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권선택 대전시장이 대덕구와 유성구 두 곳에 대한 트램(노면전차) 시범노선을 발표하자 충남대 학생들은 대학신문에 '스마트트램 시범노선 우리 학교 확정'이라는 기사를 게재했다. 시범노선이 충남대에서부터 유성온천역~상대동~원골네거리까지 2.4km 운행된다는 사실과 "우리 학교가 시범노선에 포함돼 트램을 자주 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는 학생의 인터뷰도 실었다.

그런데 며칠 전 국토교통부는 문재인 정부의 인수위 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대통령 공약인 '무가선 트램 수도권 시범도입사업' 공모를 내년에 하겠다고 밝혔다. 국토부 계획대로라면 정부 공모로 사업비를 마련하겠다는 유성구 트램은 공모 자격조차 안 되는 셈이다. 대전과 달리 수원, 화성, 성남, 시흥, 부천 등 트램을 도입하겠다는 경기도 지자체들은 시범사업 선정을 위해 기민하게 움직이는 모양이다.

충남대 앞 트램 시범사업이 날아갈 판인데도 대전시와 유성구는 조용하다. 유성구청에 물어보니 "대전시로부터 아직 국토부 공모 계획이 나오지 않았다는 대답을 들었다"고 했고 대전시 관계자 역시 "국토부의 시범사업 공모를 기다리는 중"이라고 말했다. 대통령 공약집에 '무가선 트램을 수도권에서 시범도입 추진하고 단계적 확대 실시'라고 돼 있고 국토부가 내년 시범사업을 공모하겠다는데 대전시는 대체 뭘 기다리는지 모르겠다.

국토부에 확인해 보니 R&D사업으로 트램과 관련한 3가지 연구를 진행할 예정인데 이중 하나가 시범사업이다. 전국 지자체들이 관심을 갖는 트램의 실현 가능성을 시스템, 차량, 실증연구로 나눠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이는 대전이 낸 도시철도2호선 트램에 대한 기본계획변경안이 아직 국토부 장관 책상에도 올라가지 못했다는 의미다. 짧은 시범노선으로 트램의 가능성을 타진한 후 32.4km짜리 긴 대전 트램을 승인하는 것은 행정에서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권 시장은 대전을 국내 첫 트램도시로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대전이 1호 트램도시가 되려면 정부의 시범사업 유치는 당연하고 이를 통해 적용 가능성을 점검해 가면서 2호선 트램이 진행돼야 한다. 그런데 대전시는 관련법 개정이 지연되고 정부 공모 일정이 나오지 않아 사업이 늦어진다고만 할뿐 속 시원한 설명이 부족하다. 트램을 타고 등교할 것이라고 믿는 충남대 학생들과 유성 주민들은 궁금하고 미심쩍을 수밖에 없다.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허송세월 하다 도시철도2호선 계획 자체가 날아가는 일이다. 대전시와 권 시장은 2호선 트램과 스마트트램 시범사업, 그 중에서도 정부 공모로 추진하겠다던 유성구 노선이 실현 가능한지, 시범노선 공모가 안 되면 대안은 무엇인지 시민들에게 소상히 밝힐 필요가 있다. 정부와 법 핑계만 댈 게 아니라 트램에 대한 대전시의 마스터플랜이 무엇인지 먼저 보여주길 바란다.

대전시가 지난해 4월 발표한 스마트트램 유성구 시범노선.

문재인 대통령 공약집 중 무가선 트램 수도권 시범도입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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