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계원로 이에리사 “잘못된 선택”…시민단체 “빚더미 인천보라”

    

7일 확대간부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권선택 대전시장(가운데). 권 시장은 이날

권선택 대전시장이 ‘2030년 아시안게임 유치’라는 ‘깜짝 카드’를 꺼내 들었다. 7일 열린 대전시 확대간부회를 통해서다. 사전 공론화 과정이 없었던 만큼, 시청 안팎에선 “놀랍다”는 반응이 터져 나왔다. “괜찮은 아이디어”라는 긍정론도 있는 반면 “현실성 없는 황당한 제안”이라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권 시장은 아시안게임 유치 필요성에 대해 “대전은 1993년 (엑스포 개최) 이후 변변한 세계적 이벤트가 없었다”며 “국제적 도시마케팅 유치가 매우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래먹거리 창출 차원에서 아시안게임 유치를 검토하라는 취지다.

당장 권 시장이 어떤 고심 속에서 이 같은 ‘깜짝 제안’을 했는지, 그 배경에 관심이 쏠렸다. 권 시장 스스로는 “아시안게임을 유치하면 서남부 스포츠타운 사업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교착상태에 빠진 스포츠타운 사업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인식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권 시장 주변 인사들도 ‘서남부 스포츠타운’ 개발에 대한 고심 속에서 나온 아이디어라는 것을 부인하지 않았다. 

권 시장 보좌진 A씨는 “서남부 스포츠 타운, 안영동 생활체육단지 등 체육인프라 활성을 위해 여러 아이디어를 고민하는 자리가 있었지만, 구체적으로 아시안게임 유치를 상정한 논의는 없었다”고 말했다. ‘아시안게임 유치’ 아이디어는 순수하게 권 시장이 결단하고 지시를 내린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화섭 시 문화체육국장도 “검토를 해보라는 아이디어 제시 차원으로 이해해 달라”고 당부했다. 아시안게임 유치를 위해서는 시민들의 동의, 중앙정부와 긴밀한 협조, 이웃 자치단체와의 공조 등 준비해야 할 일이 많은데, 이 같은 사항을 하나씩 점검해 보라는 취지였다는 해석이다.

다만 이 국장은 “‘2030년 대전 유치 제안’이 때 이른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2022년 중국 항저우, 2026년 일본 나고야 개최가 확정됐는데, 2030년 개최지는 2020년 이전에 결정된다”며 “지금부터 2~3년이 매우 중요한 시기”라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제안을 왜 이 시기에 했는지 의아스럽다”는 비판적 반응도 만만치 않다.

지역출신 체육계 원로인 이에리사 전 국회의원은 “자치단체의 대형스포츠 이벤트 개최가 여러가지 부작용을 낳아, 문화체육부 등 중앙부처가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며 “자치단체의 능력과 여건만 된다면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대전이 그런 여건이 되는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전 의원은 또 “아시안게임은 40개 종목에 7~8만 명이 참여하기에 어찌 보면 올림픽 보다 더 큰 이벤트”라며 “정치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는 권 시장이 후임 (시장)에게 짐을 떠  넘기는 것은 잘못된 선택”이라고 질책했다. 

한편 13조 원의 생산유발효과를 기대하며 지난 2014년 아시안게임을 치렀던 인천시는 천문학적 부채에 시달리고 있다. 인천시가 떠안은 아시안게임 관련 부채는 2015년 말 기준 1조 76억 원으로 본청 채무 3조 2200억여 원의 31.3% 이른다. 행정자치부로 부터 유일하게 ‘재정위기 주의 단체’로 지정된 이유다.

문창기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인천이 심각한 재정 적자에 시달리고 동계올림픽을 준비 중인 강원 역시 같은 걱정을 안고 있는데, 그나마 재정건전성이 높은 대전시가 왜 준비되지 않은 위험한 도전을 하려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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