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 산하 공기업인 도시철도공사가 특정인을 채용하기 위해 멀쩡한 합격자의 면접점수를 조작해 당락을 바꿔치기한 채용비리사건의 지시 혐의를 받는 차준일 전 사장에 대해 대전지법이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의 기소 내용만으로는 차 전 사장이 면접위원과 회사 경영이사 및 기술이사 등의 업무를 방해한 사실이 증명되지 않는다는 이유다.

검찰은 차 전 사장이 면접점수 조작을 지시해 공정한 경쟁을 통해 이뤄져야 할 채용업무를 방해했다며 징역 1년 6월을 구형했다. 이 사건은 사장 지시를 받고 인사팀장이 점수를 조작한 것이 요지다. 점수조작의 증거도 나왔고, 가담자들은 물론이고 차 사장도 “관심 가져 보라”고 한 것은 사실이라며 이를 인정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차 사장의 업무 방해를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업무방해죄는 정당한 업무 활동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며 "면접위원의 업무는 면접점수를 제출하는 것으로 종료될 뿐 이후 어떻게 처리되는지는 업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차 사장이 직접 면접위원의 업무를 방해하지 않았다는 의미로 보인다.

대전시 대표 공기업의 채용비리로 내부 고발한 경영이사가 해임된 것을 비롯해 직원 5명이 정직과 감봉 등의 징계를 받았다. 면접점수 조작과정이 언론에 공개되자 시민들의 실망은 물론 취업난에 시달리는 흙수저들의 엄청난 공분을 샀다. 내부고발과 언론의 폭로가 없었다면 점수조작의 피해자들은 왜 떨어졌는지도 모른 채 아직도 취업준비에 매달릴지 모른다. 사장의 말 한마디에 당락이 뒤집어지는 세상이니 ‘헬조선’과 ‘흙수저’ 한탄이 나오는 게 당연하다.

국정농단 주역인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에게 부정입학과 학사 특혜를 준 이화여대 총장과 학장, 교수들이 줄줄이 구속된 것만 봐도 대전지법의 차 전 사장 무죄 판결은 국민 정서를 전혀 반영하지 못했다. 부모 덕에 좋은 대학에 입학해 출석을 안 해도 졸업하고 취직까지 일사천리인 나라에서 잘 봐달라는 전화 한통 넣을 곳 없는 서민들은 차 전 사장의 무죄 판결로 더 큰 상처를 입었다.

재판부는 특정인을 내정하다 안 되니 점수까지 고쳐 합격시킨 명백한 채용비리를 엄단하기는커녕 면죄부를 준 셈이다. 비리를 지시한 사람은 무죄를 받고 항명한 사람은 해임되니 상급자의 어떠한 부당지시도 따라야 하고 조직에서 어떤 일이 벌어져도 절대 외부에 알려서는 안 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사장 본인도 인정한 채용비리가 무죄라면 도대체 누구 책임인가?

대전도시철도공사 부정채용의 성적조작 과정을 보여주는 것으로 펜글씨가 원점수이며 프린트 점수는 조작단계의 점수표다. A는 면접관 1명의 점수를 92에서 98로 6점 올려줬고 필기 20위 B는 면접점수를 87에서 97로 10점, 91점에서 98점으로 고친 흔적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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