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눈] 중도·보수는 그의 선거전략 아닌 정체성

보수가 안희정에 열광하고 있다. 안희정 충남지사가 일약 지지율 2위의 유력 대선주자로 떠오른 데는 중도·보수의 시각변화가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다. 이들이 안 지사를 ‘운동권 출신, 친노 핵심’ 이미지가 아닌 좌우에 치우치지 않는 ‘안정적 리더’로 재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흐름은 여론조사 결과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한겨레>가 리서치플러스에 의뢰해 6일 발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새누리당 지지층은 문재인-안희정 양자대결구도에서 문재인 6.3%, 안희정 51.4%로 안희정 충남지사를 선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안 지사는 안희정-안철수 양자대결구도에서도 바른정당 지지층에게 60.8%대 25.5%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를 압도했다. <한겨레>는 이 같은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민주당 경선이 완전국민경선제인 만큼, 안 지사가 보수·중도층 참여를 얼마나 이끌어 내느냐에 따라 결선투표 진출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칠 수 있는 대목”이라고 내다봤다.

(* 리서치플러스 여론조사 : 시기 – 2월 3~4일, 대상 – 전국 19세 이상 남녀 1011명, 방식 - 유무선 임의전화걸기 면접방식, 응답률 – 16.4%, 표본오차 – 95% 신뢰수준에 ±3.1%,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점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대연정 제안이 결정적 단초를 제공했다. 진보는 안희정 지사에 대해 공세를 퍼붓고 보수는 환영의 뜻을 밝히고 있다. 물론 안 지사 발언이 앞뒤 뚝 잘려 “새누리당과도 연정할 수 있다”는 쪽으로 호도된 측면도 있다. 안 지사측은 현실정치에서 연정의 불가피성을 강조한 것이지 새누리당과의 대연정에 방점을 찍은 것이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는 중이다.  

그럼에도 안 지사의 대연정 제안은 ‘사드배치 존중, 녹색성장과 창조경제 계승, 노동유연성 수용 불가피, 이재용 구속영장 기각 사법부 판단 존중’ 등 그가 내뱉어 온 발언의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이는 ‘기존 질서를 흔들지 않겠다’는 뜻으로 보수가 그에게 안정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대다수 정치 분석가들은 이 같은 안희정 지사의 행보를 일컬어 ‘우클릭’이란 표현을 쓰고 있다. 낮은 지지율을 만회해 볼 요량으로 중도·보수층 끌어안기에 나섰고, 그런 전략이 적중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그가 이끌어 온 7년 여 충남도정을 겉핥기라도 지켜봐 온 사람들은 그런 분석에 선뜻 동의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는 충남도민에게 진보의제를 던져 선택받았다기보다는 ‘젊고 참신하고 예의바른’ 이미지로 다가가 성공한 지도자다.

실제로 안 지사는 자유민주연합이나 자유선진당 텃밭인 충남에서 보수로부터 인정받는데 성공한 정치인이다. 소속 정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정체성을 드러내기 보다는 젊고 참신한 개인 이미지를 한껏 드러내 도민들로부터 두 번이나 선택받았다. ‘보수의 선택’이 어디로 향할지 가장 잘 알 뿐만 아니라, 가장 잘 훈련된 정치인이란 의미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광역단체장으로서 이재명 성남시장, 박원순 서울시장과는 완전히 다른 길을 걸어왔다. 개혁의제를 내세우고 이를 관철시키기 보다는 기존 질서를 크게 흔들지 않는 편을 선택했다. 때로는 ‘우군’일 것으로 인식되는 시민단체나 노조의 거센 비판에도 아랑곳 않았다. 관사 논란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대전 선화동 도청사 시절, 일제시대부터 존치돼 온 충남도지사 관사(대전 대흥동 소재)를 폐지하라는 일부 언론과 시민단체의 강력한 요구에도 “업무상 필요하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충남도청사가 내포신도시로 옮겨갈 무렵 “관사 건립은 권위주의적 발상”이라는 시민단체 반대의견에도 불구하고 15억여 원을 들여 관사를 건립하기도 했다. 

물론 관사 건립 등 한 두 가지 사례로 그의 도정운영 전체를 평가하긴 어렵다. 그가 기존 질서를 깨는데 큰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로 제시했을 따름이다. 충남도 주변에서 그를 경험해 본 상당수 사람들은 그를 ‘중도·보수성향의 합리적 민주주의자’ 정도로 평가하고 있다.

지금 우리는 안희정이 아닌 우리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야 한다. 현 시점에 필요한 리더십이 어떤 리더십인가. 적폐를 해소하고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는 리더십이 필요한 것일까, 아니면 상대편까지 보듬는 폭넓은 리더십으로 더디지만 우직하게 합리적 민주주의를 전진시켜 나가는 리더십이 필요한 것일까.

안 지사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지기 훨씬 이전부터 “이분법적 정의관을 버려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는 지난해 6월 <디트뉴스24>가 공동주최한 ‘미래정치아카데미’ 특강에서 의미심장한 심경을 밝힌 바 있다.

“들판에 난 풀처럼 우직하게 서 있으면 주인(역사와 국민)이 뜯으러 온다. 안 오면 어쩌냐 그러는데, 그러면 내 인생 행복하게 살다 가면 된다.”

그는 지금 정치적 수를 던진 것이 아니다. 들판에 홀로 서 있는 것이다. 그를 선택할지 선택하지 않을지는 주인(역사와 국민)들이 판단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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