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기천의 확대경] 수필가·전 충청남도 서산부시장

지방자치 부활이후 변화 가운데 하나는 지방공무원에게 꽃이고 꿈이라 할 수 있는 시장‧군수‧자치구청장을 해볼 수 있는 기회를 잃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민선체제 이후 부단체장의 기능과 권한은 제도적으로 강화되었고, 주민들도 ‘실질적인 행정책임자’라는 인식을 갖는다. 부단체장은 지방자치법, 즉 법률에 근거를 두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보좌·보조기관과는 위상과 기능면에서 다르다.

‘부단체장’, 그 자리를 말한다.

가기천 수필가·전 충청남도 서산부시장
첫째, 부단체장 자신의 식견과 리더십이다. 식견을 갖추고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며, 위엄과 신뢰가 있어야 한다. 떳떳하고 공평무사하면 위엄이 서고, 인간적인 면모가 있으면 믿음을 얻을 수 있다. 자치단체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찾아 방안을 제시하고 효과적으로 추진하여야 한다. 지역실정에 어두운데다 정보에 배제되면 애매한 처지에 맞닥트리게 되고, 토박이 공무원들로부터 소외되어 자칫하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채 지내는 경우도 있다. 위로 미루고 아래로 떠밀며 있는 듯 없는 듯 존재감 없을 보여 주지 못함은 있을 수 없다.

둘째, 자치단체장과의 관계다. 단체장이 부단체장에게 힘을 실어주고 실질적으로 직원을 통활 할 수 있도록 하면 조직이 원활하게 운영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없지 않다. 성과는 단체장과 직원에게, 책임은 자기에게 있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인사는 장의 고유 권한’이라는 인식으로 외면하려 해서는 안 되며, 인사권을 침해한다는 오해를 받지 않도록 신중하면서도 인사위원장으로서의 책무를 다해야 한다. 특히 연고지인 경우에는 단체장으로부터 잠재적인 경쟁자로 경계 받고 불편한 사이가 될 수 있으니 언행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부단체장 식견과 리더십으로 직원들 사기 올려줘야

셋째, 소속 공무원들과의 관계다.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고 사기를 올려주어야 한다.
공무원들이 격의 없이 업무를 논의할 수 있어야 하고, 사적인 부분까지도 어려움을 터놓을 수 있는 믿음을 줄 필요가 있다. 외부로부터 바람막이가 되어야 하고, 감사에서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어야 한다. 묵묵히 일만하고 ‘빛’을 보지 못하는 공무원을 찾아서 응분의 대우를 해주어야 한다. 어떤 이유로 소외되거나 불만을 품고 지내는 공무원은 없는지 살펴서 응어리를 풀어주어야 한다.

넷째, 의회, 의원와의 관계다. 지방자치단체 의사결정기관으로써 의회의 역할과 기능을 재인식하고 긍정적인 협조관계를 유지하여야 한다. 의회와 항상 소통한다는 자세를 가져야 하고, 깊이 있는 대화가 가능한 채널을 가져야 한다. 단체장과 의원 간 견해를 달리할 때 이를 조정하고 완충역할을 할 사람은 바로 부단체장임을 새겨둘 필요가 있다. 지역출신 국회의원, 광역의원과의 긴밀한 관계를 맺어야 한다.

다섯째, 주민, 특히 다수민원인과의 관계다. 행정의 방향에 따라 주민에게는 미치는 영향이 크고 이해관계가 달라진다. 인‧허가와 주요 민원은 세세한 부분까지 잘 챙겨야 한다. 지역에서 소리 없이 일하는 사람들을 찾아서 인정감을 심어주고 더 일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특히, 다수민원의 경우 단체장이 직접 나서기 어려울 때 앞장서 해결하도록 한다.
때로는 정치인인 단체장의 정치적인 부담뿐 아니라, 장의 의사 표명과 결정은 돌이킬 수 없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부단체장이 사전 충분한 검토와 전망까지도 부단체장이 맡아야 한다.

지방자치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 부단체장 역할 커

여섯째, 재난을 예방하고 신속한 대응자세를 갖추어야 한다. 인적 재난이나 자연재해는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는 가정아래 취약요소를 미리 점검‧예방하고, 발생하면 신속한 대응으로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재난 현장에는 몸소 나서 지휘하고 적극적인 대응조치를 취하여야 하며, 이재민을 위로하고 생계 대책과 복구대책을 마련한다.

일곱째, 산업활동을 북돋워 주어야 한다. 주민들이 종사하는 생업을 육성하고 지원해야 한다. 특히, 기업 활동을 장려하고 지원해 주어야 한다. 기업의 애로를 들어 풀어주고, 단속과 규제에 앞서 안내와 계도를 충분히 하여야 한다.
 
여덟째 기관‧단체와의 관계다. 지방행정은 관내 유관 기관‧단체와의 유기적인 협력관계가 필수적이다. 정치인으로써 단체장의 활동이 제약되거나 불편한 경우에도 여러 사정에 구애받지 않고 활동할 수 있는 입장을 충분히 발휘해야 한다.

아홉째, 중앙과 광역자치단체와의 관계다. 민선 이후 그 이전과 달라진 형태의 하나가 상부기관과의 관계이다. 아무리 지방자치라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중앙과 상급기관과 소원하게 지낼 수는 없다. 오히려 더욱 긴밀한 관계가 되어야 하고, 그에 따라 얻는 성과가 달라진다. 부단체장들의 가장 큰 역할 중 하나는 중앙과 광역단체와 교류를 원활히 하는 것이다. 민선단체장의 한계를 메우는 역할을 부단체장이 하여야 한다.

열째, 언론과의 관계다. 현대 행정은 민의행정이고 여론행정이다. 여론을 소홀히 하는 행정은 성립될 수 없으며, 행정 시책과 성과를 제대로 알리는 역할에서 언론의 기능을 크게 인식하여야 한다. 민선 이후 홍보조직과 수단을 강화하는 것이 같은 이유이다. 언론의 기능을 중요시하고 적극적으로 활용하여야 한다. 

“부단체장으로 가기 위해 시장·군수에게 줄을 서지 않겠다”고 한 도 간부의 선언이 화제가 됐을 만큼 주는 메시지가 있다. 한 중앙부처 출신 부단체장은 “비록 기초자치단체의 부단체장이라도 중앙부처의 1급보다도 할 일이 많고 대우를 받는다”고 했다. 그만큼 책무는 막중하면서도 영예로운 자리다. 지방자치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직업공무원의 대표요 수장인 부단체장의 역할이 크다. 새 부단체장들에게 축하와 함께 무거움을 얹는다.

저작권자 © 디트NEWS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