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어떤 모임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발탁된 정치인 A씨의 ‘선거운동 지원방식’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 A씨는 충청권 인사는 아니다. 화제가 문재인 정부의 충청 홀대로 돌아가면서 나온 얘기였다. 그는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를 도울 때 자기 돈을 써가면서 도왔다고 한다. 당선 가능성이 높아도 자기 돈까지 써가며 돕는 경우는 드물다고 한다.

문 대통령이 A씨에게 요직을 맡긴 것은 무엇보다 ‘리더로서의 그의 적극성과 책임감’ 때문이었을지 모른다. 어떤 대통령이라도 이런 사람에게 일을 맡기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물론 A씨처럼 유능해야 된다. 모임에선 충청도에도 이런 인물이 있다면 새 정부 인사에서 충청도가 이렇게 찬밥 신세가 되진 않을 것이라는 탄식까지 이어졌다.

영호남처럼 ‘본때’ 보여주지 못하는 충청도

충청도는 영호남처럼 한 정당이나 대통령 후보감을 호되게 질책하거나 확실하게 밀어주면서, 무시하지 못하도록 단결력을 보일 수 있는 지역은 아니다. 만약 누군가 나서서 “우리도 영호남처럼 단결해서 ‘본때’를 보여주자”고 하더라도 쉽지 않은 일이다. 충청도는 그런 게 가능한 기질이 아니고 특히 대전은 지역별 인구 구성비로도 지역 정체성이 모호해지고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충청권 홀대론이 나왔다. 지역 홀대론은 우리 지역에서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호남은 늘 영남과 비교하며 서운해하고, 영남에서조차 남북을 따지며 홀대론이 나온다. 충청과 영호남 외에도 경기와 강원도도 있다. 모든 지역을 만족시키는 건 불가능하다. 그러나 균형을 맞추도록 노력은 해야 한다.

새 정부의 첫 인사는 해도 너무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은권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장차관급 인사의 지역 분포를 분석해서 내놨다. 호남 30명, 영남 28명, 충청 13명이다. 어제 발표된 차관급 후속 인사에서도 영남과 호남은 각 3명이었고 충청(충북)은 1명이었다. 차이는 더 커졌다. 충청은 호남 인구 비율이 비슷한 데도 장차관 발탁 비율은 절반도 안 된다. 광주는 장관만 3명인데 대전은 차관까지 합해도 아직 0명이다. 대전 충남이 이 정도까지 홀대받은 적은 없던 것 같다.

이런 결과가 우연은 아니라고 본다. 인사를 맡은 책임자는 지역별 분포를 몇 번이고 따졌을 것이고, 대통령에게도 보고됐을 것이다. 정부 인사에서 ‘지역 안배’는 가장 중요한 기준 가운데 하나다. 새 정부가 ‘충청 홀대’를 불가피한 일로 여긴 것 같다. 한 정치인은 충청은 안중에도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지역 리더’도 찾기 어려운 대전 충남

홀대를 피하려면 영호남처럼 힘을 과시해야 한다. 그게 어렵다면 훌륭한 리더라도 있어야 한다. A씨 같은 지도자라면 어느 정도 대안이 될 수 있을지 모른다. 나라가 어려울 때 전국민이 뭉쳐 이겨내는 방법이 가장 좋지만 그게 안 될 때도 있다. 그럴 땐 지도자가 먼저 나서는 것도 방법이다. 이순신이란 지도자가 아니었다면 풍전등화의 조선이 어떻게 되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이시종 충북지사는 서울~세종간 제2경부고속도로 건설에 반대해왔다. 충북에 불리하기 때문이다. 우리 동네에 도로를 내라는 게 아니라 이웃 동네에 만드는 도로까지 막고 나서는 저 ‘뻔뻔함’이 오히려 부럽다. 이웃 고을에서 보면 지독한 지역이기주의다. 그러나 충북도민들은 그런 도지사 덕에 더 잘 살 수 있다.

지역이기주의에만 매몰되어 있다면 좋게 볼 수 없다. 때론 더 크게 보고 국가 차원에서 양보하는 일도 중요하다. 그러나 지역을 위해서도 헌신할 수 있어야 나라를 위해서도 열정적으로 일할 수 있다. 대전과 충남에는 그런 리더가 누구인가? 아니 그런 리더가 있는가? 개인 출세에는 목을 매는 사람들은 있으나 충북지사 같은 정치인은 아직 못 봤다.

대전 정치인들에겐 A씨 같은 책임감도 충북지사 같은 투철한 애향심도 찾기 힘들고, 대전 시민들에겐 권력과 정당을 ‘요리’할 줄 아는 솜씨가 없다. 그래서 대놓고 차별받고 무시를 당하곤 한다. 이번 인사에서 대전과 충남은 호구처럼 되었다. 충청만이 아니라 영호남을 제외한 전 지역이 소외된 인사다. 장관 타령을 하던 경남 지역에선 ‘차관급 요직 속속 발탁’이란 기사가 나오고 있는 데 반해 강원지역 언론들은 ‘무장관 무차관 시대가 현실화되고 있다’며 우려했다.

대통령 지역 편중인사 하면 나라 분열

‘지역 안배’를 따지면, 고루한 지역이기주의로 여기는 ‘고상한’ 명분론자들도 없지 않다. 정치인 중에도 있는 것 같다. 확실한 것은 그런 사람들도 지역이 아니라 자기 몫이 100대 0으로 차별당한다면 거품물고 따질 것이라는 점이다. 10개가 몫인데 15개, 20개를 가지려는 게 이기주의지 5개도 못 먹는 자들의 호소가 이기주의일 수는 없다.

대통령은 공이 크다고 생각하는 지역, 공을 세운 사람에게만 자리를 나눠주면 안 된다. 그것은 전임 대통령들의 방식이기도 했다. 이번 인사로만 보면 새 정부는 그보다 더 심한 편이다. 지역 편중 인사는 나라를 심각하게 분열시킨다. 가장 큰 피해자는 대통령 자신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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