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남의 인생과 처세] <302>

우리 국민 모두는 비통한 마음으로 불행한 역사의 한 장면을 지켜보아야 했다.
헌정사상 최초로 현역 대통령이 탄핵을 받고 임기를 열한 달 남겨둔 채 청와대를 쫓겨나는 모습이었다.

▴ 겸손했더라면!
우리 헌정사 70년에 박근혜 대통령을 포함해 모두 11명의 대통령이 있었다.
이 중 8명은 망명, 쿠데타, 암살, 자살, 탄핵 등으로 비운(悲運)의 대통령이 되었고 3명은 평탄치 않은 임기 말년을 보냈다.
그야말로 11명의 대통령 중 박수 받으며 떠난 대통령이 단 한명도 없었으니 참으로 불행하고도 비참한 우리 정치사가 아닐 수 없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정치적 이유가 있었겠지만 보다 근원적인 원인은 그들 자신이 하나같이 겸손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나같이 자기 자신에게 겸손하지 못했고 국민에게 겸손하지 못했고 역사 앞에 겸손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동서고금의 역사 속 수 많은 영웅호걸이나 경세가들이 큰 공과 업적을 세우고도 비명횡사한 것은 공적을 쌓는 데는 성공했으나 자기 자신을 다스리는 데는 실패했기 때문이다.
즉 겸손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가나 개인의 흥망성쇠가 한결 같이 겸(謙)과 만(慢)에 달려 있다 하였다.
즉 겸손으로 일어났다가 자만으로 쇠하게 된다 한 것이다.
 
▴‘겸손’이란 산처럼 높지만 땅처럼 낮추는 것이다.
주역에서 겸(謙)의 뜻을 나타내는 괘명은 땅(地) 아래 산(山)이 있는 상(象)의 지산겸(地山謙)이다.
풀이해보면, 산처럼 높은 학덕이나 재능이 있더라도 땅처럼 낮다고 생각하고, 산처럼 높은 공을 세웠다 해도 땅처럼 낮추는 것이 겸(謙)의 뜻이라 풀이해 본다.

다시 말해 다른 사람들이 산처럼 높이 여기더라도 자기 자신은 땅처럼 낮추는 것이 겸손인 것이다.
내가 모자라서 낮추면 그것은 비굴이 되지만 가득 찼기 때문에 낮추는 것은 겸손이 되는 것이다. 벼이삭은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지 않는가.

▴ 겸손은 자연의 이치다.
‘천도(天道)는 가득한 것을 이지러지게 하고 지도(地道)는 가득찬 것을 변하게 하고 귀도(鬼道)는 가득찬 것을 해롭게 한다.’했다.
즉 하늘의 달도 가득차면 기울고, 땅의 높은 언덕도 차츰 낮아지고 귀신도 좋은 일에는 마(魔)가 끼게 한다.

이처럼 하늘이나 땅, 귀신은 가득찬 것을 싫어하여 이지러지게 하거나 변화시키거나 해롭게 한다.
사람의 정(情)도 가득찬 것을 싫어하는 천도(天道), 지도(地道), 귀도(鬼道)를 본 받아 가득찬 채 하는 자만을 싫어하는 것이다.
그래서 누구나 교만한 자를 싫어하고 겸손한 자를 좋아함이 아니겠는가.

▴ 겸손의 덕은‘노블레스 오블리주’라 하겠다.
하늘이나 땅, 귀신의 도(道)는 가득찬 것을 이지러지게 하거나 변화시키어 그것을 모자란 것에 다 채워준다.
이것이 겸(謙)의 덕이다.

그러므로 사람도 겸의 덕을 본 받아 자기가 가지고 있는 돈, 권력, 재능, 학식 등을 여러 사람에게 나누어 주어 사회를 이롭게 해야 한다.(益謙)
또한 아래로 흘려보내어 어려운 사람, 가지지 못한 사람에게 베풀어야 한다.(流謙)
그래서 겸의 덕을 한 마리로 가진 자의 베풂이라 할 수 있는‘노블레스 오블리주’라 하겠다.

▴ 겸손하면 이익을 받는다.(謙受益)
겸손은 자기 자신을 겸허(謙虛)히 하는 것 즉 낮추고 비우는 것이다.
자신을 낮추고 비우면 모든 것을 다 받아들일 수 있어 결국 이익을 얻게 된다.
그래서 겸수익(謙受益)이라 했다.
반면에 자기 자신이 가득 찼다고 자만하면 자기에게 이익이 되는 것도 받아들일 수 없어 결국 손해를 보게 된다. 그래서 만초손(慢招損)이라 했다.

나와 남 그리고 세상사에 절대 필요한 덕목은 겸손이다.
자신에게 겸손하면 얻음과 발전을 이룰 수 있고 남에게 겸손하면 사랑과 신뢰를 얻을 수 있고 세상사에 겸손하면 실패와 화를 면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 누구나 겸손한 사람을 좋아한다.
그러나 내가 겸손한 사람이 되기는 쉽지 않다. 항상 나 자신을 비우고 낮추자!
 
- (대전시민대학 인문학 강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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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남 대전시민대학 인문학 강사
필자 김충남 강사는 서예가이며 한학자인 일당(一堂)선생과 정향선생으로 부터 한문과 경서를 수학하였다. 현재 대전시민대학, 서구문화원 등 사회교육기관에서 일반인들에게 명심보감과 사서(대학, 논어, 맹자, 중용)강의 활동을 하고 있다. 금강일보에 칼럼 "김충남의 古典의 향기"을 연재하고 있다.

※ 대전 KBS 1TV 아침마당 "스타 강사 3인방"에 출연

김충남의 강의 일정

⚫ 대전시민대학 (옛 충남도청)
- (평일반)
  (매주 화요일 14시 ~ 16시) 논어 + 명심보감 + 주역

⚫인문학교육연구소
- (토요반)
  (매주 토요일 14시 ~ 17시) 논어 + 명심보감 + 주역

⚫ 서구문화원 (매주 금 10시 ~ 12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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