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열의 세계 속으로] <18>

영국공원 꽃시계
제네바의 신시가지에 있는 코르나뱅역에서 곧장 구시가지(Vieille Ville)로 가려면, 역 광장에서 1번 버스를 제외한 트램을 타면 된다. 코르나뱅 역에서 레만 호까지 쭉 뻗은 약400m구간을 몽블랑 거리(Rue du Mont-Blanc)라고 하는데, 론 강 위에 놓인 폭 22m 길이 274m의 몽블랑 교를 지나면 구시가지이다.

구시가지에서 도로 왼쪽이 거대한 레만 호수이고, 오른편이 생피에르 교회를 중심으로 한 16세기의 중세건물들과 명품솝, 레스토랑들이 있다. 레만 호변에는 유람선 선착장․ 선상 레스토랑 등이 있는데, 선착장에서는 프랑스령 에비앙을 비롯하여 로잔, 시용 등을 운항하는 정기노선과 레만 호를 일주하는 유람선 코스 등이 있다. 또, 이곳에서는 여름철에 무료 콘서트가 자주 개최된다.

정승열 한국공무원문학협회 회장
그런데, 호숫가를 따라서 조성된 산책로에 만든 ‘영국공원(Jordin Anglais)’은 1854년 프랑스식 공원과 달리 인공적이지 않고 자연미를 살린 정원이라는 뜻에서 ‘영국공원’이라고 이름 붙였다(영국식 정원과 프랑스식 정원의 차이에 관하여는 2017.03.03. 베르사유 궁 참조). 영국공원에는 제네바 시당국에서 관리하는 직경 4m의 꽃시계가 있는데, 1955년에 만든 꽃시계는 제네바가 시계의 본고장이며 고급시계를 생산하는 도시라는 점을 상징하여 계절마다 색다른 꽃으로 시계를 만든다고 하지만, 그다지 의미 있게 보이지는 않았다.

그 옆에 칼과 방패를 들고 있는 두 명의 여전사의 동상이 있는데, 이것은 1815년 제네바가 스위스연방에 가입한 것을 기념하는 국가기념비로서 여전사 하나는 스위스연방을 다른 하나는 제네바를 지켜주는 수호신이라고 하니, 제네바가 스위스연방에서 얼마만큼이나 자존심을 갖고 있는 도시인지 짐작하게 해준다. 또, 그 옆에는 종교개혁의 선구자 칼뱅(Jean Calvin: 1509~ 1564)의 동상 등 제네바와 관련이 있는 유명 인사들의 동상이 군데군데 세워져 있다.

국가기념비
영국공원 왼쪽에는 장미원으로 유명한 그랑주 공원과 전 세계의 식물들을 구경할 수 있는 오비브 공원이 있다. 레만 호 반대쪽인 도로 오른쪽 길가에는 호텔․레스토랑․점포들이 즐비하고 그 뒤가 구시가지인데, 제네바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을 박물관으로 만든 메이슨 타벨 박물관(Maison Tavel)을 비롯하여 시청(Hotel de Ville), 부르드 푸르(Place du Bourgde four) 등이 있다. 특히 시청 앞의 그랑 거리(Grand Rue) 40번지는 계몽주의 철학자 루소의 생가이고, 그 뒤 블록인 칼뱅거리 11번지에는 종교개혁의 선구자 칼뱅(Jean Calvin: 1509~1564)의 집이 있다.

제네바는 11세기까지 신성 로마제국의 지배를 받다가 독일의 마틴 루터(Martin Luther: 1483~1546)와 함께 종교개혁운동을 벌인 칼뱅의 영향으로 1536년부터 ‘유럽 프로테스탄티즘의 로마’로 불렸는데, 구시가지에서 첨탑이 높이 솟은 생피에르 성당(Cathedrale de St․Pierre)은 제네바를 대표하는 건축물이자 종교개혁의 상징이다.

칼뱅 동상
즉, 1160년에 착공하여 한 세기 만에 완공된 생피에르 성당은 가톨릭교회였으나, 칼뱅의 종교개혁 이후 1535년부터 개신교회가 되었다. 고딕 양식인 교회는 교회라기보다는 박물관처럼 보이며, 내부는 스테인드글라스 창을 제외하면 매우 단조로운 모습인데, 이것은 종교개혁의 중심지로서 프로테스탄트의 금욕정신에 따라서 화려한 장식과 색채를 모두 뜯어내고 검소한 흰색으로 칠했기 때문이다. 교회의 뒤편 왼쪽 구석에는 칼뱅이 앉았던 의자를 보존하고 있다.

