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구 박사의 그림으로 만나는 천년 의학여행] <45>인간의 백년 여행

인간은 길어야 100년을 산다. 게다가 마지막 10여 년은 대부분 질병 때문에 거동이 불편한 상태다. 어떤 이는 무척 짧게 살지만 어떤 이는 100세 이상을 건강하게 산다. 짧든 길든 생로병사는 인간의 숙명이다.

삶의 기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삶의 질이다.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해 성공적인 인생을 즐기다가 후회 없이 삶을 마감하는 것은 큰 행복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나이가 들수록 자신이 없어진다. 매사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나서 하늘의 뜻을 기다린다는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의 의미가 새삼 마음에 와 닿는 이유다.

의외로 명화(名畵)에서 생로병사를 주제로 다룬 그림을 찾기가 쉽지 않다.

그림 1은 유럽 대성당의 벽화를 장식하고 있는 베르트람(Meister Bertram von Minden)의 <그라보 제단화> 중 바깥 날개, 안쪽 면을 차지하고 있는 ‘이브의 창조’다.

조물주가 잠든 아담의 오른쪽 7번째 늑골로 최초의 여성인 이브를 창조하고 있다. 성서에서는 아담과 이브의 탄생 이후 인류의 고뇌가 시작됐다고 한다.

그림 2는 한스 발둥 그리엔(Hans Baldung Grien)의 작품 ‘인생의 세 시기와 죽음’이다.

아기의 탄생에서 아름다운 여인, 중년 부인을 거쳐 모래시계를 보며 죽음을 기다리는 고령의 부인이 보인다. 그림에는 한 여성의 생로병사, 희로애락, 기승전결이 담겨 있다.

고목과 올빼미 등이 배치된 우울하고 허무한 느낌의 배경에는 그림을 그릴 때 갖고 있었을 화가의 감정이 고스란히 표현돼 있는 듯하다.

그림2. ‘인생의 세 시기와 죽음’ 한스 발둥 그리엔, 목판에 유채, 50.8×150.9㎝, 1540~1543년경, 프라도미술관(스페인 마드리드).

그림 3은 가족의 어린 시절 사망 등으로 음울한 생을 살았던 노르웨이 화가 에드바르트 뭉크의 ‘아픈 아이’다.

죽음을 목전에 둔 딸, 그리고 딸의 가냘픈 손을 꼭 잡은 어머니의 고통스런 표정과 병실의 분위기가 애절하다. 이 그림을 보는 누구나 그림 속 주인공들과 화가의 마음에 공감할 수 있을 것 같다.

죽음은 화가의 감정이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소재가 아닌가 싶다.

그림3. ‘아픈 아이’ 에드바르트 뭉크, 캔버스에 유채, 120×119㎝, 1896년, 예테보리시립미술관(스웨덴). 이 작품의 오리지널 버전은 1885~1886년경 완성됐으며 노르웨이 국립박물관(오슬로)에 소장돼 있다. 그림은 뭉크가 프랑스 파리에 거주할 때 완성한 두 번째 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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