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이 치솟던 안희정 충남지사의 지지율이 추락하고 있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2일 발표한 결과를 보면 안 지사는 지난주보다 4.4%p 내린 14.5%였다. '선한 의지' 발언 여파로 보수층을 포함한 모든 지역과 계층에서 지지율이 빠지는 추세다. 충청권의 이탈도 심각해 안 지사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게도 뒤졌다.

안 지사 역시 "2월 한 달간 아주 심한 롤러코스터를 탔다"며 "지지율 하락이라는 수난은 내가 감당해야 할 몫"이라고 인정했다. 한 달 새 5%에서 22%까지 오르던 안 지사의 지지율 하락은 '박근혜 대통령 선한 의지' 발언 탓만은 아닌 것 같다. 여론조사 전문가 뿐 아니라 정치권에서는 일찌감치 안 지사의 인기가 허상이라고 진단했었다.

조기대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대선 후보들이 경제·안보·교육 등의 공약을 내놓을 때 안 지사는 이렇다 할 공약 발표가 없었다. 구체적 공약을 제시하라는 사람들에게 오히려 그는 "정치지도자는 디테일에 약속을 남발하지 말아야 한다. 대신 ‘방향과 가치, 원칙’을 얘기해야 한다"며 "구체적 공약은 각 분야 전문가의 의견을 듣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일견 일리는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원칙을 천명하는 것 못지않게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대안이 있어야 한다. 구체성이 없는 원칙은 견고하지 못하고 매끈한 외모와 화술만으로 유권자를 사로잡는 데는 한계가 있다. 안 지사가 대중연설에 강하다지만 곤혹을 치른 '선한 의지' 발언도 결국 대본 없이 즉문즉답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그가 포용의 리더십으로 내세운 세종대왕은 원칙뿐 아니라 세밀하게 문제를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한 인물이다. <세종의 말>이라는 책을 보면 세종은 "백성은 나라의 근본이요, 양식은 백성에게 하늘"이라는 철학과 함께 "흉년에 홀아비나 과부, 고아, 혼자 된 늙은이 같은 궁핍한 자들이 먼저 고통을 받으니 호조에 명해 창고를 열어 구제하고 수령 가운데 백성의 쓰라림을 구휼하지 않는 자를 죄로 다스리라"고 지시했다.

'충남 엑소', '충남 공유', '안깨비' 같은 연예인 이미지를 가진 안 지사에게 요구되는 진정한 리더의 모습이다. 드라마 '도깨비'가 인기를 얻자 안 지사는 배우 공유의 코트 복장을 입고 부인은 여주인공의 트레이드마크인 빨간 머플러를 두른 사진을 공개하며 스스로를 '안깨비'라고 했다. 시장통을 누비는 여느 후보들의 진부함에서 탈피해 대중의 감성을 공략하겠다는 의도로 보이지만 효과는 글쎄다.

대통령 선거는 연예인 오디션이 아니다. 안 지사는 화장하고 장소와 만나는 사람에 따라 머리를 올렸다 내렸다 하는데 신경 쓰기보다 운동화에 점퍼 차림으로 현장에서 열심히 뛰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지지율은 다시 오를 수 있지만 이미지 정치로는 한계가 있다. 안 지사의 지지율 하락은 단순히 ‘선의 발언’ 때문이 아니라 그의 실체가 모호하기 때문이다. 이는 말과 이미지로는 극복하기 어렵다. 안 지사가 정말 대권을 꿈꾼다면 이미지 정치의 한계를 뛰어넘어야 한다.

안희정 충남지사가 SNS에 공개한 드라마 도깨비를 패러디한 안깨비 사진. 안 지사는 배우 공유의 코트 복장을 입고 그의 부인은 여주인공의 트레이드마크인 빨간 머플러를 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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