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부족한 지역언론 스킨십, 응원과 조언 '무색'

지난 달 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안희정 충남지사와 참모진, 국회 출입 충청권 기자들이 간담회를 마치고 한 기념촬영. 이날이 안 지사와 출입기자들의 처음이자 마지막 만남이었다. 안 지사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당사에서 진행한 마무리 기자회견마저 충청권 언론에는 공지되지 않았다.
지난 달 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안희정 충남지사와 국회 출입 충청권 기자간담회가 있었다. 대전과 충남, 충북지역 출입기자 10여명이 전원 참석했다.

충청대망론을 바라는 지역사회의 입장을 대변하는 기자들이었지만, 안 지사와 마주 않아 이야기를 나눈 건 그날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안 지사는 그날 그동안 소홀했던 지역 기자들에게 참 미안해했다. 오죽했으면 첫 인사가 “전국적으로 뛰다보니 지역 고향 언론인들께 인사를 더 자주 못 드려서 죄송하다”였다. 그러면서 “2017년 제 포부와 도민들께 드린 약속을 실천하기 위해 열심히 도전하겠다. 지역 언론인들도 많이 응원해 달라”고 청했다.

출마 때부터 마무리까지 지역 언론 '무관심'

그 바람과 부탁대로 지역 언론은 그의 대선 가도에 조언과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2010년 안 지사가 첫 도지사에 도전할 때 “충청도의 새로운 대표선수가 되겠다”고 한 약속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말이다.

지난 3일, 더불어민주당 경선에서 안 지사는 문재인 전 대표에게 밀려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선 기간 그가 보여준 정치적 소신과 신념은 국민들에게 ‘안희정’이란 이름 석 자를 각인시킨 계기가 됐다.

이재명 성남시장에게 0.3%포인트 앞선 2위 기록도 차기 주자로서의 입지를 다질 수 있는 유의미한 결과였다. 충청 출신 대선 주자의 자존심을 지켜주기 위해 지역 언론은 과분한 수식어를 써 가며 그의 도전을 포장했다. 하지만 안 지사에게 ‘유종의 미’는 없었다.

여의도당사 마무리 회견마저 충청권 언론 공지 안 해

안 지사는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마무리 기자회견을 가졌다. 그러나 충청권 언론은 그 자리에 끼지 못했다. 사전 공지나 안내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중앙언론 보도 이후에야 회견을 한 사실을 알았다. 충청권 기자들은 아쉬움 섞인 탄식을 쏟아냈다.

그동안 안 지사 측이 국회 출입 충청권 기자들에게 해 온 행태를 곱씹어보면 여간 실망스러운 게 아니다. 실례로 지난 1월 6일, 박수현 대변인이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안 지사의 대선 공식 출마 기자회견 날짜를 공지했다. 그날도 안 지사 측은 충청권 언론에는 간담회 일정을 알리지 않았다. 당시 안 지사 측은 “실수였다”고 해명했다.

대선 출마 선언 전에도 그랬지만, 이후에도 안 지사는 충청권 기자들과 직접적인 스킨십을 가진 적이 없다. 안 지사 특유의 언론관 때문이라고 이해하기도 힘들다. 중앙지나 대선후보를 밀착 취재하는 ‘마크맨’들에게는 유독 남다른 관계를 유지했기 때문이다.

지역 언론 스킨십 유독 부족, 안타까운 탄식만

기자는 만 2년 남짓 국회를 출입했다. 처음 국회를 출입했을 때 동료 기자들에게 들은 얘기가 아직도 뇌리에 맴돈다. 안 지사가 대선 출마설이 나오면서도 국회에 올 때마다 지역 출입기자들에게는 공지를 하지 않는다는 거였다.

다음 날 중앙지 보도를 통해 안 지사가 국회를 다녀간 사실을 접한다는 게 충청권 기자들의 토로였다. 2년을 겪어보니 그 말은 사실이었다. 안 지사는 이제껏 국회를 드나들면서 지역 기자실에 얼굴 한번 비치지 않았다.

기자는 지난 2월 당 대선 예비후보로 등록한 뒤 가진 국회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그에게 지역 언론과의 관계를 물었다.

안 지사는 “도지사가 중앙에 가서 첫 발언을 하면 지역 언론이 자존심 상할 것 같아서 서울에서 기자회견 하기 전 도청 기자실에서 2차례 미리 간담회를 했다”고 했다.

‘지역 언론이 자존심 상할 것 같아서’라는 대목에서 무언가 꽉 막히는 기분이 들었다. 국회 출입기자들과는 소통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서 도청 기자들만 충청도 기자들로 인식한다는 말로 들렸다.

오늘(4일) 서울에서 마지막 기자회견 때 충청도 기자들은 ‘몰라서’ 못 갔다. 안 지사는 또 내일(5일) 충남도청 기자들과 간담회를 갖는다. 국회를 출입하는 충청도 기자들로서는 창피를 넘어선 수모다.

비단 안 지사의 무능과 무책임만 탓할 일도 아니다. 참모진들의 안이한 태도와 자세가 더 실망스럽다. 어제(3일) 경선 직후 안 지사의 단체 카톡방에 있던 공보특보와 공보담당은 무엇이 그리 급한지 내빼듯 나갔다. 그래서 마지막 일정 공지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유종의 미’는 흔히 패자가 스스로 위안거리를 삼을 때 자주 쓰는 문구다. 그런 점에서 안 지사의 이번 도전에 ‘유종의 미’는 빠졌다. 안 지사의 귀향길에 최소한 지역 언론이 박수 칠 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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