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기천의 확대경] 수필가·전 충청남도 서산부시장

새 정부는 내년 6월 지방선거와 동시에 개헌안에 대한 국민투표를 목표로 밝히고 있다. 이번 개헌의 초점은 권력구조 개편, 기본권 강화와 지방분권이라고 볼 수 있다. 이 가운데 지방분권은 지방자치 확대차원을 넘어 실질적인 기능을 할 수 있는 근거를 어떻게 담느냐가 중요한 과제다.

올해로 민선지방자치가 부활된 지 22년째, 지방의회를 기준으로 하면 26년째가 되었다. 지방자치는 우리 사회의 중앙집권적, 관주도형 행태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주민들의 행정에 관심과 참여를 확대하였고, 지방행정도 주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선거로 얻은 힘’은 중앙정부나 상급단체의 획일적이고 일방적인 방침에 어느 정도 맞서며  새로운 정책을 펴는 시도도 가능해졌다.

가기천 수필가·전 충청남도 서산부시장
한편 지방자치의 필요성이나 긍정적인 면과 더불어 한계와 부정적인 면도 부인할 수 없다. 외적요인으로는 중앙정부에 지나치게 통제받거나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방자치에서 가장 중요한 자치조직권, 자주재정권을 중앙정부가 제대로 주고 있지 않다. 지방자치입법권은 ‘법령의 범위 내’라는 한계로 대통령령이나 부령으로까지 제약을 받는다. 재정력은 더 열악하여 조세 총액중 지방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20% 선을 유지하고 있는데, 이는 지방자치 실시 전․후와 거의 변화가 없다.

여러 사무가 지방으로 이양되고, 복지비 부담이 날로 늘어나는데다 보조사업에 대한 지방비부담도 자치단체의 허리를 휘게 하고 자체사업을 어렵게 한다. 내적요인으로는 전망이 불투명한 대형사업, 전시성 행사, 선심성 시책 등 혈세 낭비사례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의 비리가 꼬리를 물면서 지방자치 무용론 또한 잦아들지 않는다. 이러한 불신은 중앙정부가 지방의 자율권과 재정권을 제약하는 논거가 되고 있다.

지방자치 장점 살려 제대로 될 수 있도록 여건 마련해야

일부 이러함에도 지방자치의 장점을 살려 지방자치가 제대로 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20년 넘게 같은 이야기만 되풀이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지방자치에 관하여 헌법에는 제8장 ‘지방자치’에 제117조와 제118조로 명시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는… 법령의 범위 안에서 자치에 관한 규정을 제정할 수 있고, 지방자치단체의 종류는 법률로 정한다.’(제117조) ‘지방자치단체에 의회를 두고, 지방의회의 조직·권한·의원선거와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선임방법 기타 지방자치단체의 조직과 운영에 관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제118조)

헌법 개정은 이 두 조항을 바탕으로 논의될 것으로 예상하면서 담아야 할 것을 제안한다.

먼저 ‘지방분권을 지향함’을 명시하여 분명한 의지와 확고한 방향을 천명해야 한다. 헌법 전문에 넣고, 제8장 ‘지방자치’를 ‘지방분권’으로 바꾸며 조문에도 반영하도록 한다.

다음 ‘지방자치단체’라는 명칭을 ‘지방정부’로 해야 할 것이다. 사전적으로 ‘단체’란 같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모인 사람들의 일정한 조직체 또는 여러 사람이 모여서 이루어진 집단으로 사회단체, 민간단체, 친목단체 등을 포함한다. 지방자치단체는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성립되어 공공사무를 집행하기 때문에 ‘민간단체와 동일시’하는 명칭은 적절치 않다.

지방정부라는 표현이 마치 중앙정부와 대등한 기관이라는 느낌을 준다는 견해도 있는데, 다른 나라의 예를 보아도 그렇거니와, ‘중앙정부’나 ‘’지방정부‘가 굳이 명칭으로 대등하거나 대립한다고 볼 이유는 없다. 이로써 자치행정과 지방교육을 일원화 하는 것, 자치경찰을 두는 것, 지방행정과 중복되거나 지방행정에서 처리하는 것이 더 효율적인 특별지방관서를 광역단체로의 통합을 촉진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단체장 독선과 독주 막을 수 있는 장치 마련돼야

아울러 자치입법에 관하여 ‘법령의 범위 안에서’제정할 수 있다고 되어있어 자치입법권을 지나치게 제한하고 있는데, ‘법률에 위배되지 않는 범위 안에서’로 확대하여야 한다. 제118조 제2항에는 ‘지방의회의 조직․권한․의원선거와’에 이어 ‘지방자치단체장의 선임방법, 조직과 운영에 관한 사항을 법률로 정한다’는 제117조에 별도의 항으로 두어야 적절하다.

지방자치이후 단체장과 교육감, 지방의원을 주민의 손으로 선출한다는 것 말고는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지방을 ‘물가에 있는 아이’ 쯤으로 여기거나 통제의 한 수단으로 권한을 놓지 않으려는 중앙의 인식을 바꿔야 한다. 지방에서도 분권을 받는 것이 아니라 받아내야 하는 것으로 나서야 한다.

한편, 단체장의 독선과 독주를 막을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어야 하고, 자치조직권을 풀어 줄 때 예상되는 공무원 수의 증가, 기구 확대와 직급 인플레를 어떻게 조절할 것인가, 방만한 재정운영은 또 어떻게 예방할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찬사보다는 비판이, 유용론보다는 무용론이 더 크게 들리는 의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불식시킬 수 있는 방안이 있어야 한다. 함께 논의하여야 할 사항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과제다. 다음 선거에서 심판하면 된다고 하지만, 어디 쉬운 일인가? 염려도 놓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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