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 소속 공무원뿐 아니라 시가 설립한 공사공단, 출자·출연기관 임직원의 부조리를 신고하면 포상금을 지급하는 조례 개정안을 대전시의회가 내놨다. 김경시 의원(국민의당·서구2)이 대표발의한 부조리 신고 포상금 지급조례 개정안은 부조리 신고와 관련해 신고자가 인사상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포상금액도 금품 등 수수금액 또는 그 가액의 10배 이내, 알선 및 청탁행위로 제공된 금액 등의 10배로 높다.

이번 개정안은 부조리 신고 대상자의 범위를 시 산하 공기업 및 출자·출연기관의 임직원까지 넓혔다는 데 의미가 있다. 또 부조리 행위에 대해서도 금품 수수, 직위를 이용한 부당이득, 알선·청탁 외에 '위법·부당하게 직무를 수행해 시 또는 기관의 재정에 손실을 끼친 행위'로 폭넓게 적용하고 있다. 이 조례가 제대로 작동되면 수백억 원 들여 쓸 데 없는 시설물을 만들고 특정인이나 단체를 위한 선심성 행정도 사라질 수 있겠다.

그동안 불필요한 예산이 집행되는 위법 부당한 행정이 비일비재했지만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었다. 이런 부조리를 하위직 공무원이 자발적으로 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자치단체장이나 기관장의 지시로 이뤄지는 게 대부분인데 말단 직원이 항명하는 것도, 외부에 알리는 것도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다. 채용비리를 외부에 알렸다가 해임되고 민간 공익제보자의 신원을 버젓이 노출시키는 대전시를 어떻게 믿고 부조리를 신고하겠나?

부산·대구 등 타 지역 조례를 보면 신고자의 동의 없이 신분이 공개된 경우 시장은 관련 공무원을 징계하도록 할 정도로 신고자는 물론 협조자까지 철저히 보호하고 있다. 신고를 통한 사회 정의실현의 기쁨은 잠시지만 조직에서 배신자로 낙인찍혀 해고당한 뒤의 고통은 길고 험난하다. 신고 후 당할 신분상 또는 경제적·행정적 불이익을 감수하면서 용기를 낼 사람은 흔치 않다. 대전시와 시장을 믿고 제보할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한 이유다.

경기도 의정부시는 내부고발 핫라인이라는 투서전용시스템을 마련했는데 클릭 몇 번으로 간단하게 인사권자인 시장의 휴대폰에 내부고발 메시지가 직접 전달되도록 했다. 시장을 믿을 수 없다면 익명신고를 받거나 별도 신고센터를 운영하는 등 절차와 방법을 쉽고 다양화하는 것도 방안이다. 중요한 건 포상금이 아니라 신고자의 신분과 진술내용에 대한 철저한 비밀을 보장과 부조리를 개선하려는 기관장의 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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