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야 할 이유'보다 '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더 많다

대전시가 밝힌 아시안게임 유치 로드맵.

대전시가 시민들의 많은 우려와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2030년 아시안 게임' 유치를 일방적으로 강행하고 있다.

그동안 상수도 민영화 철회, 방사성폐기물 대책 부재, 민간공원 특례사업 강행 논란 등에 이어 연달아 무리수를 두고 있는 대전시를 바라보는 시민들로서는 불안감을 넘어 이제 답답한 절망감으로 치닫고 있다. 더욱이 민선 6기가 불과 1년여 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 대규모 국제행사 유치라니 생뚱맞은 발상에 시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을 수밖에 없다.

자치단체마다 국제행사를 유치하는 본래의 목적은 국제적인 행사나 사업을 유치하면 중앙정부의 재정지원 아래 도시기반시설을 확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생산ㆍ고용효과 유발, 도시 브랜드 가치 상승 등 각종 파급효과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특히, 국제대회 유치로 인한 고용창출 등 경제적 파급효과는 중앙정부 재정의존도가 높은 자치단체일수록 단체장이 지역주민들에게 어필하는 수치로 내세울 수 있어 아시안게임 유치는 전시효과를 노린 대전시의 일방적 선포로 보인다.

자치단체들이 무리해서 국제대회 유치에 열을 올리는 데는 다른 목적을 배제할 수 없는데 국제행사는 국고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동시에 유치에 성공할 경우 단체장의 치적으로도 삼을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있다.

즉 단체장들은 자신들의 선거에 도움이 된다고 믿고 있기 때문에 빚잔치가 될망정 밀어붙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시는 그동안 국제행사를 보는 국민들의 시각이 달라지고 있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각 자치단체들이 장기적인 계획 없이 무분별하게 국제대회 유치 자체에만 혈안이 되다보니 단기 수익창출만 홍보하고 장기적 누적적자 등 사후관리에 소홀한 결과가 예외 없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행사(2004~15년)에 대한 사업타당성 검토보고서' 심사결과를 보면, 단체장들이 선거 등 정치적 배경을 의식해 무분별하게 개최를 선언하면 중앙정부가 마지못해 추인하는 모양새가 되다보니 중앙정부의 지원도 사실상 이뤄지지 못했다.

동시에 자치단체들은 중앙정부로부터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사업비나 시설비를 과다하게 책정하거나 경제성을 부풀리는 등 타당한 분석에 필요한 근거자료를 구체적으로 밝히지도 않았다. 이는 정부의 허술한 관리와 지자체의 무분별한 국제행사 유치가 맞물려 어마어마한 재정이 낭비되어 온 반증이 된다.

한 때는 국제스포츠경기만 하면 관광객이 구름처럼 몰려들고 일자리 창출은 물론 지역개발은 절로 될 것처럼 믿었던 적이 있다. 하지만, 경제적 측면에서만 보더라도 경기 개최 이후 상황에 더 큰 문제가 발생한다. 대회가 끝나는 순간부터 천문학적 비용이 시설유지 운영비로 투입돼야하기 때문이다.

특히 대전시같이 재정기반이 취약한 지자체의 경우 부담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2003년 유니버시아드 대회와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 대회를 개최한 대구는 물론, 전국이 들썩였던 2002년 월드컵 때도 4강 신화에 남은 것이라곤 곳곳에 지어져 유지비만 수십억에 달하는 흉물처럼 되어버린 경기장들뿐이었다.

2002년 아시안게임을 치른 부산은 말할 것도 없고, 2014년 아시안 게임을 치른 인천은 주경기장 건설과 운영비 지원에 6000억 원 이상의 국고가 지원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시가 발행한 지방채에 월 19억 7000만 원의 이자비용이 발생하고 있고, 신설 경기장 유지관리 비용에 지금도 월 평균 수백억 원을 소요하고 있다.

