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만하면 한 번씩 뭇매를 맞는 게 지방의원들의 해외연수다. 지자체 예산운용지침에 따라 책정된 국외연수 비용으로 선진지 견학을 다녀오는데 갈 때마다 ‘외유’라는 곱잖은 시선을 받는 것이 억울하다는 의원도 있다. 정당한 여비를 가지고 일정과 내용에 대한 심사를 거쳐 외국에 다녀온 뒤 연수보고서도 내는데 뭐가 문제냐는 항변이다. 하지만 지방의원들의 외유성 국외연수는 전국적으로 끊이지 않는 논쟁거리다.

산업건설위원회 등 대전시의회 3개 상임위 의원 9명도 열흘 일정으로 스페인과 포르투갈을 방문 중이다. 시의원과 공무원 14명의 유럽연수 비용은 5,400만원인데 하루 한 건 정도의 공식행사 외에 특별한 일정이 없어 연찬을 가장한 관광이라는 지적이다. 의회사무처 직원이 따라가 연수보고서까지 써주니 눈총을 받을 수밖에 없다.

지방자치제가 실시된 지 20년이 넘었지만 지방의원에 대한 주민들의 평가는 형편없다. 평소 일을 잘했다면 어차피 책정된 예산이니 외국에 나가 즐기면서 배워오라고 할 법한데 관광성이니 예산낭비니 하며 국외연수 자체를 폐지하라고까지 한다. 그런데도 의원들은 적법한 예산집행이라며 너도나도 해외로 나가는 걸 보면 관행으로 굳어진 것 같다. 비판을 감수하면서까지 왜 다들 유럽행을 고집하는지도 의문이다.

의원 자신은 물론 언론, 시민단체, 주민들도 지방의회의 해외연수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알지만 개혁하려는 의지가 없기 때문에 번번이 되풀이 된다. 의원들의 해외연수 경비로 매년 1인당 250만원이 책정돼 집행하지 않으면 불용처리 되니 의원들은 비난에도 불구하고 해외로 떠나는 것이다. 열흘간 유럽에서 제대로 연수를 하려면 250만원으로는 턱없이 부족하고 값이 싼 여행사에 맡기니 전문성은 떨어진다.

문제가 있는 것을 알면서도 방치하는 것은 예산낭비이자 지방자치 발전을 막는 일이다. 1인당 몇 백만 원씩의 예산을 책정해 수학여행 가듯 상임위원들이 단체로 몰려갈 게 아니라 주제별 공모를 통해 지역현안과 의원 개인의 관심사에 맞춰 연수를 진행하는 것도 방법이다. 의원 스스로 사전 기획해 연수단을 꾸린 뒤 주도적으로 보고서를 작성하고 정책보고나 지역실정에 맞는 대안을 제시해야 연수 취지에 맞다.

지난 20여년 이렇게 해외연수를 다녀온 대전시의원이 한 명이나 있는지 모르겠다. 본인들 돈 쓰는 데 관대한 의회가 어떻게 집행부 예산을 철저히 감시할 수 있겠는가? 의원 개인이 개혁할 수 없다면 조례 개정을 통해 지방의회의 해외연수 시스템 자체를 개선해야 하고 시민단체의 감시방식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지방의회의 체질을 개선하고 의원의 자질을 높이려는 근본적 노력 없이는 지방자치의 미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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