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환의 여론과 정치] 문재인의 집토끼 사수 전략 성공할까

이번 대통령선거의 가장 큰 특징 중의 하나는 역대 처음으로 진보진영이 선거판세를 처음부터 주도했다는 점일 것이다. 이는 한번도 주도하는 게임을 경험하지 않은 진보진영과 반대로 한번도 쫓아가는 게임을 해보지 못한 보수진영이 뒤바뀐 상황에서 각자의 '선거전략'이라는 이름하에 진가를 어떻게 발휘할까? 하는 호기심을 갖게 한다.

지금까지 선거는 항상 보수진영이 선거대세를 끌어 왔었다. 김대중,노무현이 승리했던 97년과 2002년 역시 보수후보 이회창이 앞서가다가 결정적 순간에 IMF사태로, 정몽준과의 극적단일화로 뒤집기에 성공했다. 뒤바뀐 올해의 상황은 탄핵정국만이 원인은 아니다. 이미 작년 총선에서도 예견되어 있었고, 멀리는 세월호정국이 있었다. 그리고 지난 대선에서 48%를 획득한 문재인의 존재감이 크게 작용했다. 이 흐름이 줄곧 문재인대세론을 만들었고, 이 과정에서 보수진영은 거의 초토화된 상태다.

브랜드마케팅과 국내외 선거에 오랜 관심을 지녀온 필자는 시장리더 문재인의 가장 중요한 전략은 ‘시장1위는 1위의 길을 흔들림없이 가야하며, 특히 시장확산에 경주해야 한다’고 보았다. 그런 측면에서 워낙 문재인이 오랜기간 지지율이 앞서서 그렇지 필자는 전략적으론 매우 위험한 길을 간다라고 주저없이 말한다.

1위주자는 자신의 지지범위를 확산시켜야 한다. 기존 지지층을 견고하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중도층을 끌어와서 대세를 장악하고, 그 힘으로 다른 주자의 기를 죽이면서 다른 주자 지지층이 투표를 포기하게끔 해야 한다. 즉 소위 ‘집토끼’ 보다는 ‘산토끼’를 잡는데 주력해야 한다.

이를 의식했는지 문재인은 초기엔 ‘가운데 행보’를 많이 했다. 다양한 중도,보수층 인사를 만나고, 기업인을 만나고, 삼성의 연구소도 방문하고, 안보현장도 다녔다. 자신에 대해 불안감이나 안티감을 갖는 사람들의 마음을 바꾸려는 행보를 많이 했다.

그런데 탄핵정국이후 문재인은 달라졌다. 이재명이 떴고, 지지율 상승에 놀란 듯 촛불광장에서 중도,진보주자들간에 선명성 경쟁이 시작됐다. 문재인은 분노의 중심에 서서, 날선 주장에 거의 왼쪽행보를 국민들에게 보였다. 박원순은 페이스를 잃고 헤매다 중도 포기했다. 안철수는 연일 맹폭을 하다 조용히 중도로 돌아갔다. 이재명의 선명성 역시 시간을 이겨내지 못하고 추락했다.

안희정은 달랐다. 큰 소리를 참고 조용히 자기 길을 갔다. ‘대연정’을 말하고 이재용 1차 영장기각에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이런 행보는 중도,보수의 마음을 끌어 갔던 반기문이 스스로 포기하자 이를 대체하는 힘이 되었다. 그 결과 리얼미터 2월 4주중 여론조사 지지율 19.2%로 문재인의 32.4%에 다가서는 등 여론의 지지를 얻었다.

최근 5주간 문재인 안희정 여론조사 추이.
최근 문재인과 안희정은 ‘분노와 선의’논쟁을 벌였다. “분노가 있어야 정의를 세운다”는 문재인에 안희정은 “지도자 분노는 피바람을 부른다”고 맞섰다. 나아가 안희정은 “이명박,박근혜 의 4대강 미르 K스포츠 재단도 선한 의지로 시작”이라고 중도보수층을 겨냥했다. 그러나 문재인의 공격과 여론의 뭇매를 맞고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하루만에 사과했다. 불행히도 이 논쟁은 여론조사 결과에도 안희정을 위축시켰다.

내부 경선에서 지지층 확보가 절대적이기에 움추릴 수밖에 없었겠지만, 안희정의 ‘선의’논쟁과 사과는 그를 기대하는 중도,보수층에게 실망을 줬다. 물론 진보층에게도 좋은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실제 전주대비 안희정은 전체적으론 1.2%감소, 민주당 지지층에서 3.2%(20.5→17.3%), 호남지역에서 6.9%(21.1→14.2%) 감소했다. 반면 문재인은 전체적으론 지지율변동이 없지만 민주당지지층의 1.2%, 호남지역의 7.3%가 상승했다. 중도지역에서의 안희정강세는 바른정당 지지층과 무당층 지지층에서 지지율 하락으로 위축되었다.

문재인과 안희정의 행보는 우리나라 대선역사에서 1,2위 주도자들이 지금까지 펼쳐왔던 일반적인 행태와는 다르다. 역대 선거는 2위인 안희정이 좀더 지지층에 어필하면서 선명한 메시지를 주장하고,  1위인 문재인이 좀더 포용적인 자세로 중도층이 좋아할만한 메시지로 방어하는 것이었으나 지금 양상은 정반대다. 문재인은 소위 거의 ‘집토끼’사수전략이다. 반면 안희정은 ‘산토끼’에 기대는 전략이다. 일반적으로 집토끼전략은 막강한 조직력에 기대를 건다. 반면 산토끼전략은 바람을 일으키고 기대감을 확산하는 전략이다.

2위가 펼치는 산토끼 전략은 사실 한계가 많다. ‘조직적 지원’보다는 ‘자율적 참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지층내부 격차가 크기 때문에 전체 지지율은 무조건 1위주자보다 높아야 한다. 그리고 일시적인 바람이 아니라, 이 높은 지지율이 최소한 한 달은 이어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결국 조직에서 밀린다. 2007년 전체 지지율에서 높았던 이명박도 당내 지지율이 높았던 박근혜에 신승했다.

강영환 전 국무총리실 공보비서관.
민주당은 안희정의 선전으로 당이 진보를 넘어 중도로 외연확장되었다고 좋아한다. 그러나 시장리더인 문재인이 ‘집토끼’사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민주당은 주목해야 한다. 혹시 안희정이 패배한다면 그 지지층들 중 산토끼가 문재인으로 향한다고 장담할 수 없다.

지금의 양상이라면 대선은 5년전 문재인이 치룬 양자방식이 아니라 보수,중도,진보간 3자대결로 귀결될 가능성이 훨씬 높아 보인다. 애초부터 경쟁을 주도해갔던 시장리더 문재인은 세를 더욱 확산해가는 덧셈의 선거전 기회를 놓치고 중도와 보수의 경쟁후보들이 자신의 진지를 늘려나가는 것에 끌려가며 대응하는 어려운 선거전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문재인지지층의 폐쇄성에 더해 탄핵이후 예측되는 보수의 결집이 가세하고, 이를 싫어하는 중도공간이 확대될 수 있다. 현재는 넉넉한 1위 후보 문재인에겐 오히려 상황의 변화에 따라 쉬운 선거가 아닐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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