인천 아시안 게임의 사후 평가는 '무리한 정치적 유치', 그리고 '빚더미 잔치'로 결론이 나면서 대부분의 실패한 대회로 인식하고 있다. 지금도 시민들의 피로감만 쌓여가고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전이 뒤늦게 국제행사를 유치하고자 하는 의도가 무엇일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대전 시장은 민선 6기 출범 때부터 선거법으로 발목이 잡혀 리더십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 채 임기의 4분의 3을 보내고 있다. 그동안 추진된 대부분의 정책들은 우왕좌왕하다 중단되거나 탄력을 받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시민들도 대전시가 성과로 내세울 만한 정책을 피부로 체감하고 있지 못하다. 유일하게 지속해 온 대규모 정책은 트램건설 뿐이다. 그러나 그것조차 여전히 시민적 공감대 형성이 안 된 가운데 최근 의정부와 용인 경전철의 파산소식이 전해지고 있어서 시민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의정부와 용인 사례들은 단체장이 업적을 남기기 위해 일단 저질러 보자는 전시행정이 시 재정을 어떻게 망가뜨리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아마도 아시안 게임 유치로 그간의 실정을 한꺼번에 만회하고자 하는 목적이 있을지 모르나 자칫하면 더 깊은 수렁에 빠질 공산이 크다.

게다가, 민선 6기 내내 대전시가 계획하거나 추진한 정책들이 좌초되거나 무리하다는 비판을 받는 데에는 공통적이 이유가 있다. 즉 정책 성공에 가장 필수적인 시민들과의 소통과 공감대 형성이 결여됐기 때문이다.

그동안 대전시와 시민들과의 정책소통은 생략되거나, 하더라도 소극적이었다. 심지어 사후에 구색 갖추는 요식행위 정도에 그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대부분의 국제행사 그중에서 스포츠 행사가 불필요한 낭비적 행사로 치러지는 공통 이유는 행사개최 때부터 집행과정에 이르기까지 지역민과의 공감대 형성이 생략되었기 때문이다.

즉 행사준비에서 부터 사후평가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주민참여가 철저히 배제된 결과다. 그러다 보니 지역 주민이 국제행사의 진정한 주체가 되지 못한다. 오히려, 단체장과 일부 공무원, 그리고 관변 단체들과 관련 업체가 주체가 되고, 지역주민들은 그저 들러리로 참여하는 정도가 지금까지의 현실이다.

대전시가 유치하려는 아시안 게임 역시 시민과 공감이 없는 무리수로 지금까지 실패한 사례들의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기 있기 때문에 절대로 추진해서는 안 된다. 대전시는 그동안 엑스포 과학 공원의 재창조, 도시철도의 건설, 상수도 민영화 사업 등을 우왕좌왕 무리하게 추진하면서 이미 써버려서 다시는 회수할 수 없는 매몰(埋沒)비용이 너무 크게 나타나고 있다.

전부 시민들의 주머니에서 나간 돈이다. 이 돈이 매몰되지 않았다면, 생활이 어려운 서민들과 폐업에 직면한 자영업자들의 생계지원, 그리고 젊은 청년들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 쓸 수 있었던 금쪽같은 기회(機會)비용이다.

육동일 충남대 교수.
다시 한 번 강조컨대, 대전시 2030년 아시안게임 유치계획은 아무리 그 목적과 효과를 포장하고 재정적자 문제를 제시한다 해도 앞서 제시한 이유들로 보아 절대로 추진해서는 안 된다.

이 무모한 계획에 행정력과 비용을 또 다시 낭비하지 말고 민선 6기 동안 시민들에게 약속한 공약이 있다면 이를 마무리하는데 주력해 주기를 바란다. 지금 대부분의 시민들은 당장의 생계를 위협받고 있어서 더 이상 낭비성 국제행사에 들러리로 참여해서 즐길만큼 한가롭지가 않다.

따라서 대전의 미래비전을 창조하고 시민들의 먹거리 창출과 도시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정책들은 지금까지 제대로 정립되지도 못했고, 또 이미 실행조차 때를 놓쳤기 때문에 다음 정부로 넘기면 될 것이다. 다음 민선 7기에서 대전시는 실익없는 아시안 게임 대신 꼭 해야 할 좋은 국제행사와 정책들이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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