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역에서 옛 충남도청사를 축으로 한 동구·중구 일대가 중소기업청의 근대문화예술특구로 지정돼 원도심 활성화에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대전시는 동구 중앙동, 삼성동, 인동과 중구 은행선화동, 대흥동 1.8㎢ 구간에 2021년까지 461억 원을 투입해 근대건축유산 재생, 근대문화예술 클러스터 구축, 젊음과 예술의 거리 조성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특화사업 등을 통해 1034억 원의 지역경제 파급효과와 565명의 고용효과도 내놓고 있다.

대전 원도심이 근대문화예술특구로 지정됐다고 해서 정부로부터 예산을 지원받는 것은 아니다. 지방자치단체가 특정구역을 설정해 특화전략을 추진함으로써 지역경제 발전 및 자립화 기반을 스스로 마련하라는 게 특구 지정 취지다. 대전과 세종만 특구가 없었지 전국적으로 187개 특구가 있으며 전남에는 무려 37개, 경북에도 28개나 된다. 교육특구, 한방특구, 패션특구, 문화특구 등 종류와 이름도 다양하지만 비슷한 특구가 수두룩하다.

충남만 해도 18개 특구가 있는데 금산인삼, 추부깻잎, 논산딸기, 강경젓갈, 청양고추·구기자, 예산사과, 한산모시 등 웬만한 지역특산물은 모두 특구로 지정됐다. 전국적으로 중복 사업들이 많다보니 성과를 내지 못하는 지자체에서는 특구 지정해제를 요구해 11개 특구가 취소됐다. 지자체가 요구하면 지정만 해줬지 예산지원 등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방안이 부실해 특구 자체에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전시가 투입하겠다는 461억 원도 국비는 17%에 불과하고 이마저도 이미 진행 중인 사업이어서 공모 등을 통해 국비를 추가 확보해야 한다. 특구로 지정됐다고 예산을 배정해 주는 게 아니니 전국적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해 일자리 창출과 관광객 유치 등 경제적 효과를 내지 않고선 시민 혈세만 축낼 우려가 있다. 조성한 뒤 무용지물로 전락하는 또 하나의 특화거리가 되지 않으려면 특구의 방향성을 제대로 설정해야 한다.

대전시가 설정한 근대문화예술의 산업화, 관광화, 생활화라는 3대전략과 20여 단위사업들은 기존 사업들을 망라한 백화점식이다. 특구의 특성을 보여주는 핵심사업이 무엇인지, 어떻게 전국의 관광객을 불러 모을지 모르겠다. 대전근대문화예술특구가 200개 가까운 전국 특구 중 살아남으려면 분명한 색깔이 필요하다. 우리보다 앞서 근대도시를 상품화 한 군산, 목포, 인천 같은 곳을 능가하는 대전만의 독특한 문화콘텐츠를 내놔야 한다.

원도심의 보석인 근대건축물들이 하나 둘 허물어져 가는 속에서 대전시가 근대도시 대전의 부활을 선언했다는 점은 칭찬할 일이지만 어떻게 특구를 가꿔갈지는 지금부터다. 근대문화와 예술, 산업을 한방에 해결하겠다는 거창한 목표보다는 공간을 잘 보존하고 스토리와 문화를 입혀 생명을 불어 넣는 일부터 시작하면 좋겠다. 원도심 문화의 핵심인 문화예술인과 활동가, 주민, 상인들을 한데 모아 상생의 아이디어를 모으는 게 그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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