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사 부정채용 혐의로 구속 기소된 차준일 전 대전도시철도공사 사장에게 검찰이 징역 1년 6월을 구형했다. 차 전 사장 변호인은 최후 변론에서 "범행 동기가 경제적 이득이 아닌 지인들의 부탁이었고 40여년 공직에 헌신하면서 대통령 표창까지 받은 점 등을 감안해 선처를 부탁한다"고 했다. 차 전 사장도 "지인과의 정을 저버리지 못해 벌어진 사건"이라고 말했다.

이 사건은 특정인을 채용하기 위해 합격자의 면접점수를 10점 이상 깎고 반대로 필기시험 탈락자는 20점 가까이 점수를 올려 합격자를 바꿔치기한 것이다. 당시 경영이사의 폭로로 차 전 사장은 구속되고 억울하게 탈락한 2명은 공사에 들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경영이사는 부패행위를 외부에 알렸다는 이유로 해임 당한 뒤 국민위원회로부터 부당해임 처분을 받았지만 조직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1년 가까이 지난 일이지만 대전시와 산하기관의 채용관행은 개선되지 않는 것 같다. 내정자를 정해 놓고 형식적 채용공고를 내는 것은 물론이고 기관장과 코드가 맞지 않으면 파면과 해임도 서슴지 않는다. 이 과정에서 인사위원들은 허수아비처럼 아무 역할도 못한다. 도시철도공사처럼 누군가 용감하게 나서 증거를 들이대며 폭로하지 않는 이상 내부에서 은밀히 이뤄지는 부정채용을 막을 길이 없다.

사건이 터지자 대전시와 도시철도공사는 진실공방과 책임전가만 했지 문제의 원인을 찾아 개선하려는 의지는 보이지 않았다. 누가, 어떤 이유로 특정인의 채용을 지시했는지는 여전히 석연치 않다. 차 전 사장 단독으로 점수조작이란 범죄행위를 지시했을 것으로 보는 사람은 별로 없다. 시 산하 공기업의 채용이 이런 식이라면 어느 누가 대전시 행정을 믿겠는가?

비리를 외부에 알린 내부고발자를 해임한 것도 적절치 못했다. 부패행위는 날로 조직화, 은밀화 하는데 내부고발자에게 불이익을 주면 쫓겨날까 두려워 아무도 신고할 용기를 내지 못할 것이다. 사건이 처음 터졌을 때 권선택 대전시장이 내부고발자를 해임하는 대신 칭찬하고 대대적 조직 진단을 했더라면 지금쯤 시와 산하기관의 채용시스템은 획기적으로 개선됐을 것이다.

이제라도 권 시장은 의지를 가지고 시와 산하기관의 채용비리와 인사 불만을 근절하는 대책을 내놓기 바란다. 낙하산 보은인사로 채워진 조직이 제대로 굴러갈리 없다. 시장이 바뀔 때마다 자기사람 심기를 반복한다면 공개채용 자체가 무의미하다. 공정한 채용이 보장되고 비리를 엄단하지 않으면 제2, 제3의 도시철도공사 채용비리는 언제든 다시 터진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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