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눈] 국민들이 만들어 낼 대통령 탄핵과 새 역사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015년 6월 18일 황교안 국무총리에게 임명장을 전달하고 있는 모습. 청와대 제공.

세상이 떠들썩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27일 헌법재판소 최종 변론에 끝내 나오지 않았다. 직무가 정지된 박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 중인 황교안 국무총리는 특검 조사 기간 연장을 거부했다. 여야 정치권은 ‘네 탓’ 공방에만 신나 국민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이날 발행된 <시사IN> 제494호 ‘편집국장의 편지’에서 고제규 편집국장은 이렇게 썼다.

특검 종료 나흘 전 2월 24일 이 칼럼을 쓴다. 독자들이 이 칼럼을 접할 때쯤이면 특검 종료 기사로 한창 떠들썩할 것 같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개인적인 일탈’로 깜짝 연장되기를 기대해본다. 개인적인 일탈은 이 정부의 전매특허 아니었던가. 이 칼럼이 틀려도 괜찮다.(중략) 특검이 끝나면 검찰이 수사를 이어받는다. 벌써부터 검찰 수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나는 반대로 본다. 검찰이 우병우 전 민정수석을 구속시킬 수도 있다. 헌재에서 탄핵이 인용된 뒤 검찰이 박근혜 씨를 체포해 조사할 수도 있다.(후략)

비겁한 지도자들과 용기 있는 국민들

그가 점친대로 황 대행은 특검 연장을 거부했다. 살다보면 실수하고 잘못할 때가 있다. 그럴 때 자신의 잘못을 고백하고 용서를 구하는 사람이 용기 있는 사람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비겁했다. 특검 조사를 받겠다고 한 국민과의 약속을 저버렸다. 특검뿐만 아니라 세월호 때도, 국정교과서 때도, 한·일 위안부 합의 때도 박 대통령은 ‘비겁한 지도자’였다. 모든 책임을 지도자에게 떠넘기거나 상황을 면피하려는 국정농단 세력과 재벌 기업도 비겁하긴 매한가지다.

그들의 비겁함은 촛불과 태극기로 상징되는 국론 분열을 몰고 왔다. ‘이게 나라냐’는 상실감어린 목소리에 희망은 공허한 메아리처럼 들린다.

국민의 힘으로 다시 쓰는 대한민국

광화문 촛불집회 현장 모습.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 홈페이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은 있다. 다음은 정호승 시인의 신작 ‘나는 희망을 거절한다’ 도입부다.

나는 희망이 없는 희망을 거절한다/희망에는 희망이 없다/희망은 기쁨보다 분노에 가깝다/나는 절망을 통하여 희망을 가졌을 뿐/희망을 통하여 희망을 가져본 적이 없다

희망은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한 기대와 바람이다. 지금은 비록 분노와 절망밖에 보이지 않더라도 앞으로 잘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바라는 마음이 ‘희망(希望)’이다. 이미 박 대통령은 국민들로부터 탄핵 당했다. 헌재도 박 대통령 탄핵을 인용할 것이다. 국정농단 세력들은 모두 역사 앞에 단죄 받을 것이다. ‘탄핵 불복종’을 운운하는 비겁한 대통령 측 법률대리인단이나 대한문 앞 태극기 집회도 종국에는 명분을 잃을 수밖에 없다.

임진왜란 때 왜구가 쳐들어왔을 당시 왕은 도망쳤어도, 백성들은 끝까지 남아 싸워 나라를 지켰다. 3.1운동 때도 온 백성이 힘을 모아 일제에 항거하며 광복을 이끌어냈다. 1987년 민주항쟁은 독재의 벽을 무너뜨리고 민주주의 현대사를 새로 썼다. 지도자들의 비겁함과 무능, 부패로 나라가 고비를 겪을 때마다 민중은 분연히 일어났고, 희망을 만들어갔다.

이번에도 국민들은 대한민국의 역사를 다시 쓰기 시작할 것이다. 열일 곱 번이나 이어진 광장의 촛불집회는 문화행사와 축제형 집회로 자리 잡았고, 평화집회로 전 세계에 알려졌다. 그 모든 것이 국민들이 만들어낸 힘이다. 새로운 대한민국의 희망은 바로 국민이고, 국민은 승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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