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급식비리를 수사 중인 대전경찰이 영양사회 전·현직 간부들의 공금횡령 혐의를 포착했다. 대한영양사회 대전세종충남지부 전·현직 간부들이 회원들의 회비와 간접납품업체들이 월 10만∼30만 원씩 낸 후원금 가운데 1억여 원을 횡령했다는 혐의다. 경찰은 업체들이 특정 식자재를 납품하는 조건으로 후원금을 건넸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지역의 영양(교)사가 식재료 납품업체와 가족동반 여행을 다녀왔고 다른 학교 영양(교)사도 국내 여행 때 업자에게 향응을 제공 받은 사실은 대전시교육청 감사에서도 확인됐다. 영양사들의 모임에 납품업체가 매월 후원금을 낸 것도 이상하지만 영양(교)사들의 여행이나 모임 때 업자들이 밥과 술을 샀다는 것도 정상적이지 않다.

이들 사이의 유착 의혹은 전교조가 이미 상세한 자료를 만들어 공개했고 이를 경찰에 제공하며 철저한 수사를 촉구한 바 있다. 이번에 드러난 영양사회 간부들의 공금 횡령 건도 전교조가 당사자들의 이름까지 파악해 수사 의뢰한 결과다. 영양(교)사와 업체들 간 과도한 친분이 어디까지 이어졌는지는 경찰이 밝힐 몫이다.

식단을 짜고 식재료를 발주하는 영양(교)사는 마음만 먹으면 특정업체 제품을 사 줄 수 있다. 입찰공고 때 특정 간접납품업체의 제품명을 현품설명서에 적어 특혜를 주거나 제품명을 직접 적지 않고도 제품 구성과 용량, 성분 등을 표시함으로써 교묘히 업체를 지정하는 식이다. 업자들 사이에서는 현품설명서만 보면 어느 업체를 밀어주는지 알 수 있다고 한다.

영양(교)사들이 특정제품을 고집하는 이유는 품질 면에서 좋기 때문도 있겠지만 업자들과의 오래된 유착에서 비롯된다는 게 업계의 이야기다. 정해진 예산에서 같은 식재료를 비싸게 사니 돈이 줄줄 새나가는 것은 당연하고 급식 질이 떨어지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오죽하면 대전 급식 비리를 조종하는 핵심 브로커가 있다는 소문이 있겠는가.

문제는 대전 급식비리의 사슬이 일부 영양(교)사와 간접납품업체 몇 곳에만 얽혀 있느냐는 것이다. 업자들은 급식관련 납품이 영양(교)사 단독으로 진행되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전교조도 업체에서부터 영양(교)사, 학교장, 행정실장, 교육청까지 조직적으로 로비와 담합이 이뤄졌을 것으로 보고 몸통을 찾아내라며 경찰을 압박하고 있다.

급식업체 3곳을 압수수색한 경찰은 아직 수사결과를 내놓지 않고 있는데 다음달 1차 수사결과가 나오거나 하반기까지 늦어질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경찰 수사의 초점은 영양사협회가 업체들의 로비 창구였는지와 비리사슬이 어떻게 작동했는지, 몸통이 누구인지에 맞춰져야 할 것 같다. 영양사 몇 명에게 책임을 돌리기엔 대전 급식비리 의혹이 너무 크다.

전교조는 지난해 10월 학교 급식비리 관련 의혹 제기와 엄정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업체 간 담합 의혹과 학교급식 식재료 발주의 문제점, 업체지명경쟁의 폐해, 학교급식 관련 유착 의혹 등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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