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는 공식 선거운동 첫 날인 17일 전북 전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을 찾았다. '4차 산업혁명과 전주의 미래'라는 간담회에서 안 후보는 "전북은 오래전부터 4차시대에 가장 중요한 기반투자가 진행되고 있다”며 “탄소산업의 경우 국가가 관심을 보이기 이전에 지자체가 먼저 주도적으로 산업을 끌어 왔다”고 했다. 그는 "내가 전북에서 관심 있게 보는 것이 탄소섬유, 농·생명, 문화콘텐츠산업”이라며 "이 세 분야는 지자체가 아니라 국가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본다면 성공사례를 전국으로 확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앞선 7일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청주시 오송의 한 의료기기 생산업체를 방문해 충북도가 정책공약으로 제안한 바이오밸리를 완성하겠다고 밝혔다. 문 후보는 "충북도가 오송을 중심으로 충주와 제천을 잇는 국가 바이오산업벨트로 육성하겠다는 공약을 전한 바 있다”면서 “충북의 미래 먹거리를 위해서도 필요하고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도 꼭 돼야 하는 과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오송을 중심으로 ‘바이오밸리 충북 완성’을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돌아갔다.

대전을 찾은 두 후보는 대전시가 요청한 '4차 산업혁명 특별시' 조성을 공약했다. 안 후보는 18일 카이스트에서 가진 과학기술인 간담회에서 "과학기술인력이 향후 5년간 4만 명 정도는 더 필요하다"고 했고 중앙시장에 가서는 “대전을 4차 산업혁명 특별시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유세 첫 날 대전을 찾은 문 후보도 "대전이 힘차게 뛰어야 충청 경제가 살아난다"며 "대전을 동북아의 실리콘밸리이자 4차 산업혁명 특별시로 육성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들은 중앙시장과 으능정이거리에서 대전시가 대선공약으로 제안한 20개 과제 중 첫째인 '4차 산업혁명 특별시 육성'을 이야기했다. 대전에는 오송보다 더 번듯한 대덕특구가 있고 전주처럼 ICT를 다루는 대전정보문화산업진흥원이 있는데도 말이다. 대전정보문화산업진흥원은 카이스트와 불과 몇 백m 거리다. 우수한 연구 인프라와 2만여 박사급 연구원 등 4차 산업혁명의 기반으로 따지면 대전이 단연 최고인데 후보들이 대전에 와 찾아가는 곳은 현충원과 중앙시장이니 답답한 노릇이다.

중앙시장과 으능정이거리에서 대전을 4차 산업혁명 특별시로 만들겠다고 공언하는 후보들만 탓할 일은 아녀 보인다. 대전시가 내놓은 '4차 산업혁명 특별시' 공약과제를 보면 4차 산업혁명 특화단지와 스마트공장 집적화단지 등 ICT 기반의 융복합 첨단산업단지 조성이 주 내용이다.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증강현실(AR) 등 첨단개념들은 다 갖다놨지만 무엇을 어떻게 해달라는 것인지, 컨트롤타워가 어디인지 분명치 않다. 4차 산업혁명 특별시 육성 전담팀을 가동하겠다는 얘기를 권선택 시장이 지난 2월에 했으니 시민적 공감대도 부족하다.

안 후보가 극찬한 탄소산업을 위해 전북도는 지난 2006년부터 탄소융합기술원과 관련 기업들을 유치했으며 전주에 탄소소재 국가산단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충북 역시 오송을 넘어 충북 전역을 바이오밸리로 구축하기 위해 바이오과학기술원 설립, 오송 제3 생명과학국가산업단지, 충주 당뇨 바이오 특화도시, 제천 천연물산업 종합단지 조성 등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이들은 급조된 공약이 아니라 10년 이상 체계적으로 기반을 닦고 지속적으로 추진해온 지역의 미래 먹거리다.

대전시가 제안한 4차 산업혁명 특별시는 구호에 그칠 공산이 크다. 그러니 후보들도 대덕연구단지나 대전정보문화산업진흥원에 가서 얼마를 들여 어디에 무얼 해주겠다고 말하지 않고 시장에서 4차 산업혁명 특별시를 외치는 것이다. 관련 산업은 모두 타 지역이 독차지하는데 우리끼리만 4차 산업혁명 특별시라고 떠들면 뭐하나? 선언적 의미의 이름 선점이 중요한 게 아니라 실행 가능한 대전의 미래 먹거리를 하나라도 챙기는 게 급하다. 자치단체마다 숙원사업을 대선공약에 포함시키기 위해 열을 올리는데 대전시도 치밀하고 전략적인 대응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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