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연희의 미디어창] <133>

도안 호수공원은 10여 년 전 출발부터 논란이 많더니 여전히 반대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대전시와 도시공사는 갑천 친수구역 3블록(1780세대) 시공사로 계룡건설 컨소시엄을 선정해 분양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사업 백지화를 요구하는 시민대책위는 권선택 시장의 파기환송심 유죄판결을 이유로 개발사업의 즉각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갑천친수구역백지화대책위 “대정부활동 통해 사업 중단 시킬 것”

임연희 교육문화부장
시민사회단체와 종교단체 등 26개 단체가 참여한 도안 갑천지구 친수구역 개발사업 백지화 시민대책위는 지난 주 기자회견을 열어 "대전시가 사업을 강행한다면 반대 대정부활동을 통해 반드시 중단시킬 것"이라며 "권 시장은 시민의 마지막 경고를 흘려듣지 말라"고 경고했다. 민관검토위가 무산된 뒤 이들은 1인 시위와 반대서명 등을 계속하고 있다.

대책위는 대전시의 개발정책이 권 시장의 파기환송심 유죄 판결과 무관치 않다고 의심한다. 이들은 "권 시장이 미래경제연구포럼을 운영하면서 특별회비 명목으로 지역 기업인 등 67명에게 1억 5900만원을 받은 사실이 확인돼 징역 6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것"이라며 "만약, 해당기업의 참여 등 관련이 있다면 갑천개발사업은 즉시 중단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도시공사는 도안 호수공원 첫 아파트인 3블록 분양을 서두르고 있지만 권 시장의 파기환송심 유죄 판결로 사업 재검토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하지만 분양을 기다리는 사람도 적지 않다. 창밖으로 드넓은 호수가 펼쳐지는 호수공원 아파트는 부동산 시장의 블루칩으로 부상해 분양도 하기 전 수천만 원 대 프리미엄이 형성되고 있다고 한다.

애초 이 사업이 집 없는 서민을 위한 주택정책에서 시작된 게 아니니 대규모 호수공원 인접 금싸라기 땅에 들어서는 아파트가 투기 대상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분양이 본격화되면 이른바 '떴다방'이 활개를 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대전 원도심은 빈 집과 빈 상가로 신음하는데 갑천 친수구역은 불법전매의 장이 될 것 같아 걱정스럽다.

부동산 업계의 기대처럼 도안 호수공원 아파트가 분양 로또가 될지는 지켜봐야겠지만 정상적인 사업추진까지는 쉽지 않을 것 같다. 분양을 하려면 국토교통부로부터 단지조성과 기반시설 실시계획을 승인받아야 하고 대전시의 건축심의와 사업계획 승인 절차도 통과해야 하는데 녹록지 않다. 백지화 주장이 거센 가운데 낙마 위기에 몰린 권 시장의 거취도 변수다.

시민사회단체와 종교단체 등 26개 단체가 참여한 도안 갑천지구 친수구역 개발사업 백지화 시민대책위는

2000억 원 드는 호수공원 국비 확보 실패 때 폐기했어야

사실 호수공원 사업은 처음부터 하지 말았어야 했다. 시민 혈세로 2000억 원을 들여 만드는 인공호수는 ‘돈 먹는 하마’가 될 것이 뻔하기 때문에 국비 확보에 실패했을 때 계획 자체를 폐기하는 게 좋았다. 더구나 이 사업은 시민의 요구보다 전임 시장의 공약에서 비롯됐기 때문에 권 시장은 원점 재검토나 백지화할 수도 있었다.

호수공원은 민선 3기 염홍철 시장이 첫 계획을 세워 민선 4기 선거에서 공약으로 내놨지만 박성효 시장이 당선돼 백지화 됐었다. 하지만 염 시장이 민선 5기에 복귀함으로써 호수공원의 불씨가 살아나 현재까지 이어지는 것이다. 시작은 호수공원이지만 국비 확보에 실패하자 아파트 지어 파는 돈으로 만들겠다니 호수공원이 목적인지, 아파트가 목적인지 불분명하다.

사람 사는 일도 그렇지만 행정에서도 되돌리기 늦었다고 생각될 때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갑천에 대규모 호수공원이 조성되고 근처에 고급 아파트가 들어서는 걸 막을 수 없다고 한다. 아주 틀린 말은 아니지만 2005년 호수공원 계획이 세워진 뒤 10년 넘게 대전시는 시장의 뜻대로 움직였지 시민들에게 호수공원이 필요한지, 어디에 조성할지 제대로 물어본 적이 없다.

돌이키기에 너무 많이 왔다는 이유로 세금을 낭비하고 도시의 미래를 망치는 정책과 사업을 강행하는 것은 우매한 일이며 대법원의 최종 심판을 앞둔 권 시장이 조급한 마음에 서둘렀다가는 또 다른 오해를 살 수 있다. 전임 시장은 호수공원을 공약했지만 권 시장은 경청을 약속했다. 권 시장이 위기에 처할수록 믿을 사람은 시민뿐이니 호수공원 아파트에 반대 목소리가 크다면 더 소통해야 한다.

저작권자 © 디트NEWS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