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광진의 교육 통(痛)] (사)대전교육연구소장

강원도 평창에서 생태마을을 가꾸고 있는 황창연 신부님의 강연을 듣다 새삼스럽게 가슴을 치는 말이 있었다. 학교는 “행복을 배우기 위해 다녀야 하는 곳”이라는 말이었다. 이 나라의 아이들이 세계에서 가장 많이 공부하지만 가장 불행하다며 어린 시절에 행복한 사람이 커서도 행복하다는 것이다.

행복을 느끼는 것이 인간의 삶에서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인간은 어떤 목적을 위해 태어났다기보다는 행복하기 위해 탄생한 것이 아닐까? 그런데 훗날의 어떤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행복이라며 지금은 고통을 달게 받아야 한다는 것이 보편적인 인식이다. 흔히 ‘인내는 쓰나 그 열매는 달다’면서 노력과 인고의 과정을 통해 얻은 결과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경향이 짙다.

참고 노력하는 땀의 중요성을 결코 가볍게 보자는 것은 아니다. 어떤 성취를 이루기 위해서는 당연히 땀을 흘리는 노력이 중요하며, 결실을 맺었을 때의 보람과 행복은 소중하다. 그러나 자신이 원하지 않는 목표나 성취를 위해 자신의 능력에 아랑곳하지 않고 억지로 나아가야 할 때 그 과정은 얼마나 불행할 것인가.

학교에서 행복하기 위해서는 평가 달라져야

성광진 (사)대전교육연구소장
학교에서 교과 학습을 하다보면 흥미 있는 과목과 없는 과목에서 많은 편차를 드러낸다. 아이들이 학습에 흥미를 못 느끼는 것은 분명한 이유가 있다. 대체로 자기 수준보다 높은 목표에 도달해야 할 때와 어떠한 필요성을 느끼지 않을 때이다. 모든 과목을 다 잘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사람마다 다른 능력과 성질을 갖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여야 한다.

그러나 우리의 학교는 오로지 성적으로 줄을 세우는 것에 너무 익숙해져 있다. 특히 국어, 영어, 수학과 같은 주요 과목이 대학 입시를 좌우하기 때문에 여기에 공을 들이는 것이 지나치다. 유치원에 입학하기 전부터 당연한 것처럼 이 세 과목에 대해 조기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렇게 해서 일제고사형 평가에 의해 줄을 세우고 나면 결국 학교에서 상위권에 줄을 선 아이들만 성공하는 것이다.

잘해야 상위 5%급의 아이들이 빛을 보는 이곳에서는 나머지 모두가 패배자가 되는 것이다.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부모들도 모두 상위권을 향해 끝없는 노력과 인내를 거듭해야 하는 이 경주가 언제 끝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왜냐하면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나와서도 각종 입사시험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기업에 들어가더라도 평균 근속연수는 10년을 넘지 않는다. 그래서 너도나도 공무원, 공공기관, 전문직 등을 향해 수십 대 일의 경쟁을 마다하지 않고 뛰어들고 있다. 최근 공무원 시험의 경쟁률은 무려 50대 1까지 치솟았다.

이래서는 젊은이들의 곡소리가 온 세상에 가득하게 될 뿐이다. 우리 청년들과 청소년과 아동들이 불행하면 우리 사회가 과연 행복하다고 할 것인가? 어른들 모두 불행을 같이 안고 살아가게 마련이다.

중간·기말고사 같은 일제고사형 평가를 없애야

학교가 변해야 한다. 교육이 인간답게 살아가는 길을 스스로 찾아가는 과정이어야 하고, 모두가 학습에서 보람과 행복을 찾는 곳으로 변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성적 지상주의를 없애는 것이다. 지금과 같은 중간, 기말고사와 같은 일제고사형 평가를 없애야 한다. 줄을 세우는 데는 가장 효율적이지만 학습과정은 도외시하고 학생의 가능성이 기록되지 않는 평가는 단순한 시험에 불과하다. 평가란 단순한 시험이 아니라, 학생의 성장과정을 보여주고 이들이 바람직한 성장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를 알려주기 위한 것이다.

교사들에게 전면적인 평가권을 주어야 한다. 교사가 학습의 전 과정에서 관찰이나 토론, 상담 등과 같은 상호 작용을 통해 학생이 어떤 점에서 우수하고 어떤 점을 보완해야 하는지를 기록하게 하는 평가가 이루어지면 어떨까?

학생들을 일제식 시험에 의한 점수로 줄을 세우는 것이 가장 편리할지는 모르나, 학교는 시험점수를 잘 받는 인간을 길러내는 곳이나 다름없게 되는 것이다. 지금 수능과 내신의 절대평가냐 아니면 상대평가냐의 논란이 거세지만 중요한 것은 학생을 인간답게 길러내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가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한 때이다.

우리의 학교에서 일제고사식 평가부터 없애서 교육의 근본을 살렸으면 한다. 일정한 기간마다 똑같은 시험을 일제히 보아서 학생이 가진 가능성을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 것인가? 도리어 가능성을 위축시켜버리는 잘못을 범하고 있는 것이다. 교사는 아이들이 스스로 가능성을 발견하도록 도와주어야 하고, 자신이 가진 개성과 능력을 더욱 발전시켜 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교육선진국들이 이미 그렇게 하고 있다. 그래야 학교에서 모든 아이들이 공부하는 보람을 느끼고 행복할 수 있을 것이다.

공부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으려면 평가가 달라지는 수밖에 없다. 평가가 달라지기 위해서는 교사들의 수업이 달라져야 한다. 교수-학습이 곧 평가이기 때문에 엄청난 노력이 들어가기 마련이다. 그래서 수업 이외의 각종 잡무로부터 교사를 해방시켜야 하며, 승진이 아닌 수업에서 교사의 행복과 보람을 찾도록 평가권을 교사에게 완벽하게 주어야 하다. 물론 이러한 평가가 진학이나 취업 등에 그대로 적용될 수 있도록 제도가 변해야 되는 것은 물론이다. 학교에 다니는 목적이 행복을 배우기 위해서라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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