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단체 "조례제정 의지 없다" 비판… 박병철 의원 "책임 통감"

대전시의회 교육위원회가 지난 1월에 이어 28일 대전학생인권조례안 심의를 유보한 걸 두고 시의회에 대한 책임론이 나오고 있다.

대전학생인권조례는 지난해 박병철(더불어민주당, 대덕구3) 의원이 발의해 제정이 추진된 것으로 지난 1월 심의 유보된 데 이어 28일 또 다시 유보됨으로써 조례 제정 자체가 불투명하게 됐다.

1년간 표류하다 무산된 대전과 달리 서울, 경기, 광주, 전북 등은 이미 학생인권조례가 제정 공포됐다.

전교조 등 14개 단체로 구성된 대전청소년인권네트워크는 27일 대전시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권연대 “상임위 통과도 못 시킬 조례안 왜 발의했나"

그동안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추진하던 대전청소년인권네트워크와 정의당 대전시당은 시의회를 강하게 규탄하고 나섰다.

대전충남인권연대 이상재 사무국장은 "상임위원들 사이에 충분히 논의해 표결할 수 있던 것을 두 번씩이나 유보한 것을 보면 조례 제정 의지가 없던 것으로 보인다"며 "상임위에서 통과도 못 시킬 조례안을 뭐 하러 발의했느냐"고 항의했다.

이 국장은 이어 "설문조사 결과 대전지역 학생의 74.5%, 중·고교 교사의 68.9%, 학부모의 86.1%가 학생인권조례를 필요하다고 한 것을 의회가 비이성적 세력들의 ‘떼법 행위’에 굴복한 의원들의 무책임한 행동"이라며 "조례가 재상정될 가능성이 희박한 만큼 단체 차원에서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지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국장은 "합리적 토론 공간으로 나와 조례안에 대한 찬반을 논의하면 될 것을 비이성적 집단시위를 벌인 것 자체가 학생들에게 부끄러운 일"이라며 "이런 세력들에게 굴복해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거부한 교육위원들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시민들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의당 대전시당 “교육위원 무책임·무소신 조례 유보 민주당 책임져야”

정의당 대전시당은 교육위원들의 무책임과 무소신 때문에 조례가 유보됐다며 "민주당이 책임지라"고 비판했다.

정의당은 "학생인권이 교육과정에서 실현될 수 있도록 조례가 제정돼야 한다는 취지에는 동감하나 위원들의 종합적인 의견은 심의를 유보하자는 것이라는 심현영 의원의 발언은 앞뒤조차 맞지 않을 정도로 옹색하다"며 " 이미 한 번 유보한 사안을 결정하지 않고 또 유보를 택한 것은 ‘소낙비는 피하고 보자’는 무책임, 무소신 때문으로 차라리 부결이라도 시켰으면 이렇게까지 부끄럽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민주당에 대해 "조례 심의 전날에는 ‘학생인권조례의 취지에 동의하지만 기자회견 참석은 어렵다’는 의사를 밝히고 다음 날 유보에 동의함으로써 하루 만에 입장을 뒤집어 버렸다"면서 "대전시의 여당이자 의회의 다수당임에도 논란이 되는 사안에 단 한 번도 분명한 입장을 내지 못했다"고 규탄했다.

40여개 단체로 구성된 건강한 대전을 사랑하는 범시민연대(대표회장 유병로·이은상·윤재성)는 지난 23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박병철 의원 “상임위원장으로서 책임 통감”

이에 대해 조례를 발의한 박병철 의원은 "상임위원장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했다.

박 의원은 "조례를 발의한 사람으로서 동료 의원들을 설득하지 못한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 "학생, 교사 등 대전교육에 인권문화를 만들자는 고민에서 출발한 조례인데 반대 세력에 의해 추진하지 못해 유감"이라고 밝혔다.

가부 결정을 하지 않고 또 다시 유보처리한데 대해 박 의원은 "찬반 논란을 종식시키기 위해서라도 가부결정을 했으면 좋았을 것을 유보돼 논란의 불씨가 더 남은 것 같다"며 "원안가결하려고 노력했지만 결과적으로 표결도 이끌어내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조례 재상정에 대해 박 의원은 "논의 과정 속에서 재상정 기회가 있을지 몰라도 쉽지 않을 것"이라며 "조례안을 놓고 찬반 쪽에서 심도 있는 논의를 했다면 좋았을 것을 반대세력들이 공청회를 무산시키는 등 집단행동을 벌이고 표결도 못해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추진하는 타 시·도에도 안 좋은 영향을 미칠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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