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연희의 미디어창] <134>

신입생 오리엔테이션(OT)을 가던 중 버스 추락 사고를 당한 대학의 총학생회가 2박3일 행사를 위해 소주 7800병, 맥주도 페트병 6개들이 160상자를 산 것으로 드러났다. 학생 1700여명이 참가한 행사이니 소주만도 1인당 4~5병씩 마실 수 있는 양이다. 신입생들의 학교생활 적응을 돕고 소통을 강화하기 위한 환영행사가 술잔치로 변질되는 것 같다.

임연희 교육문화부장
과도한 음주로 안전사고와 범죄도 적지 않다. OT에서 새벽 5시까지 술을 마신 신입생이 만취해 손가락 3개가 절단되는 사고를 당했는가 하면 수련회에서 신입생이 여학생 방에 침입해 성폭행을 저질렀다. 지난해 대전에서는 학과 대면식에서 술을 마신 신입생이 다음날 자취방에서 숨진 일도 있었다. 최근 10년간 음주로 숨진 대학생은 22명으로 매년 2명씩 목숨을 잃었다.

강압적인 군기잡기식 문화도 여전해 경기도 한 대학 OT에서는 신입생들을 새벽 3시에 재운 뒤 5시 30분에 깨워 강제 구보와 PT체조를 시켜 논란이 됐다. 학교 앞에서 떡볶이를 사먹거나 자가용으로 등교했다는 이유로 체벌을 한 대학도 있고 대전의 한 대학에서는 몇 해 전 선배들에게 얼차려를 받은 학생 10여명이 무더기로 입원치료를 받았다.

10년간 음주로 숨진 대학생 22명… 매년 2명씩 목숨 잃어

신학기를 맞은 대학가는 OT와 MT(Membership Training)로 들썩이지만 성추행, 집단체벌, 만취, 고성방가 등 일탈행위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많은 인원이 버스를 타고 먼 거리를 이동하다 생기는 사고는 물론 성추행, 폭행, 군기잡기, 만취 음주사고 등 과거의 폐단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어 사고위험이 상존할 수밖에 없는 취약한 구조다.

교육부는 안전매뉴얼을 제작해 각 대학에 배포하고 대규모 교외 OT와 MT 대신 교내 행사를 요청하지만 잘 반영되지 않는 것 같다. 장거리 단체 이동으로 인한 교통사고, 성추행·폭행, 만취 사고, 비용 횡령 등이 반복되면서 OT·MT를 없애자는 주장도 있다. 신입생 사이에서는 학과 행사 불참에 따른 벌금 징수와 OT·MT 강요에 대한 불만도 많다고 한다.

하지만 'NO 알코올'과 다채로운 교내 행사 등으로 '착한 OT'를 실천하는 대학들도 있으니 취지를 살려 잘 운영하는 것은 대학과 학생들의 몫이다. 6년째 술 없는 신입생 OT를 하고 있는 성신여대는 술과 오락 대신 대학생활 설계와 적응에 초점을 맞춰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세종대는 OT행사의 일환으로 성폭력 및 가정폭력 예방교육을 했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떠나던 중 버스 사고가 났던 대학의 총학생회가 2박3일 행사를 위해 8000병에 달하는 소주를 준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은 YTN 뉴스화면 캡처.
선문대 음주·흡연·폭력 없는 '3無 OT' 전국대학에 우수사례 소개

우리 지역 한남대는 교내에서 운동회와 공연 등 연합MT를 진행하는 현장을 총장이 방문해 격려금을 전달했다. 배재대는 입학식에 학부모를 초청해 감사편지를 낭독하고 해당학과 교수들이 학부모에게 학과소개와 진로 프로그램을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아산에 있는 선문대는 음주와 흡연, 폭력 없는 '3無 OT'를 전국 대학들에 우수사례로 소개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OT와 MT가 대학생활 안내와 교수 및 선후배와의 소통으로 건전하게 진행된다면 무슨 걱정이겠는가. 교육부의 '집단연수 안전지침’만 준수해도 불상사는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술을 강요하고 폭음을 당연시하는 비뚤어진 음주 문화를 바로잡기 위한 제도적·문화적 노력이 필요하며 학생들 스스로 안전하고 유익한 OT문화를 재창조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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