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연희의 미디어창] <150>

대전시와 산하기관, 학교에서 잇따라 발생한 성폭력 사건으로 시민들의 불안이 적지 않다. 지난달에만 대전에서 3건의 성폭력 사건이 일어났는데 공공기관이나 교실이라는 공적장소에서 발생했으며 지위를 이용했다는 점에서 충격을 더한다. 가해자들은 부인하지만 공공기관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이 필요해 보인다. 여교사의 수업시간에 중학생들이 집단으로 음란행위를 벌인 사건은 대전교육의 현주소를 보여줄 만큼 파장도 크다.

제자 불러 춤추고 술시중 들게 한 교수… 사실이라면 파면 감

임연희 교육문화부장
여기다 지역 문화예술계 거물급 인사가 자신의 집으로 제자들을 불러 춤을 추고 술시중을 들게 했다는 의혹까지 나와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지역대학 교수이기도 한 이 인사는 정기적으로 지역의 유력 인물들을 초대해 후원의 밤 행사를 연다는데 모임의 적절성과 참석자가 누구였는지도 관심이다. 해당교수는 ‘갑질’이 아니라고 한다지만 장학금을 안 주겠다고 협박해 학생들에게 춤추고 술시중 들게 한 게 사실이라면 파면 감이다.

특히나 예체능은 도제교육의 특성상 학생에게 있어 교수는 ‘갑 중의 갑’일 수밖에 없고 교수에게 찍히면 그 분야에서 버티기 힘든 구조이니 교수의 부당한 요구에도 응하게 마련이다. 신분이 드러날까 불안한 학생들은 경찰과 대학의 참고인 조사에서 사실을 밝히기 꺼린다는데 이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철저한 진상조사와 수사가 시급하다. 술과 성희롱, 성추행으로 유난히 소문이 많은 대전 문화예술계를 이대로 둬서는 안 될 것 같다.

자치구 문화원장이자 대전시문화원연합회 회장을 맡고 있는 인사는 상주단체 여성단원을 성추행한 혐의로 경찰조사를 받았고 여직원을 성추행한 혐의로 대전시 산하기관장에게는 불구속 기소처분이 내려졌다. 가해자들은 억울하다지만 검·경의 조사를 받고 재판까지 벌인다는 것으로도 대전 공공기관의 형편없는 성인지 수준을 가늠케 한다.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수사결과나 사법부 판단이 나올 때까지 직을 유지시키는 단체장에게도 책임이 있다.

권선택 시장 '여성친화 허브도시 대전' 구현 약속

매년 7월 1~7일은 양성평등주간이다. 여성과 남성의 조화로운 발전을 통해 사회 모든 영역에서 일·가정 양립 실천을 통한 실질적인 남녀평등의 이념을 구현하기 위해 제정됐다. 대전시는 엊그제 '함께하는 양성평등, 비상하는 행복대전'을 주제로 양성평등주간 기념식과 여성대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권선택 시장은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여성친화 최고 도시로서의 대전을 실현하기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고 했다.

여성친화도시는 권 시장의 공약사항인데 대전시여성친화도시조례가 제정되었으며 중구를 제외한 4개구는 여성친화도시로 지정돼 있다. 여성친화도시란 정책수립과 발전과정에 남녀가 동등하게 참여하고, 그 혜택이 모든 주민에게 고루 돌아가면서, 여성의 성장과 안전이 구현되도록 하는 지역 및 도시를 말한다. 권 시장은 양성평등 기념식에서 '여성친화 허브도시 대전' 구현을 약속했지만 여성들은 그의 여성친화정책을 신뢰하지 않는 것 같다.

같은 날 대전 여성들은 시와 산하기관, 교육계의 성희롱 및 성폭력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성토했다. 공공기관의 성희롱·성폭행 문제에 대전시가 소극적으로 대처하고 있으며 기관장의 성폭력에 대한 무관용 원칙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비난이다. 사건을 축소 은폐하려는 조직문화에 대해 여성들은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공표하는 등 공론화 해 성 관련 문제를 유발한 사람이 공공기관장으로 임용되는 것을 원천 차단하겠다고 나섰다. 


대전시 성평등기획특별보좌관 임명·여성친화도시 지정 성과는?

권 시장은 2014년 취임 직후 이갑숙 성평등기획특별보좌관을 임명해 여성계의 호응을 얻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5월 이 특보 사임 후 후임이 정해지지 않자 성과가 없음을 지적하는 쪽에서는 성평등특보 무용론도 제기한다. 여성단체마저도 성평등특보와 여성친화도시가 대전에서 전혀 작동되지 않고 있다며 보여주기식 여성정책을 비판했다. 여성의 안전도 지켜주지 못하는 여성친화도시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대전시와 산하기관, 대학, 교육청, 문화예술계 전반에서 끊이지 않는 갑질 논란과 성폭력 문제들은 각기 다른 사건처럼 보이지만 우리 사회 깊숙이 자리한 왜곡된 성인식과 고질적인 갑을 구조,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악순환에서 비롯된다. 성폭력예방시스템과 대응 매뉴얼이 없는 게 아니라 지키려는 의지가 없기 때문이다. 공공기관 성폭력 문제를 그대로 두고선 여성친화도시도, 행복한 대전교육도 없다는 걸 권 시장과 설동호 교육감은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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