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대선 예선전이 끝났다. 대선후보 경쟁에 참여했던 안희정 충남지사는 승리하지 못했다. 2위에 머물렀지만 절반의 성공을 거두었다. ‘차기’를 바라볼 수 있는 발판은 마련했다. 안 지사가 앞으로 무엇을 더 준비해야 하는지도 알게 되었다.

안 지사는 이번에 ‘통합 정치인’의 이미지를 얻었다. 민주당 후보로선 어울리지 않게 사드에 찬성하고 보수당과도 함께 하겠다는 대연정론을 폈다. 이런 주장을 펼치면서 그는 진보 보수를 아우를 수 있는 ‘통합 정치인’으로서의 이미지를 심었다. 통합 정치가 절실한 때가 오면 강력하게 부상할 수 있는 카드가 되었다.

통합 정치론은 아직 장벽이 너무 높았다. 대연정 제안은 당내에서 인정받지 못했다. 중도 보수층에서 그의 통합정치론 관심을 보였을 뿐 자신의 당 안에서는 거의 지지받지 못했다. 당내에는 그가 민주당 후보가 맞나 하는 의문까지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합정치는 그의 자산이 되었다. 통합이 절실히 요구될 때 그는 강력한 후보에 오를 수 있다. 국민들은 갈등과 분열의 정치에 질려 있다. 지금과 다른 정치를 보여줄 사람이 있다면 기꺼이 그를 선택할 것이다. 안 지사의 소득은 적지 않다.

그러나 한계점도 노출시켰다. 사람들은 그의 대연정 주장에 필요성을 인정하고 많이 주목도 했지만 현실성에 대해선 고개를 갸웃거리는 반응이 많았다. ‘싸우지 말고 다 같이 정치해보자’는 말이 좋긴 한데 그게 가능하겠느냐는 지적에 안 지사는 반론할 수 없었다. 그 스스로도 “뒷감당을 할 수 없었다”고 했다.

그의 대연정에 단순히 보수층을 끌어들이기 위한 ‘역선택 전략’이란 시각도 적지 않았다. 안 지사는 이제부터라도 그 답을 준비해야 한다. 대연정을 어떻게 이룰 수 있을지 그 가능성을 보여주어야 한다. 당장은 충남지사로서 보여줄 수 있는 통합정치를 시도해볼 필요가 있고, 앞으로 중앙정치무대로 진출한다면 이를 실천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말의 정치’ 넘어 ‘행동’으로 국민에게 다가가야

‘말 정치’의 한계도 드러났다. 안 지사의 말이 국민들에게 들리기 전까지  그의 지지율은 바닥이었다. 국민들은 안희정이란 정치인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몰랐다. 그의 사드 반대와 대연정 제안이 주목받으면서 지지율이 요동쳤다. '선의 발언'이 그의 발목을 잡았지만 ‘말 실수’ 때문에 패한 것은 아니다. 문재인이나 이재명 후보에게 선의 얘기가 나왔다면 아마 안 후보와는 달랐을 것이다.

안 지사는 말을 넘어 행동과 실적으로 자신의 통합 능력과 의지를 증명해야 한다. 그는 문재인과 이재명에 비하면 - 다른 보수후보까지 합쳐도- 국민들이 가장 모르는 정치인이다. 학창시절 혁명을 꿈꿨다는 운동권 도지사가 사드에 찬성하고 새누리당(자유한국당)과도 손잡겠다고 말하는 모습에서 사람들은 “아니, 안희정이 그런 사람이었나?”하는 생각을 갖게 되었지만, 정말 그럴까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안 지사가 누군지는 여전히 모른다. 말만 가지고는 국민들의 마음 속에 파고들기 어렵다.

정치는 싸워서 이기고 권력을 잡는 게 현실에선 중요하지만 통합정치는 그 이상의 가치다. 안 지사가 외친 통합은 더 큰 정치임은 분명하다. 안 지사는 적어도 그런 정치에 가장 앞장서는 정치인의 인상을 남겼다. 그가 내건 ‘대연정’ 깃발은 그의 정치 구호가 되었다. 이번엔 어려웠지만 다음번엔 힘을 발휘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앞으로도 당 안에선 거부당하고 당 바깥에선 의심받는다면 그의 통합정치는 설 곳이 없다. 어정쩡하게 중간지대에만 머물다가 끝나버릴 수도 있다. 안 지사 자신에게 달렸다. 말보다 행동으로 국민들에게 다가가며 진정성을 보인다면 얼마든지 가능성이 있다. 안 지사가 능력과 의지를 보여준다면 국민들은 기회를 줄 것이다. 안 지사의 정치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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