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광진의 교육 통(痛)] (사)대전교육연구소장

교과서를 백 번 읽히고 들려주는 것보다 직접 경험하는 것이 교육적으로 훨씬 효과적이다. 이번 3.10 대통령 탄핵은 학생들에게 주권재민(主權在民)이란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보여주었다. 또한 국민은 누구나 법 앞에 평등해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 주었다. 지금 이 나라에 정의가 살아있음을 깨우쳐 준 이번 촛불혁명은 우리의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살아있는 교육이었다.

성광진 (사)대전교육연구소장
특히나 이번 촛불집회에서 우리의 청소년들은 교문을 박차고 나와 잘못된 권력에 대해 자신들의 눈으로 비판을 쏟아내기까지 했다. 만약에 정말 만약에 헌법재판소가 정 반대의 판결을 내렸거나 특별검사의 수사가 엉터리였을 때 과연 아이들은 어떻게 이 사태를 이해하게 될까? 아마도 이 나라는 돈과 권력만이 정의이며 올바르게 살아가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한 삶이라고 느꼈을 것이다.

우리나라 최고 재벌이 뇌물죄로 투옥되고 최고 권력인 대통령이 쫓겨나는 것을 보며 아이들은 이 나라에 정의가 살아있다고 분명히 깨달았을 것이다. 교과서에서만 존재하는 줄 알았던 사회 정의가 분명하게 살아있고 나라의 주인은 국민이란 사실을 온 몸으로 느꼈을 것이다. 자신을 비판하는 사람들을 적으로 간주해 배제시키는가 하면, 국민을 내 편과 적으로 갈라놓고 매사에 갈등을 조장해 권력을 유지하려는 지도자를 더 이상 용납해서는 안 된다는 다짐도 했을 것이다.

“행복 성적순 아니잖아요” 학생 자살 후에도 입시경쟁교육 여전

지금 드디어 우리 모두는 새로운 출발점에 서 있다. 그런데 또 하나 우리가 반드시 새겨두어야 할 것은 많은 중고생이 왜 거리로 나섰느냐는 것이다. 단지 대통령의 반 헌법적 작태 때문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들은 ‘과열된 입시경쟁'과 ‘성적 지상주의’로 큰 고통을 겪고 있다. 학생들은 자신들의 절박한 고통을 조금도 헤아리거나 해결해주지 못하는 무능하면서도 부패한 정권에 분노했다. 4차 산업혁명의 새로운 물결 속에서 교육도 달라져야 하는데, 입시경쟁교육은 한 치도 달라진 것이 없다. 단지 대통령이 물러났다고 해서 이러한 외침이 끝났다고 보면 안 된다.

한 중학생이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를 외치면서 “난 1등 같은 건 싫은데, 난 꿈이 따로 있는데, 난 친구가 필요한데”라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어 충격을 주었던 것이 1986년이었다. 그리고 3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많은 학생들이 경쟁교육의 고통에 절망하며 죽어가는 상황은 멈추지 않았다. 아이들의 외침에 부응하기 위해 아래로부터 교사들이 일어나 1989년 전교조가 탄생하였지만 아직까지 입시경쟁교육은 요지부동이다.

광장으로 나왔던 시민들은 이제 학부모로서 학생들의 외침에 부응해 개혁의 촛불을 들어야 한다. 교육을 개혁하기 위해서는 학부모들이 각성해야 한다. 교육의 개혁을 주장하다가도 내 아이가 학교에 다니기 시작하면 성적만 보이면서 더 나은 고등학교, 더 나은 대학을 위해 모든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자신의 노후마저도 빼앗는 사교육에 몰입하는 이 입시경쟁구조를 타파하기 위해서는 모두가 내 자식이라는 심정으로 촛불을 들어야 한다. 이제 아이들의 외침에 귀를 기울이자. 지금 이 땅의 젊은이들을 보라. 엄청난 에너지를 쏟으며 입시경쟁을 헤쳐 왔건만 결국 일자리를 놓고 또 다시 엄청난 경쟁을 치러야 하는 상황에 절망하고 있다.

교사와 학부모 주체 돼 혁신학교운동 나서야

젊은이들 스스로 나라를 헬조선이라 일컫는 것은 비극이다. 50~60년대에 전쟁 뒤의 지독한 가난을 겪었을 때도 듣지 못했던 말이다. 태어나서부터 학창시절을 거쳐 빛나는 청춘에 이르기까지 그들이 겪었을 엄청난 경쟁 스트레스를 생각해보면 결코 무리가 아니다. 더 나쁜 것은 그러한 고통의 과정을 거쳤으면 최소한의 보상이 있어야 하지만 조그만 기대마저 무참히 꺾인 젊은이들이 더 많다. 취업에 실패해 부모에게 의탁하거나, 그도 안 되면 비정규직 알바로 생계를 꾸려나가야 하는 처지에 내몰린 젊은이들은 주변에 차고 넘친다.

이러한 상황은 모두가 목도하고 있다. 이제는 개혁의 시대를 맞았다. 교사와 학부모들이 손을 맞잡고 교육을 근본적으로 바꾸어야 한다. 일부에서는 너무 자주 바뀌는 교육 정책을 비판하지만 근본이 바뀐 적은 없다. 성적지상주의와 입시경쟁으로 줄을 세우는 교육에서 벗어나 모두가 협력해 더불어 성장하는 교육으로 나아가야 한다. 혁신학교운동은 이미 시작되었다. 이제 학부모들이 주체가 되어 나서야 할 때다. 교사와 학부모가 함께 나서면 이 끝없는 질곡으로부터 아이들을 해방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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