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 눈] 이래서 안희정 지사가 '대연정' 쉽게 인식했나?


'안희정' 하면 떠오르는 화두는 '대연정'이다. 그가 더불어민주당 대선경선에 참여하면서 던진 '대연정' 화두는 그의 승리 여부와 관계없이 정치권에 상당히 오랜기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대연정 발언 당시, 안 지사는 “새누리당과도 파트너가 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누구든 개혁과제에 합의한다면 구성할 수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야권 지지세력으로부터 “적폐세력과 손을 잡으려 한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안 지사의 이 같은 발언은 어떤 자신감에서 나왔을까? 그는 “보수세력 강한 충남에서 도지사로 두 번 선택받았고,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이 압도적으로 많은 충남도의회와 대화와 협치를 통해 무상급식 등 진보정책을 무탈하게 관철했다”고 밝혀 왔다.

현재 충남도의회 의원 40명 중 자유한국당은 27명이나 된다. 더불어민주당은 11명에 불과하고 국민의당 의원 1명, 무소속 1명 등이다. 숫자로만 본다면 안 지사의 설명이 그럴 듯하게 들린다. 

그러나 바른정당 후보로 뛰고 있는 남경필 경기지사처럼 연정부지사 선임 등 실제 도정에 연정을 실험한 사례가 없다. 엄밀히 말하면 경험이 없다. 그럼에도 그가 확신을 갖는 까닭이 무엇인가. 늘 의문을 갖던 차에 오늘(28일) 열린 충남도의회 제294회 임시회를 보고 깨달은 것이 있다.  

이번 임시회에서는 올해 첫 도정(교육행정) 질문이 있었다. 도정(교육행정) 질문은 도의원들이 공식적으로 현안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최고 책임자(도지사, 교육감)의 답변을 들을 수 있는 제도다. 회의록에 담겨지는 만큼 이 자리에서의 대화는 공신력과 함께 막중한 책임감이 뒤따른다. 도의회가 도정을 견제하는 핵심적인 공식일정 중 하나다. 
 
질문에 나서기로 한 의원은 총 5명. ▲김홍열 의원(청양, 자유한국당)은 안 지사의 대권도전에 따른 도정공백과 의료원 인사문제 등을 ▲윤지상 의원(아산4, 더민주)은 각종 위원회와 센터의 효율적 관리방안과 민관협치 활성화를 ▲전낙운 의원(논산2, 자유한국당)은 충남문화제 정책과 3농혁신 ▲백낙구 의원(보령2, 자유한국당)은 정책예산 균형 문제와 도교육청 비위 예방 대책 ▲오배근 의원(홍성1, 더민주)은 내포신도시 축산악취의 근본적 원인 등 24건(도정 18건, 교육행정 6건)을 따질 예정이었다.

예고만 요란했던 ‘용두사미’…희미한 존재감에 ‘의정공백’ 우려 


올해 첫 도정질문인데다 안 지사의 대선출마로 인한 도정공백 등 날카로운 질문이 제기될 것으로 기대감을 모았다. 도의회의 홍보자료를 접한 언론도 ‘도정공백 집중포화 예고’, ‘안 지사 겨냥 융단폭격 예고’ 등의 예고기사를 내보냈다. 

하지만 정작 질문에 나선 의원은 전낙운, 백낙구, 윤지상 의원 등 3명뿐이었고, 2시간여 만에 막을 내렸다. 기대가 커서였는지 유독 싱겁게 느껴진다. 도정질문 특성상 이처럼 짧고 간결하게 지나는 일은 이례적이라는 것이 도의회 관계자의 전언이다.

김 의원의 도정공백이나 오 의원의 내포신도시 악취문제 등 취소된 질문들의 내용은 공교롭게도 안 지사의 최근 행보를 겨냥하고 있다. 취소 이유를 알아보니 오배근 의원은 서면질의로 대신하기로 했고, 김홍렬 의원은 안 지사 참석을 요청했지만 불참을 통보하자 다음 회기 때 질의한다며 어제 갑자기 취소했다고 한다. 

안 지사는 더민주 경선을 위해 4월 4일까지 연가 중이다. 안 지사의 도정공백을 지적할 각오였다면 참석여부와 상관없이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직접 말할 수 없으니 무슨 소용이 있나 싶었다”는 명분에 아쉬움이 남는다. 

때마침 남궁영 행정부지사와 김 의원이 본회의 전날 만났다는 목격담도 들린다. 직무대리로 활동 중이기에 임시회를 앞두고 도의원과 얼마든지 협의를 가질 수 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봤을 땐 김 의원의 변심에 큰 영향을 미친 대화가 오갔을 것이라고 짐작케 한다. 

안 지사가 불참하고 남궁영 직무대리가 답변에 나서서 그랬는지, 이날 본회의장의 의사봉도 윤석우 의장이 아닌 신재원 부의장이 잡았다. 확인결과 특별한 일정 없이 사회권을 양보했다고 한다. 

안희정 지사가 자유한국당 의원들과 ‘대연정’을 자신했는지 수긍이 간다. ‘도정공백’ 대신 ‘의정공백’이 우려된다는 충남도 한 출입기자의 일침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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