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도의회가 시군에 대해 감사를 벌일 수 있는 조례를 만들고 있다. 2013년까지 해오던 것을, 미진했던 법적 요건을 완비하여 다시 부활하려는 것이다. 법제처 해석을 근거로 추진하는 것으로, 다른 지역 시도의회들도 관심이 크다고 한다. 시군의회와 시군공무원노조는 반발하고 있다. 반발도 이해는 되지만 무소불위의 기초단체장에 대한 견제 장치가 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지방자치의 본래 취지에서 보면, 도의회의 시군 감사를 되살리는 것은 옳은 방향은 아니다. 지방자치는 지역주민 스스로가 머리를 맞대고 지역 살림을 이끌어가는 제도다. 주민들은 시군의 대표로 시장 군수 구청장을 뽑고, 이들을 견제할 기초의원도 뽑는다. 이들이 제역할을 다한다면 외부의 감시 감독은 필요없다. 도지사의 위임사무가 감사의 명분이라고 해도 도의회까지 시군 감사에 나설 이유가 없다.

그러나 지금 시군구는 실효성 있는 감시 장치가 거의 없다. 특히 시장 군수 구청장은 ‘견제받지 않는 성주(城主)’로 불리기도 한다. 권한은 휘두르면서 감시는 거의 받지 않는 것을 빗대는 말이다. 시군구의회와 언론이 제역할을 못하면서 빚어지는 현상이다. 시도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지만 시군구가 더 심한 편이다.

시장 군수가 엉터리로 행정을 하고, 엉터리 인사를 해도 제지할 수 없다. 이런 시군들이 수두룩하다. 많은 기초단체장들이 ‘감시 받지 않는 제왕 노릇’을 하면서 지역은 병들고 썩어 들어간다. 1995년 이후 민선 5기까지 지방자치단체장 가운데 비리로 물러난 사람이 102명이나 된다. 대부분은 기초자치단체장이다. 지방자치에 대해 주민들 관심이 높을 리 없다.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7명은 ‘지방자치제를 모르고 있다’는 통계도 있다.

국회의원의 시도 국정감사나, 도의원의 시군 감사는 단체장을 겨냥할 수 있다는 점이 여느 감사와 다르다. 한 지방자치 전문가는 “도 감사나 감사원 감사 등은 불법 여부만을 살피지만 국회의원 감사나 도의원 감사는 합목적성까지 따질 수 있기 때문에 단체장의 독단을 고발할 수 있다”고 했다. 주민 감시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다면 국회의원이 시도를 감사할 필요가 없고, 도의원이 시군을 감사할 이유가 없다.

지금 우리나라 지방자치의 많은 문제는 자치단체장이 견제받지 않는 권한을 전횡하는 데서 비롯되고 있다. 마땅한 대안도 없다. 시군에 대한 도의회 감사가 이런 기초단체를 조금이라도 투명하게 할 수 있다면 반대하기 어렵다. 한시적으로라도 도입할 필요가 있다. 물론 시군구에 ‘또 하나의 상전’이 생기는 것에 불과하다면 찬성할 이유가 없다.

도의회는 반드시 하겠다는 입장이고 시군 측에선 반대하고 있다. 지역 주민들 의견을 들어봤으면 한다. 시장 군수에 대한 불신이 크다면 찬성이 많을 테고, 도의회에 대한 불신이 더 크다면 반대가 더 많을 것이다. 시장 군수도 도의원도 주민들이 뽑았다. 누구의 감사든 그 권한의 출처는 주민이다. 당연히 주민들 의견을 따라야 하며, 그 의견은 조작되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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