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 주자로 뛰고 있는 안희정 지사는 충청권 기자들을 만나 “도지사직을 던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안 지사가 대권 도전의 꿈을 접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아니면 잘못된 생각이다. 그는 이제 도지사 자리를 내놓는 게 맞다. 무엇보다 도정을 제대로 챙길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안희정 “도지사직 던지는 일 없을 것”

그는 현재 대권 레이스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대권 행보를 본격화하면서 도정을 제대로 챙기는 건 어려운 일이다. 도지사로 출근한 뒤 도지사 신분으로 외지 출장을 나가, 대권후보의 일정을 소화하는 방법으로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잠시 그렇게 하는 것은 도정에 지장이 있다고 해도 넘어갈 수 있다. 그러나 길어지면 도정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200만 도민의 살림을 책임진 도지사는 단 며칠이라도 책임을 다할 수 없으면 자리는 내놓는 게 맞다. 자신이 최선을 다할 수 없는 상황이면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사람에게 넘겨야 된다. 혹자들은 안 지사의 지사직 사퇴에 따른 재보궐 선거비용을 걱정한다. 일리는 있지만 작은 것만 보고 큰 것을 못보는 것이다. 도정공백이 가져오는 피해를 생각한다면 선거비용만 따질 바가 아니다.

안 지사 도지사직 안 내놓는 건 정치적 이유 아닌가?

안 지사가 도지사 자리를 내놓지 않으려는 이유는 도정 때문이 아니라 정치적 이유 때문으로 보인다. 우선은 안 지사가 욕을 좀 먹더라도 도지사 자리를 가지고 있으면 앞으로도 1년 이상은 민주당과 자신의 ‘소유’지만 안 지사가 물러나면 소유권을 보장할 수 없게 된다. 오세훈 시장과 김두관 지사에게 배운 학습효과다.

도지사 자리를 내놓으면 사실상 대선캠프로 쓰고 있는 도청을 떠나야 하는 것도 안 지사 측에겐 부담이다. 충남도청은 안 지사 자신을 포함해 그의 대권 행보를 돕는 여러 인력들이 활동의 터전으로 삼고 있다. 도지사 자리를 내놓으면 이들의 신분이 불안해진다는 점도 안 지사가 도지사직을 유지하려는 이유로 보인다.

그러나 안 지사가 도지사 자리에서 나와야 할 중요한 이유가 있다. 지금 안 지사에게 도지사 자리는 ‘은둔의 자리’로 보인다. 안 지사가 이번에 뜨긴 했지만 그의 이름이 처음 알려진 것은 아니다. 그는 노무현 정권 때 ‘좌희정’으로 불리면서 이미 대중적 지명도를 얻었으나 국민들은, 아니 충남도민들조차 그가 어떤 정치인인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에 대해선 거의 몰랐다.

민주당 소속 도지사인 그가 사드 찬성론을 펴고 새누리당과 대연정을 하자는 말이 나올 줄은 몰랐다. 다른 당 사람들은 물론이고 같은 민주당 사람도 이번에야 알았다. 사드나 대연정뿐이 아니다. 복지, 경제 등의 문제에 대해서도 ‘그게 정말 안희정의 생각일까’ 할 정도의 말들이 연이어 나오고 있다.

주목받는 안 지사의 말들이 진심인지 전략에 불과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그의 말이 진실이라면 그가 그런 일을 해낼 수 있는 인물인지도 궁금해진다. 그가 유력한 대권후보가 된 이상, 국민들은 그가 정말 어떤 정치인인지를 알아야 한다. 그가 도지사 자리에 안주하는 한 그런 검증이 훨씬 어렵다.

그의 정치 성향 보여주는 결정 행동 없었던 도백 6년

안 지사는 유력 대권후보까지 올라 있지만 그의 정치 경험은 도지사 6년이 전부다. 그동안 그의 정치 성향을 보여주는 결정과 행동은 거의 없었다. 그의 핵심정책인 3농혁신 지방분권 행정혁신조차 대선후보 평가엔 별 도움이 안 된다. 안 지사가 요즘 보여주는 것은 말이 전부다. 말은 말일 뿐 그것으로 행동을 담보하기는 어렵다. 국회의원 경험이 있으면서 경기도에서 연정실험을 해온 남경필 경기지사나 평소 소신을 자주 드러낸 이재명 성남시장과는 다른 점이 분명 있다.

안 지사는 가급적 빨리 도지사 자리를 내놓고 본격 정치의 현장으로 가야 한다. 그게 충남도에도 좋고 본인에게도 낫다. 안 지사는 이제 말로만 지지율을 다시 올리기 힘들 것이다. 자신의 행동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만일 이번 대선에 실패한다 하더라도 국회에 들어가서 원내대표라도 해봐야 그가 정말 사드찬성론자인지, 새누리당과 연정을 할 의지와 능력이 있는지를 국민들은 알 수 있다.

안 지사는 대권후보 지지율 2~3위에 올라 있다. 대권 도전 의지가 분명하다면 자신에 대해 국민들이 더 잘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도지사 자리를 버려야 가능하다. 그에게 도지사는 이제 현실정치의 현장으로 나오지 않으면서 말만 드러내는 ‘은둔의 자리’다. 안 지사가 도지사직 유지를 고집한다면 자신을 다 드러내지 않고 대권만 꿈꾸는 사람으로 보일 수 있다.

저작권자 © 디트NEWS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