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눈] 대선후보들 원론적 입장만 되풀이, 구체적 실행계획 제시해야

  


대통령선거 본선구도가 확정되면서 대전에 보관 중인 핵폐기물을 조기에 반출시킬 수 있도록 대선 주자들을 압박해야 한다는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등이 대전 방문을 통해 핵폐기물 반출을 약속하긴 했지만, 원론적인 약속에 불과할 뿐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밝힌 대선주자는 아직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문재인 후보는 지난달 22일 대전시의회에서 충청권 공약을 발표하면서 “(대통령이 되면) 외부에서 반입된 사용 후 핵연료 등 폐기물은 빨리 반출시키도록 조치하겠다”고 약속했다.

나흘 뒤인 26일에는 대전MBC에서 주최한 충청권 대선주자 토론회에서 참석해 “대전에 방사성폐기물 불법 처리뿐 아니라 사용 후 핵연료가 대량으로 반입됐고 보관 중인 중·저준위 폐기물도 경주의 5배에 달한다”며 “제가 집권하면 대전에 보관된 방폐물을 반출하고 관련 정보도 투명하게 알리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기도 했다.

안철수 후보는 아직까지 이 문제에 대한 직접적 언급이 없었다. 다만 당 차원의 원론적 입장이 나온 바 있다.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는 지난 2월 27일 대전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에서 원자력연구원의 방사성 폐기물 무단 폐기 논란 등을 거론하며 “당 차원에서 국가가 방사성 폐기물을 관리하도록 조치하겠다”고 약속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지난 3일 국회에서 가진 지역언론인클럽 공동인터뷰에서 “발생자 책임원칙에 따라 반환해야 할 것”이라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그는 “정부가 조치할 수 있도록 의원입법을 통해서 법으로 안전장치를 담보하겠다”며 “근본적으로 사용후 핵폐기물을 안전하게 처리할 수 있는 기술개발을 서두르고 처리장 설치도 검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한국원자력연구원의 폐기물 무단처리 논란이 일었던 지난 2월 말 "중간조사 결과가 나온 만큼 남은 부분도 철저히 조사해 진실을 밝히고, 예산이 들더라도 제도적으로 정비할 것이 없는지 철저하게 살피고 챙기겠다"고 원론적 약속을 했다.

물론 당론으로 '탈핵'을 주장하고 있는 정의당과 심상정 후보의 입장이 가장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심 후보는 2월 초 원자력연구원을 방문해 세계적 반핵정책을 언급하며 파이로프로세싱 연구 중단 등 근본적 조치를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전시민에게 가장 위협적으로 인식되고 있는 방사성 폐기물 반출에 대한 구체적 실행계획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대선후보들이 원론적 입장만 밝히고 있을 뿐, 반출시점과 재원투입 계획 등을 언급하지 않아 실행력이 담보된 약속으로 보기 어렵다는 의구심도 제기된다.

4일 권선택 대전시장이 시의회 시정질의 답변을 통해 밝힌 내용을 살펴보면, 대전의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보관량은 무려 2만 9000드럼에 이른다. 이중 대부분인 1만 9326드럼은 한국원자력연구원에 보관 중이다. 시는 올해부터 1000드럼씩 경주방폐장으로 이송하면 2030년이나 돼야 전량이송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소요되는 재원은 1666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한전원자력연료와 원자력환경공단이 보유 중인 나머지 중·저준위 폐기물도 현재로선 즉각 반출이 어려운 상태다. 권선택 대전시장은 “원자력환경공단 소유 폐기물은 2015년부터 매년 400드럼씩 반출이 시작됐으며 2020년까지 전량 이송할 계획이며, 한전원자력연료에 보관중인 8104드럼은 올해부터 반출을 시작해 2030년까지 완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진행 중인 반출계획대로라면 십수 년 후인 2030년이 돼야 전량반출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대선 후보들의 “임기 내 반출” 약속이 나와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인 ‘사용 후 핵연료’ 반출계획은 요원하다는 점이다.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0월 25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대전에 보관 중인 ‘사용 후 핵연료’ 1699봉을 2021년까지 폐연료봉 생성지인 부산 고리원자력발전소 등으로 되돌려보낼 계획이다.

그러나 최근 부산지역 정치권에서는 ‘재반입 불가’ 입장을 밝히고 있어, 정부계획이 제대로 이행될지가 불투명해졌다. 부산 출신인 문재인 후보가 “대전에 보관 중인 사용 후 핵연료 등 폐기물을 반출시키겠다”고 약속한 바 있지만, 부산에서 반대여론이 들끓을 경우 모호한 입장을 취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본선행이 확정된 대선후보들을 상대로 대전의 원자력 안전 이슈를 강하게 압박하고 구체적 실행계획을 약속받아야 할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저작권자 © 디트NEWS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