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형 간염바이러스의 선천성 면역회피 기전. B형 간염바이러스가 감염되면 이를 제거하기 위하여 인터페론 등 다양한 사이토카인이 면역세포로부터 분비되어 바이러스를 제거하는 단백질들을 만들어 내게 된다. 이 중 하나가 TRIM22라는 단백질인데, 이는 바이러스 유전자의 전사를 막음으로써 항바이러스 효과를 나타낸다. 그러나, B형 간염바이러스의 HBx라는 단백질이 이 TRIM22의 발현을 후성유전학적인 기전을 통해서 막음으로써 결국 바이러스가 사이토카인에 의한 선천성 면역으로부터 살아남아 만성 감염을 일으킨다.

한국연구재단(이사장 조무제)은 김균환 교수(건국대) 연구팀이 박은숙 교수(건국대), 임거흔 박사(건국대)와 함께 세계최초로 동물 모델과 사람의 간세포를 이용하여 B형 간염바이러스(HBV)가 사람의 면역기능을 회피해 만성간염으로 나아가는 원리를 찾았다고 29일 밝혔다.

B형 간염바이러스는 만성간염과 간경화, 간암 유발의 주된 원인으로 알려진 간염바이러스의 일종이다. 만성간염의 75% 이상이 B형 간염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다고 알려졌다. 

김균환 교수

박은숙 교수

B형 간염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면역반응이 일어난다. 면역세포는 사이토카인과 같은 항바이러스 단백질을 통해 바이러스를 제거한다. 그러나 B형 간염바이러스는 면역을 회피해 만성간염을 빈번히 유발한다.

사이토카인은 세포로부터 분비된 후 다른 세포나 분비한 세포 자신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단백질들로서, 인터페론(interferon), 인터루킨(interleukin), 종양괴사인자(tumor necrosis factor) 등이 포함된다.

연구팀은 B형 간염바이러스의 에이치비엑스(HBx)*라는 단백질이 인체 내 바이러스를 제거하는 단백질인 트림22(TRIM22)의 발현을 억제함을 발견했다. 사이토카인에 의해 발생하는 TRIM22는 바이러스의 전사를 막는 강력한 항바이러스 단백질이다. 이 TRIM22가 발현하지 못하면서 면역을 회피하여 만성감염을 유발하는 것이다.
    * HBx : B형 간염바이러스가 만드는 단백질 중의 하나로써 바이러스의 복제 및 간질환 유발을 일으킨다고 알려져 있음.
    * TRIM22 : Tripartite motif-containing 22의 약자로, 여러 바이러스에 대해 항바이러스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단백질.

질량분석법을 사용해 HBx 단백질이 TRIM22의 유전자 mRNA의 5-미번역 부위(5‘-UTR)부위에 있는 하나의 CpG에 메틸화를 시킴으로써 유전자의 전사를 억제함을 확인했다.


*5‘-UTR(untranslated region) : 모든 유전자의 메신저(mRNA) 개시코돈 (initiation codon) 앞부분에 있는 부위로서 mRNA의 번역을 조절할 수 있음. 
*CpG 메틸화 (Cytosine-phosphate-Guanine Methylation) : 유전자의 DNA 염기 서열 중에서 시토신(C, cytosine) 바로 뒤 구아닌(G, guanine)이 연결된 경우 시토신에 메칠기라는 작은 분자를 붙이는 것. 이 부분에 메칠기가 붙으면 대개는 유전자 발현이 저해된다.

이 연구성과는 마우스를 이용한 동물모델을 통해서 동일한 효과를 확인했다. 최종적으로 B형 간염으로 수술한 환자의 간세포와 간조직을 이용하여 결과를 검증했다.

김균환 교수는 “이 연구성과는 B형 간염바이러스가 어떤 방법으로 인체의 면역반응을 회피해 우리 몸속에서 계속 살아남는지에 대한 과정을 밝힌 것”이라며 “향후 항바이러스 단백질들의 활성을 인위적으로 조절하여 완전한 만성 B형 간염 치료제 개발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연구의 의의를 밝혔다.

이 연구성과는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연구재단의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의학 분야의 국제학술지인 거트(Gut)에 3월 24일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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