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헌석의 예술계 산책] 오소림 소설가 <돌아서 가는 길>

대전에서 활동하고 있는 오소림 소설가의 4권째 소설집 <돌아서 가는 길>이 발간되었다. 오소림 작가는 동화집 <욕심 많은 다람쥐>, 단편소설집 <걸인 여자> <떠있는 섬>, 장편소설 <움직이는 산> 등을 발간하였다. 특히 80대의 노작가는  <움직이는 산> 후속 작품으로 발간한 <돌아서 가는 길>에 이어 새로운 장편소설을 집필하고 있다고 밝혀 주위를 놀라게 하고 있다. 일제 강점기와 해방공간, 그리고 시대의 아픔을 담고 있는 3권 시리즈 대하소설이 될 것으로 보인다.

리헌석 전 대전문인협회장·문학평론가 겸 아트리뷰어
오소림 작가는 장편소설 <돌아서 가는 길>의  발간 의미를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2012년 장편 <움직이는 산>을 출간하고 4여년 동안 집필한 <돌아서 가는 길>을 발간하게 되어 기쁘다. 부모님이 겪으신 시대적 불행을 함께 체험했으며, 그 당시 민족사의 굽이굽이를 글로 증언하고 싶었다. 특히 내가 태어난 이듬해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났고, 이어 8·15해방을 맞이한 나는 동족상잔의 전쟁 6·25까지 겪게 되어 근대 민족의 수난사 중심에 있었다."

이 소설은 ‘돌아서 가는 길 1’부터 13번까지 되어 있다. 1번의 한 부분은 다음과 같다.

"일제가 강요하는 신사참배, 그리고 황국신민맹세, 궁성요배는 빼먹고 못해도, 하느님게 드리는 기도는 잊은 적이 없다. 그런 예배 모임도 숨어서 해야 했다. 일제의 종교 탄압은 공공연히 이루어졌다. 그들의 식민지화 정책에 종교는 방해가 되기 때문이었다. 어렵게 얻은 아들놈은 원수의 나라 여인에게서 피를 얻어 밀양 박씨 자손이 되어 대대로 이어질 것이고, 큰 여식은 자식을 버린 채 집을 나간 뒤 소식도 없고, 작은 여식은 소박을 맞고 돌아와 함께 자란 행낭의 자식과 눈이 맞았다."

오소림 작가(가운데)와 돌아서 가는 길, 움직이는 산.
당시 한 가정의 예를 들었지만, 예의를 갖추며 살던 반가(班家)를 통하여 일제 강점기 나라를 빼앗기고, 이어서 가족이 붕괴되어 가는 과정의 삶을 사실적으로 그려냈다. 주인공 조선의 유민 재승과 일본인 미야꼬의 사이에서 태어난 박지성, 이들의 갈등을 통해 작가는 나라 없는 아픔을 작품에 담아내고 있다. 주인공 재승은 "강에 늘어진 버들가지가 강물에 젖는다고, 강이 버드나무를 소유했다고 하겠는가. 가지는 분명 버드나무의 가지가 아닌가. 난 조국이 그리웠고, 조국이 나를 필요로 하였을 터, 버들가지 파름한 연둣빛 속에 풍기는 풋내 같은 조국"을 그리워할 뿐이었다.

끝으로 오소림 작가는 "자신의 이데올로기만 옳다는 생각이 비극을 잉태해 많은 사람들에게 불행을 안겨주고, 그 오점을 역사로 남겨 놓는다. 진실이든 거짓이든 이를 기록하기로 하였다"고 밝히면서 "널리 보면 작은 일들일지 모르지만, 개인으로서는 감당하기 벅찬 일들이었다. 이런 역사를 소설로 쓰면서, 다시는 이런 불행이 지구상에 없기를 바란다"고 평화를 소망하였다. 그래서 <움직이는 산>에 이은 <돌아서 가는 길>의 후속 작품이 기대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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