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환의 여론과 정치] 보수의 기사회생 전략

보수진영 대권후보로 떠오르고 있는 홍준표 경남지사(왼쪽)와 황교안 국무총리. 자료사진

지난주 대선시계는 황교안의 부각과 홍준표의 등장이 눈에 띈다. 박영수 특검연장 거부와 경남에서 들린 독설은 마땅한 지지후보가 없어 힘이 빠진 보수지지층에게 기대감을 상승시켰다. 황교안과 홍준표 이름이 들어간 메모가 카메라에 포착된 것을 보면 자유한국당 지도부도 이들이 주도가 되는 대선방정식을 본격 고민하는 듯하다.

황교안은 청와대 압수수색 거부에 이어 ‘북한의 안보 위협과 어려운 경제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오랜 고심 끝에 내린 결정’으로 특검연장을 거부했다. 이결과, 3월 6일 주간 리얼미터 여론조사 지지율 14.9%로, 12.6% 지지를 얻은 안희정을 제치고 2위 탈환에 성공했다. 2월 2주간 15.3%이후 2주 연속 하락, 10.9%를 찍은 후의 반전이라 주목할 만하다.

홍준표는 고등법원 무죄판결 후 출마설이 나오고, 최근 노무현 전 대통령에의 독설로 더욱 관심을 끌었다. 지지율 3.8% 수준이지만, 유승민을 제쳤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 특히 부산·경남지역에서 전주대비 3.5% 오른 9.6% 지지를 얻었다.

* 참고 - 이번 조사는 MBN·매일경제 의뢰로 2월 27일부터 3월 3일까지(3월1일 제외) 4일 동안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2025명을 대상으로 무선 전화면접(16%), 무선(74%)·유선(10%) 자동응답 혼용 방식으로 실시했다. 응답률은 7.5%,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2%포인트다. 보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리얼미터 주간 여론조사 재구성.

두 사람의 가능성은 보수지지층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 먼저 황교안은 통합진보당을 해산시키고 ‘Mr.국보법’이라 불릴 정도로 보수색채가 짙다. 대통령 탄핵절차 이후 국정을 안정적으로 운영한 그의 행정능력 또한 가점을 받고 있다.

독실한 기독교신자로서의 지지기반에 최근엔 ‘태극기세력’의 지지가 덧붙여지고 있다. 탄핵이 인용되면 이후 정국흐름이 큰 변수다. 탄핵결정의 분노와 대통령에 대한 동정심을 바탕으로 보수진영의 결집과 여론 확산은 그의 지지율상승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고건, 반기문 불출마로 낙인된 ‘비정치인 출신의 한계’라는 이유로 황교안의 출마여부 자체를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도 많다. 그렇지만 ‘37번’의 출마의사 질문에 대답을 피해간 그의 내공 안에 권력의지가 있다면 매우 큰 정치적 힘을 형성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그래도 심판봐야 할 사람이 선수로 뛰고, 부총리에게 권한대행남발을 선물해야 하는 책임감의 문제와 만성담마진으로 인한 병역면제의 약점을 이겨내야 하는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홍준표는 ‘홍반장’이 되어 침울했던 보수반에 상쾌한 메시지를 연일 던졌다. 2심 무죄선고 이후 그의 입담은 거침이 없고 게다가 ‘영점사격’처럼 정확히 타겟에 꽂는다. 그야말로 ‘저격수’다. 그의 말은 그를 좋게 보건 안 좋게 보건 사람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노무현을 ‘뇌물 먹고 자살한 사람’이라고 평가절하했고, 문재인, 안희정을 함께 싸잡아 공격했다. 야당은 ‘막말’이라 비난했고, 민병두 민주당 의원은 ‘대법원에서 그를 유죄 입증할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다’고 공격했다. 야당의 이런 즉각적 반응은 홍준표의 존재감과 메시지영향력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반증한다.
 
그의 바른정당행 가능성이 일부 회자되는 가운데 홍준표는 “대통령은 법적으로 탄핵받을 만한 잘못을 하지 않았다”고 선을 긋는다. 최근 “중국 보복 감수하고 사드 부지 제공한 롯데에 경의를 표한다”고 했다. 민감 사안에 보수 입장을 확실히 표현했다. 보수의 흐름이 어떻게 전개되는지 알기 때문이다. 

PK출신에 대구에서 학교를 나와 ‘모래시계’ 검사를 거쳐 정치인이 된 홍준표와 호남출신에 상고 졸업한 은행원으로 내조를 다한 아내 사이엔 풍부한 개인적 스토리텔링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4선 국회의원에 집권여당 대표 최고의원의 정치력, 2선의 지방도백 행정력을 겸비한 그를 추종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음은 패거리정치와 거리가 먼 장점도 있겠지만 리더십에 혹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얄미울 정도로 뾰족한 언변의 한쪽에 깊이 있는 철학과 생각의 여운, 넉넉한 마음이 느껴지면 금상첨화일 텐데, 이것이 보이지 않음은 그의 한계가 아닐까 싶다.

황교안과 홍준표가 뜨면, 보수의 뒤집기가 가능할까? 보수진영을 다합 해도 지지율은 고작 22.8%에 불과하다. 필자 또한 ‘샤이보수’를 지적하지만 ‘기울어진 운동장’을 부인하지는 않는다. 필자는 보수진영이 ‘자력으로’ 이기는 것은 힘들 것이라 본다. 그렇다고 진보진영이 반드시 쉽게 이긴다는 생각도 아니다.

보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선거 전략을 컨설팅하는 필자는 과거 반기문 캠프 관계자가 부탁하기에 2가지를 말한 적이 있다.

강영환 전 국무총리실 공보비서관.
“하나는 반 총장은 확장성이 강한 분이지만 제3지대 빅텐트를 이루기 전에 보수지대 내의 텐트를 우선 쌓아야 한다. 우리나라 보수진영은 이념성과 지역성이 강한 핵심보수층, 중도를 넘나드는 삐딱한(비판적)보수층, 그리고 범보수층의 3진영으로 볼 수 있다. 이를 모아가야 하며, 그 힘으로 제3지대를 향해야 한다.

두 번째는 같은 진영의 전임대통령과 절대 각을 세워선 안된다. 김영삼은 불만이 컸던 노태우와 끝까지 각을 세우지 않아서 승리했고, 이회창은 김영삼과 각을 져서 결국은 김대중에게 졌다. 정동영은 노무현에 완전히 각을 졌기에 그 지지자들이 투표장에 나오지 않아서 참패했다.”

이런 생각은 지금도 유효하다. 미국의 선거전략가 데이빗 모레이(David Morey)는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을 움직여라(Move the Movable)”고 강조한다. 기울어진 운동장하에서 보수진영은 밖의 유권자를 끌어오기가 쉽지 않다. 보수진영의 뜻을 모으고 최대한 투표장에 나오게끔 그들을 움직이는 것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상책이다. 보수는 1987년 대선에서 36.6%의 지지율을 얻어 8% 이상의 차이로 이긴 그 역사에서 길을 찾아야 한다.

반면 진보진영은 기울어진 운동장을 더욱 기울게 해야 한다. 다른 진영의 사람을 많이 얻어 이들을 움직이게 해야 한다. 그것이 시장주도자의 몫인데 그렇지 못한 듯하다. 지금으로선 중도의 공간이 넓어질 공산도 크다. 보수가 집결하고 중도가 넓어져, 기울어짐이 덜해지고 균형이 맞춰지면 어떻게  될까? 진보진영이 질 수도 있는 선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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