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광진의 교육 통(痛)] (사)대전교육연구소장

“정치? 야! 어린애가 왜 그런 것에 관심을 갖냐. 그런 것은 정치인끼리 알아서 하라고 해!” 청소년 시절에 신문에 나온 정치적인 사안에 대해 물어보면 어른들에게 심심치 않게 듣는 말이었다. 정치라는 말에 담긴 느낌은 긍정적이라기보다는 부정적이다. 사람 앞에 ‘정치적’이란 꾸밈말을 붙이면 ‘처세에만 능해서 비윤리적인 인물’이라는 부정적 느낌을 준다. 이런 말에 드러나듯 많은 이들이 정치에 대해 혐오감을 갖고 있다.

정치라 하면 우선적으로 떠오르는 것은 선거와 관련된 과거의 부정적인 추억들이다. 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막걸리 선거라 하여 입후보자들이 금품으로 선거권자의 마음을 사려는 것이 일반적이었고 그러한 선거문화에 치를 떨어서인지 그 시절을 겪은 기성세대는 정치를 불신하고 심지어 혐오하는 지경에 이른다. 그리고 의회에서의 여·야당 간에 빚어지는 신물 나는 갈등과 싸움을 지켜보면 명확한 판단보다는 정치에 대해 무관심이 차라리 낫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북유럽 나라들 정당마다 청소년 교육과정 운영

성광진 (사)대전교육연구소장
사실 정치에 대한 혐오현상은 유신독재시절에 절차적 민주주의 형식인 선거의 폐해와 국회에서의 여·야당 간의 갈등을 부각시켜 부추긴 면이 많았다. 정치에 대한 무관심이 독재체제를 유지하는 데 더 유리하였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학교에서도 정치에 대해 제대로 가르친 적이 없었다.

그러나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정치는 사회 구성원들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정하거나 통제하고 국가의 목적과 정책을 실현시키는 일’로 정의하고 있다. 이 내용대로라면 우리의 삶에서 이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 정치가 우리의 현재를 이끌어가고 있고 미래를 규정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의 삶에서 정치가 사실상 단 하루도 멀리 떨어져 있던 적은 없다. 아무리 정치에 무관심하고 혐오하더라도 결국 정치는 어떤 형태로든 우리의 삶에 관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중요한 정치가 정작 학교에서는 무시되고 있다. 학교는 정치적 중립지대를 표방하고 있지만 사실상 그들도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정치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당이다. 지금도 여러 정당이 있지만 정작 이 정당들의 차이점이나 그 구조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는 사람을 찾기기 힘들다. 정당이 있어야 정치가 만들어진다. 어떠한 정당이 집권하여 어떠한 정책을 집행하고 있느냐는 그 사회의 진로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특히 각 정당이 어떠한 색깔을 갖고 있으며 우리 사회의 나아가야할 방향과 지표를 어떻게 설정하고 있는지에 대해 알아야 한다.

우리보다 정치 수준이 높다고 할 수 있는 북유럽의 여러 나라에서는 정당마다 청소년 교육과정을 갖고 있으며, 방학이면 정당들이 청소년 캠프를 운영한다고 한다. 왜냐하면 정치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정당에 국민들이 광범위하게 참여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당이 발전하려면 자발적으로 당비를 내는 당원이 중심이 되어 운영되어야 한다. 그래야 불법적인 정치자금으로부터도 해방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청소년시기에 정치에 대해 가르쳐야 한다. 우리도 창의적 체험활동의 하나로 각 정당이 프로그램을 만들어 자신들이 어떤 정책을 갖고 어떤 가치를 추구하고 있는지를 알려주면 좋겠다.

청소년시기 바람직한 정치문화 제대로 가르쳐야

건실한 당원이 많은 정당이 결국 실력을 키워 정치적 영향력을 만들어 갈 것이고 그것이 정치를 더욱 발전시키는 밑거름이 된다. 학생들에게 특정 이념과 정치사상을 주입시킬 것이라며 반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의 미래인 학생들이기에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 정당들이 학생들을 유치하여 자신들의 이념과 정치사상을 알려주는 것이 무엇 때문에 두려운가? 국민들이 자신들의 정당에 대해 모르는 것이 유리하다고 믿는 썩은 정당이 아니고서야 거리낄 것이 없다. 

우리 국민들이 청소년시기부터 정치에 눈을 떠서 정당에 참여하고 후원해서 건전한 정당이 되고 정치문화가 발전할 수 있도록 했으면 한다. 정당이 건전해야 정치 문화가 건실하고 나라가 발전할 수 있다. 후진적인 정치문화를 갖고 있는 나라는 아무리 좋은 자원을 갖고 있어도 결국 퇴보하거나 망가지게 마련이다. 나라의 정치를 한 단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바람직한 정치문화가 필요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청소년시기에 정치를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 그래서 정치라는 말이 불신과 혐오의 말이 아니라 우리 사회를 조화롭게 발전시켜 나가는 의미에 어긋나지 않는 말이 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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