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세환 전 대전시티즌 사장 "이벤트 원하면 생활체육 고민하라" 조언
김세환 전 대전시티즌 사장이 ‘대전시 아시안게임 유치 구상’에 대해 “권선택 시장이 평소 보여 온 가치관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시도”라며 “자기 안방 살림도 못하면서 더 큰 이상을 꿈꾸는 논리적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평가 절하했다.
지역 체육계 원로인 이에리사 전 국회의원이 7일 “자치단체의 능력과 여건만 된다면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대전이 그런 여건이 되는지는 의문”이라고 회의론을 편 것보다 훨씬 센 강도로 권 시장 비판에 나선 것.
바른정당 소속의 이에리사 전 국회의원에 이어 국민의당에 몸담고 있는 김 전 사장이 공개적으로 권선택 시장을 비판하고 나서면서, 지역 체육계와 정치권이 크게 술렁이고 있다. 두 사람은 체육전문가로 정치활동을 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김 전 사장은 8일 <디트뉴스24>와 가진 인터뷰에서 권 시장의 아시안게임 유치 구상에 대해 “큰일 날 일”이라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평소 환경과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책, 시민과의 소통을 강조해 온 권 시장이 자신의 철학을 완전히 부정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형 스포츠이벤트가 필요하다면 아시안게임과 같은 엘리트체육 행사보다 생활체육 행사를 고민하라”는 것이 김 전 사장의 조언이다.
그는 “2002년 월드컵을 치르기 위해 건립된 대전월드컵경기장이 해마다 10억 원에 이르는 적자를 내고 있는데 이를 해소할 방법을 찾아야지, 더 큰 이상을 꿈꾸는 논리적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쓴 소리를 내뱉었다.
김세환 전 사장은 염홍철 전 대전시장 재임시절, 대전시 생활체육회와 대전시티즌을 이끈 체육행정분야 전문가다. 그는 충남대학교에서 체육학 박사학위를 받기도 했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인터뷰 전문이다.
- 권선택 대전시장의 아시안게임 유치 구상에 대해 거침없는 쓴 소리를 하고 있는데, 그 이유가 뭔가.
“권 시장이 도시철도2호선 방식을 고가에서 트램으로 바꾼 이유가 뭔가. 대규모 자금이 드는 사업을 지양하겠다는 것이고 환경과 사회적 약자를 챙기겠다는 명분 때문 아닌가. 아시안게임 유치는 권 시장의 철학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사업이다.”
- 구체적으로 어떤 측면에서 철학의 부재가 느껴진다는 것인가.
“서남부스포츠타운 사업을 정상화시키기 위해 아시안게임을 유치하겠다는 것인데, 이것은 서남부스포츠타운을 엘리트 체육단지로 개발하겠다는 의도와 다름 아니다. 엘리트 체육시설을 지어놓으면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는 현재 월드컵경기장 운영 실태를 보면 해답이 나온다. 월드컵경기장 운영을 위해 매년 10억 원 이상의 적자를 감수하고 있는 실정이다.
스포츠타운을 조성하더라도 생활체육단지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권선택 시장이 이제까지 말해 온 가치관에 부합한다. 사회적 약자와 시민들이 체육활동을 할 수 있는 시설을 만들어 적자가 나지 않도록 운영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지, 아시안게임 유치해서 엘리트 선수들을 위한 시설을 만들어 놓고 생활체육인들에게는 개방하지 않겠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논리다.”
- 아시안게임 무용론인가. 아니면 대전의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야기인가.
“개도국에서는 대형스포츠 이벤트를 하면 확실히 경제적 효과가 있다. 그런데 우리는 국가브랜드를 알려야 할 개발도상국가가 아니고, 대전도 스포츠이벤트를 통해 발전할 수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는 도시가 아니다.
잘못하면 2014년 아시안게임을 치렀던 인천보다 더욱 심각한 지방재정 위기를 맞을 수 있다. 이건 아마 지역 체육전문가들에게 물어봐도 똑같은 답이 나올 것이다.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하고, 스포츠타운 개발이 목적이라면 사회적 약자인 일반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시설로 바꿔야 한다.”
- 권선택 시장은 스포츠타운 개발과 미래먹거리 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시도라고 이야기한다. 목적 자체는 공감할 수 있는 것 아닌가.
“만약 대형스포츠 이벤트가 필요하다면 지역에 있는 생활체육인들이 많이 참여해서 다른 지역, 다른 나라 사람들과 경쟁할 수 있는 생활체육 이벤트 유치방안을 찾아야 한다. 그래야 실질적으로 지역경제에 도움이 된다.
볼링이나 사이클 등 각 종목별로 국제 교류전이 있다. 동호인들이 참여할 수 있는 대회를 유치하면 기존 시설을 잘 활용할 수 있고 내방객들이 와서 즐기고 돈을 쓴다. 그런데 엘리트 선수들은 돈을 쓰지 않는다. 기록을 내야 하기에 음식도 다 가지고 와서 먹는 등 이곳에서 소비력을 발휘하지 않는다. 대전의 브랜드를 높이는데 효과가 있을 뿐이다. 브랜드 제고를 위해 수천억 원을 쏟아 붇는다는 것은 대전경제 여건상 맞지 않는 일이다.”
- 월드컵경기장 운영적자를 지적했다. 대전시가 이 문제부터 해결하라는 뜻인가.
“그렇다. 대전월드컵 경기장 운영 적자폭을 줄이려는 노력을 먼저 해야 한다. 대전시티즌부터 시민들에게 잘 공감대를 형성해서 시민들이 응원하고 이러면서 시티즌을 통해 지역경제발전을 이룰 방안을 먼저 찾아야 한다. 권선택 시장은 자기 안방 살림도 못하면서 더 큰 이상을 꿈꾸는 논리적 오류를 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