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은의 힐링에세이]

가득이심리상담센터 대표 박경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겠죠”라는 말이 내담자 눈에서 눈물을 쏟아내게 했다. 나도 함께 눈물이 나온다. 나 자신 조차도 해결하지 못한 부분을 찾아보았다. 심리검사를 공부하다보면 나도 신경증? 아니면 정신증? 에 가까운 증상이 나타나는 것 같다. 아마 그것은 과소평가에서 오는 생각이다. 자존감이 낮은가? 자기 평가 기준에 대해서도 그리 좋은 점수를 주지 못했다.

F(Infrequency 비전형적) 척도의 의미는 얼마나 다른 사람보다 다르게 느끼는가? 일반사람들에 비해 얼마나 힘이 드는가?를 나타낸다. 나의 타당도척도 그래프 형태를 보면서 ‘들어내지 않으면서 그러려니하고 살아왔다’라고 교수님께서 판독을 해주셨다. 방어기제 LKS가 직선으로 올라가 있는 결과를 보시더니, “자기가 훌륭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걱정할 것 없다”라는 교수님의 말씀에 “맞아요. 그렇게 살아온 날들이 많았어요” 교수님 말씀이 “지금은 아니구요?, 선생님은 처음 볼 때부터 그렇게 보였어요” 그래서 한바탕 호탕하게 웃었다.

지금의 내 마음 현주소는? 나를 괴롭히고 있는 사람이 타인이 아니라 자신이라는 사실을 직면했다. 내가 괴롭히고 있구나. 나를 불신?…자존감이 낮구나 생각했는데, 어느 누구하나 공감해 주지 않는다. 오히려 ‘선생님이요? 자존감이 낮다고요? 전혀 아니예요.’ 또 한번 교실 안에 웃음이 가득찼다.

모든 사람들은 인정받기를 원한다. 그러나 사람의 성향에 따라 표현 방법이 다르고, 취하는 태도도 다르다. 스스로 취하고 싶은 인정받고 싶은 욕구와 대인관계에 대한 예민성, 피해의식, 타인을 믿지 못하는 마음이 나에게 숨어 있었구나. MMPI-2 결과는 정상파일이지만 세세하게 판독을 하면 높은 척도에는 나름 의미가 있다. 6번척도(편집증)가 높으면 그렇다고 한다. 6번척도의 핵심감정은 분노다.

요즘 피해의식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있다. 실제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받은 것은 아닌데도, 투사의 방어기제를 사용하고 있었다. 타인에 대한 비현실적으로 낙관적인 태도, 윤리적 반듯함을 스스로 강조하며 사는 날이 많았다. ‘나는 이렇게 했는데, 너는 어떻게 이럴 수가’ 그러한 마음이 분노를 일으킨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래서 6번 척도가 높았구나. 내 안에서 분노가 요즘 있다. 그것도 피해의식과 같은 망상을 하게 된다. 그럴만한 분명한 이유가 있겠지. 그 사람의 삶을 보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만큼 견디고 살아왔구나.’ 그런 마음이 든다, 내 자신이 슬퍼져서 눈물을 흘렸다.  MMPI-2 결과를 가만히 쳐다보고 있으면 내담자의 마음이 보인다고 한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라고 생각하면 그들의 아픔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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