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눈] 임기 중 3.1절 기념식 한 번도 안온 대통령

2010년 3.1절 기념식 이후로 정부 주관 기념식 행사가 7년 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취임 이후 정부 주관 3.1절 기념식과 광복절 경축식을 한번도 독립기념관에서 개최하지 않았다. 지난 해 3.1절 기념식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기념사를 하고 있는 모습. 청와대 홈페이지.

다음 대통령은 독립기념관에서 열리는 3.1절 기념식에 참석할까? 정부 주관으로 독립기념관에서 열린 기념식을 찾아보니 2010년 3.1절 때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참석했던 행사가 가장 최근이다. 이후 3.1절 기념식이나 광복절 경축식은 충남도청 주관으로 7년 째 열리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97주년 3.1절 기념식에 참석해 기념사에서 이렇게 언급했다.

“‘나라에 바칠 목숨이 오직 하나밖에 없다는 것이 소녀의 슬픔’이라고 외쳤던 유관순 열사의 애국심이 곧 3.1운동의 정신이었고, 민족 대단결이 바로 3.1운동의 정신이었습니다. 3.1운동은 우리 민족이 잃어버린 나라를 찾기 위해 힘을 하나로 모은 역사적인 일로 모든 국민들에게 애국심과 어떤 일도 해낼 수 있다는 희망과 용기를 주었습니다.”

정부 기념식은 왜 세종문화회관에서만 하나

하지만 박 대통령은 유관순 열사를 비롯해 독립투사들의 애국 혼이 깃든 독립기념관 3.1절 기념식에 한 번도 찾지 않았다. 올해는 국회 탄핵소추안 가결로 직무가 정지되면서 세종문화회관에 발길도 못했다.

탄핵이 기각되더라도 박 대통령 임기가 연말까지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 정부에서 3.1절 기념식을 독립기념관에서 치를 일은 없다.

정부는 3.1절과 광복절 기념식을 세종문화회관에서 여는 배경을 애국지사와 광복회원들 탓으로 돌린다. 고령인 이들이 상대적으로 원거리와 날씨 여건 때문에 실내 행사를 선호한다는 이유에서다.

서울에서 충남 천안 독립기념관은 차량으로 1시간 남짓이면 도달한다. 애국지사와 광복회원들이 서울에만 거주하는 것도 아니다. 독립기념관 실내에 기념식을 치를 장소가 여의치 않으면 임시건물이라도 설치하면 될 일이다. 3월 춥고, 8월은 덥다는 식의 논리는 핑계에 불과하다.

독립기념관 3.1절 기념식은 7년째 충남도 행사로 열렸다. 1일 열린 98주년 3.1절 기념식 행사 모습.

몇 해 전, 충남도에 3.1절 기념식에 VIP가 참석할 수 있도록 정부에 건의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따진 적이 있다. 충남도 담당자는 매번 정부(현 행정자치부)에 건의하고 있지만, 그때마다 충남도 건의는 수용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안희정 충남지사 역시 2년 전 "(독립기념관에서) 대통령이 참석하는 3.1절과 8.15광복절 기념식을 한지 너무 오래됐다. 매번 행사가 있을 때마다 청와대에 독립기념관은 국가시설로, 여기서 기념식을 했으면 좋겠다고 제안하고 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정부 당국자는 3.1절 기념식에 VIP 참석을 건의하는 공문이 전국 곳곳 지자체에서 올라온다고 했다. 그래서 몇 곳을 추려 청와대로 보내면 대통령 의전실에서 최종 장소를 정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3.1절 중앙 행사를 어디서 치를 지는 대통령 마음에 달렸다. 대통령이 머무는 청와대 관저에서 세종문화회관까지는 차량으로 10분여 거리다.

세종문화회관이 3.1절을 기념할 만한 상징적인 장소도 아니다. 굳이 서울에서 기념식을 연다면 세종문화회관이 아닌, 33인 독립열사가 독립선언문을 낭독한 파고다공원에서 해야 옳다.

민족혼 성지 외면하는 대통령.."역사의식 결여"

다시 말해 독립기념관은 국가보훈처 산하의 준 정부기관이며, 국정감사도 받는다. 정부는 지난 1982년 8월 일본의 교과서 왜곡사건을 계기로 독립기념관 건립을 추진했다. 정부는 건립 부지를 매입해 제공했고, 건립에 필요한 자금은 국민들이 낸 성금으로 충당했다.

앞서 박 대통령 기념사 일부를 인용하자면 “우리 민족의 힘을 하나로 모은 역사적인” 장소가 바로 독립기념관이다. 이처럼 전 국민의 힘으로 만든 성지며, 35년 동안 성역(聖域)화 된 독립기념관이 지닌 역사성을 외면해선 안 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을 맡고 있는 양승조 의원(더불어민주당. 천안병)은 “박 대통령이 독립기념관 기념식에 한 번도 참석하지 않은 것은 대통령의 역사의식 결여에서 비롯된 결과”라고 단언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광복절 경축사에서 광복절을 ‘건국절’로 규정짓고, 안중근 의사 순국 장소를 뤼순이 아닌 하얼빈으로 잘못 말하는 등 대통령으로서 역사관을 의심케 한 장면이 포착됐다.

100주년 3.1절 기념식 독립기념관에서 열기를

독립기념관은 3.1운동의 주역인 유관순 열사의 고향이기도 하다. 지난 28일 오후 4년만에 열린 아우내봉화제 모습. 천안시 제공.

또 지난해 3.1절 기념사에서는 2015년 12월 28일 한일 위안부 합의를 언급하며 “앞으로 정부는 위안부 피해자 한 분 한 분의 명예를 회복하고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면서 실질적인 지원을 확대하는 일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지금 정부는 일본에서 보내 온 10억엔을 들고 다니며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받으라고 설득 중이다. 박 대통령의 왜곡된 역사의식은 역사교과서 국정화 정책으로도 이어졌다.

2년 뒤 2019년은 3.1절 100주년을 맞는 해다. 이명수 국회의원(자유한국당. 아산갑)은 “3.1절 100주년을 대비한 국제행사를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디 3.1절 100주년 기념식은 독립기념관에서 열리길 소망한다. 다음 대통령은 독립기념관에 몇 번이나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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