 시민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이미 돌이키기 어려울 정도로 추진된 갑천 친수구역사업 역시 같은 맥락의 논란이 존재했다. 지방공기업인 대전도시공사가 주택 공급사업 상당부분을 도맡아 주거공공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대전시는 친수구역 사업을 통한 도시공사의 적자폭이 크지 않다며 핵심필지를 민간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도시공원 특례사업도 마찬가지다. 막대한 재정이 든다는 이유로 민간에 도시공원 건설을 맡기고, 그들의 이윤보장을 위해 전체 공원조성 면적의 30%를 사실상 아파트로 건설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행정절차가 진행 중이다. 시민사회는 물론 대전시 심의기구인 도시공원위원회 반발에 부딪혀 있지만, 대전시는 전혀 물러날 생각이 없어 보인다. 

대전시가 여러 분야에서 민투사업을 추진하면서 늘 비슷한 논리를 펴왔다는 점에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바로 ‘자기부정’이다. ‘전국에서 가장 좋은 수돗물’이라는 주장을 일거에 부정하며 ‘고도정수처리를 해야 한다’는 당위를 만들어냈고, 산하 공기업인 대전도시공사의 요구를 부정하며 민간토지매각을 결정했으며, 공원조성에 대한 정부의 1차적 역할을 부정하면서까지 민간공원 조성에 매달리고 있다.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누려야할 권리인 주거권, 이동권, 건강권, 행복추구권 등 기본적 권리에 대해 국가와 지방정부가 자기 역할을 부정한다면, 어떤 결과가 초래될까.  

문재인 정부가 지난 정권에서 확정된 서울~세종 고속도로 민자사업을 공공사업으로 되돌린 것에 대해 여러 뒷말이 나오고 있지만, 국가가 해야 할 역할을 제대로 하겠다는 측면에서 충분히 박수 받을만하다. 대전시도 마찬가지다. 자기부정에 앞서 자기역할을 고민하는 것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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