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눈] 실익 없는 '어설픈 고백'보다 국민 신뢰가 우선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지난 27일 박상기 법무부장관 후보자 인선 브리핑 뒤

“박상기 법무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셀프 보고’할 부분이 있습니까?”

“새로운 용어가 생겼나요? 셀프고백? 발표한 대로 더 드릴 말씀은 없습니다. 그러나 최선을 다해서 고민스럽게 깊이 들여다봤습니다.”

지난 27일 법무부장관 후보자 인선 결과 브리핑 직후, 기자와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주고 받은 질문과 답변 내용이다.

앞서 청와대는 지난 11일 장관 후보자 5명을 발표했다. 브리핑 뒤 청와대는 송영무 국방부장관 후보자 위장전입과 조대엽 고용노동부장관 후보자 음주운전 전력을 밝혔다. 청와대는 강경화 외교부장관 지명 당시에도 위장전입 사실을 선(先) 공개하며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이날따라 박 대변인은 ‘셀프 고백’이라는 ‘새로운 용어’까지 만들어내면서도 인사원칙 위배 등에 대해선 할 말이 없다고 했다. 두 가지 이유로 짐작된다. 하나는 박 후보자에 대한 검증이 완벽하다는 자신감, 다른 하나는 ‘먼저 말했다가 화근이 될지 모른다’는 신중함이다.

같은 날 국회에서는 문재인 대통령 아들 준용 씨 특혜 채용 의혹 제보 조작 사건으로 국민의당 당원이 긴급 체포된 사실을 두고 시끄러웠다. 국민의당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26일) 국회 정론관을 찾아 기자회견을 갖고 ‘셀프 고백’했다.

“지난 5월 5일 국민의당은 문준용 씨의 미국 파슨스스쿨 동료 증언으로 문 씨의 고용정보원 입사와 관련해 문재인 당시 후보가 개입한 의혹이 있다는 내용을 언론에 발표했는데, 당시 제보된 모바일 메신저 캡처 화면과 녹음파일이 조작된 것으로 밝혀졌다. 국민에게 허위사실을 공표해 공당으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청와대 인선 브리핑에서 나온 ‘셀프 고백’과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의 ‘셀프 고백’은 성격 면에서는 다소 차이가 있다. 하지만 후폭풍이 거세다는 면에서 공통분모를 지니고 있다.

국민의당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26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문준용 씨 취업 특혜 의혹 제보 조작사건에 대해 사과했다. 국민의당 홈페이지 영상 캡처.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고 이해를 구했음에도 후폭풍이 거센 이유는 무얼까. 그 답은 바로 국민적 신뢰를 얻지 못했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청와대와 국민의당이 내놓은 ‘셀프 고백’에는 ‘이쯤에서 이해하고 너그러운 용서를 바란다’는 호소를 기저에 깔고 있다.

하지만 일련의 ‘셀프고백’은 “그게 전부인가”라는 여론의 의구심을 증폭시켰다. 실제 ‘셀프고백’을 한 장관 후보자들은 고백 이후 추가 의혹이 잇따라 터져 나오면서 신뢰를 떨어뜨렸다.

국민의당 역시 “그 당원 혼자 했겠느냐”는 반론과 함께 안철수 전 대선 후보까지 의심이 확장됐다. 국민의당은 ‘특검 카드’로 반전을 꾀하고 있지만, 이미 신뢰는 추락했고 여론도 돌아섰다.

결과적으로 청와대와 국민의당의 ‘셀프고백’은 의도했던 효과를 얻지 못했다. 박 대변인의 ‘드릴 말씀 없다’가 품은 뜻은 ‘긁어 부스럼 만들지 않겠다’는 말로 들리는 이유다.

위장 혼인 신고로 낙마한 안경환 전 후보자 후임으로 지명된 '드릴 말씀 없는' 박상기 후보자. 그리고 공당의 대선 후보까지 얽혀버린 대선 중 제보 조작사건. 그 결말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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