교회의 오른쪽에 있는 작은 예배당은 1536년부터 칼뱅이 죽던 1564년까지 신학을 강의하던 장소여서 ‘칼뱅 강당’이라고 하며, 생피에르 교회는 일요일을 제외한 매일 09:00부터 17:00까지 일반에게 공개하고 있다. 특히 교회의 북쪽의 연두색 종탑은 1407년에 세웠으며, 무게 6천㎏의 종을 지금까지 타종하는데, 157개 계단을 올라가면 제네바 시가지와 레만 호의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다. 교회는 무료입장할 수 있지만, 종탑 입장료로 4스위스 프랑을 받는다.

구시가지
생피에르 교회에서 동쪽으로 도보로 5분 거리에 있는 미술역사박물관은 15~20세기까지 활동했던 스위스 화가들의 작품과 이집트․그리스시대의 미술품, 제네바가 수집한 중세의 직물․시계․무기 등 역사적 가치가 있는 유물을 전시하고 있는데, 3번 트램을 타고 Athenee 정류장에서 하차하면 미술역사박물관이다. 입장료는 무료이고, 특별전시가 있을 때에만 유료이다.

또, 생피에르 교회에서 서쪽의 구무기고(Ancien Arsena)는 1588년 밀 창고로 지었던 건물을 신․구교의 종교전쟁 때 무기고로 사용했는데, 현재는 고문서관으로 이용하고 있다. 1층에는 나폴레옹전쟁 때 사용했던 대포 6문을 전시하고 있고, 내벽 아치형 틀에 알렉산더 클리그리아의 모자이크 벽화 3개는 ‘시저의 제네바 입성’, ‘14세기의 상업 풍경’, ‘16세기의 종교개혁’ 등의 주제를 갖고 있다. 2층에는 칼뱅 등 종교 개혁가들의 친필 문서들을 전시하고 있다. 

칼뱅 고택.
스위스 국기와 제네바 주기(州旗)가 펄럭이는 시청을 지나 뇌브(Neuve)광장 옆 바스시옹 공원(Promenade des Bastions)쪽 내리막길에는 유럽에서 두 번째 큰 제네바대학이 있는데, 12번 트램을 타고 제네바 대학 앞에서 내리면 된다. 제네바대학은 프랑스 프랑수아 1세의 박해를 피해서 스위스 바젤로 피신했던 칼뱅이 1559년 파렐(Farel)과 함께 제네바에서 종교개혁에 전념하면서 창설한 신학대학에서 유래하는데, 특히 대학의 맞은 편 바스티옹 공원에는 구시가지 벼랑을 배경으로 길이 100m, 높이 10m의 기다란 종교개혁기념비(Monument de la Reformation)가 있다.

칼뱅.
1917년 칼뱅 탄생 400주년을 맞아 종교개혁을 주창했던 인물들의 입상은 왼쪽부터 파렐, 칼뱅, 베츠(Beze), 크녹스(Knox) 등이고, 성벽 아래 쪽에는 수개 국어로 성서의 문구를 기록했다. 이것은 제네바가 개신교의 중심도시이자 제네바를 ‘유럽 프로테스탄티즘의 로마’라고 말하는지를 짐작하게 하는 증표가 되며, 개신교도들이 성지순례 코스이기도 하다.

시계는 스위스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산업으로서 1587년 이래 제네바의 대표적인 산업이 되었는데, 그것은 16세기 프랑스에서 박해를 피해 스위스로 피신한 칼뱅주의자 중 시계공들이 많은 결과로서 제네바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파텍 필립(Patek Philippe)․프랭크 뮬러(Franck Müller) 등 유명 고급시계의 본사가 있다.

코르나뱅역에서 6번․8번 버스를 타고 Malagnou에서 내리면 시계박물관인데, 1층에는 15세기부터 18세기에 이르는 모래시계․ 해시계․ 손목시계와 벽시계가, 2층에는 19세기~20세기의 시계들이 있다. 특히 유약을 바른 제네바 시계․음악이 나오는 자동시계․ 화려한 보석 시계 등 볼거리가 다양한데, 보석들이 박혀 있는 화려한 시계들은 시계가 아니라 하나의 예술품 같은 느낌을 준다. 또, 1시간․ 30분 또는 15분 간격으로 펼쳐지는 시계들의 향연을 감상할 수 있는데, 수요일부터 월요일까지 10:00~17:00 개관하며, 무료입장할 수 있다.

제네바는 수많은 국제기구에 종사하는 외국인, 각종 국제회의에 참가하는 방문객, 여행객들로 평일에는 음식점과 호텔예약이 하늘의 별 따기이지만, 물가가 너무 비싸서 주말에는 인접한 프랑스․이탈리아․독일․오스트리아로 떠나서 도시가 텅 비고, 호텔 객실이 남아돈다고 한다.

종교개혁비문.
종교개혁비.

종탑에서 본 제네바.

칼뱅 의자.

생피에르 교회.

무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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