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눈] 아침동행, 아시안게임…‘시대착오’ 지적

권선택 대전시장. 자료사진

권선택 대전시장의 최근 행보가 연일 구설에 오르고 있다. 시대착오적인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봄맞이 대청결 운동을 하겠다며 관변단체를 동원한 자리에 유력 대선후보를 불러 친분을 과시하는가하면, 사전 준비나 공감대 없이 ‘아시안게임 유치’ 발언을 하는 등 주위를 혼란스럽게 했다.

지난 4일 아침에 열린 ‘아침동행’ 행사는 권 시장이 매월 참석하는 시민단체 주도의 자발적 행사였다는 것이 대전시 해명이지만, 참석자들은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대전시 내부에서조차 공무원과 관변단체를 동원했다는 불만이 쏟아져 나왔다. 그런 불만은 제보 형태로 본사에 여러 건 접수되기도 했다. 

‘새마을 운동’을 연상시킨 관변단체 행사에 유력 대선주자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참석해 논란은 더욱 커졌다. 참석자들의 정치성향을 따지지 않은 대규모 동원이 이뤄진 만큼, 문 전 대표를 지지하지 않는 일부 참석자들은 “정치행사에 이용당했다”고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아침동행 논란’이 채 사그라지지 않은 7일, 권선택 시장은 대전시 실·국장들이 참여하는 확대간부회의에서 “2030년 아시안게임 유치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이내 비판이 쏟아졌다. 2014년 아시안게임을 치렀던 인천시가 재정적자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시점에 대전이 왜 우(愚)를 답습하려 하느냐는 의구심이 제기됐다.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등 시민단체가 지방재정 악화를 우려하며 즉각 반대 입장을 밝히는가 하면, 지역 체육계에서도 실효성이 없다거나 정책 방향이 잘못됐다는 경고음을 울렸다. 국가주도형 경제발전모델을 추진 중인 개발도상국이 ‘국가브랜드 제고’ 내지 ‘도시인프라 확충’을 위해 시도하는 대형스포츠이벤트 대신 작지만 내실 있는 선진국형 생활체육 이벤트를 고민하라는 조언도 흘러나왔다.

무엇보다 아시안게임 유치 시도는 시민과의 소통, 약자에 대한 배려, 환경친화적 도시발전을 지향해 온 권선택 대전시장이 스스로 내세워 온 가치관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란 비판이 팽배하다.

이런 비판이 갑자기 ‘툭’ 튀어나온 것은 아니다. 지난해부터 대전시 수뇌부가 중량감 있게 추진해 온 갑천 친수구역 개발, 상수도 민영화, 도시공원 민간특례 사업 등이 본질적으로 ‘공익을 표방한 자본의 이익추구’란 공통점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아시안게임 유치 시도’의 공익적 순수성마저 의심받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권 시장이 지난달 16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한 대전고법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으면서 시장직을 박탈당할 수 있는 정치적 위기에 처하게 되자, 이를 극복하기 위해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걱정도 하고 있다.

행여나 있을지 모르는 공직사회 동요를 막고,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기 위해 권 시장이 여러 측면에서 깊은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는 것은 십분 이해할 수 있지만, 그 정도가 지나쳐 오히려 시정에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빈축이 나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권선택 대전시장에게는 상당히 불쾌한 이야기로 들릴지 모르겠으나, 이미 대전시 안팎에서 ‘포스트 권선택’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물망에 오르는 후보들이 정치집회에 얼굴을 드러내거나 조직정비에 나서고 있다는 이야기가 이미 정가에 파다하게 퍼졌다. 권 시장도 이런 이야기를 들었을 것이다.

권 시장은 이런 이야기를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좀 더 의욕적이고, 좀 더 왕성한 활동력을 보여주고 싶다고 판단할 것이다. 이런 판단은 그를 전적으로 응원하고 있는 지지자들에 대한 정치적 도리일 수도 있다. 나무랄 일만은 아니다.

그러나 의욕이 과도해, 본말을 전도시켜서는 곤란하다. 소통과 경청, 약자를 위한 배려, 친환경적 도시개발. 권 시장이 자신을 시장으로 당선시켜 달라며 시민들에게 제시했던 가치관들이다.

권 시장이 이 같은 가치관을 부정한다면, 대전 시정에서 ‘제2기 권선택호’는 존재할 수 없다. 그러나 권 시장이 끝까지 자신의 가치관을 지켜낸다면 그가 비록 ‘제2기 권선택호’의 선장이 될 수 없을지라도 그 배에 승선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그는 가장 중대한 갈림길에 섰다.

저작권자 © 디트NEWS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