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건드리지 마세요’꽃말 등 봉선화 닮은 박근혜 모습

한국 근대가곡의 효시는 누가 뭐래도 홍난파(1897-1941)의 봉선화(봉숭아)다. 우리가 즐겨 듣고, 부르는 고향의 봄, 봄처녀, 고향생각, 사랑, 옛 동산에 올라, 그리움, 금강에 살으리랏다 등이 모두 그의 작품이다. 그 중 봉선화만큼 널리 알려진 곡은 없을 것이다.  바이올리니스트이기도 한 홍난파는 1920년 '처녀촌‘이란 단편집을 내면서 그 서장에 ’애수‘라는 제명의 악보를 실었는데, 그게 바로 봉선화이다.

김형준이 이 곡조에 ‘봉선화’란 가사를 붙여 이 노래가 탄생했다. 홍난파와 교분이 두터웠던 김형준은 당시 자기 집 뜰에 많은 봉선화를 키우고 있었다. 우리나라의 최초 가곡이지만 이 곡이 알려진 것은 20년이나 지난 뒤였다. 소프라노 김천애(1919-1995)가 일본 무사시노 음대 졸업음악회에서 앙코르로 부르며 널리 퍼졌다. 그녀는 귀국 후 노래가 불온하다며 경찰에 불려가 3개월의 옥살이를 해야 했다.

노래는 곧바로 금지곡이 됐다. 저항의식이 강한 노랫말과 운율 때문이었다. 초가집 울타리 밑에서 모진 비바람을 겪으면서 한 여름이 되어 빨갛게 피어나는 봉선화의 이미지가 일제 치하에서 독립을 갈구하는 한 민족의 정서와 맞아 떨어진 때문이다. 어떠한 역경에도 굴하지 않고 꿋꿋하게 살아가는 민족의 저항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아리랑과 달리 3절에는 비애를 넘어 부활을 다짐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런데 이 노래가 현재 탄핵위기에 빠진 박근혜대통령의 모습과 비슷하다고 해서 화제다. 1, 2, 3절 가사가 모두 그렇다는 것이다. 특히 3절은 박근혜 탄핵을 지지하는 촛불시위에 맞서 탄핵반대를 외치는 박사모와 어버이연합 등 보수 세력의 뜻을 그대로 대변하고 있는듯하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면 내년 봄 헌법재판소에서 탄핵기각 판결이 날 것이라는 믿음과 궤를 같이 하는 내용이어서 기이하다.

봉선화(鳳仙花)는 박근혜 자신을 뜻한다는 주장이다. 가사를 살펴보자. 1절은 “울밑에 선 봉선화야 네 모양이 처량하다/ 길고 긴 날 여름철에 아름답게 꽃 필적에/ 어여쁘신 아가씨들/ 너를 반겨 놀았도다” 봉선화가 한 여름 아름답게 꽃 피우던 시절을 노래하고 있다. 박근혜가 부모를 총탄에 잃고 난 뒤의 처량했던 모습과 뒤이어 대통령에 당선되고 한창 잘 나가던 시절을 노래한 듯 보이기도 한다.

2절을 보자. “어언 간에 여름 가고/ 가을바람 솔솔 불어/ 아름다운 꽃송이를/ 모질게도 침노하니/ 낙화로다 늙어졌다/ 네 모양이 처량하다” 2절은 가을바람에 떨어지는 처량한 낙엽의 모습을 읊었다. 홍난파는 일제의 모진 침략으로 쓰라림을 당한 조국의 비운을 가을에 지는 봉선화에 비유했다. 그런데 박근혜는 같은 계절(늦가을)에 어려움을 겪고 초겨울에 국회의 탄핵결정을 망연히 지켜봐야만 했다.

그런데 봉선화의 3절을 접한 보수진용은 3절 가사 대로 되었으면 좋겠다고 크게 반긴다. 뿐만 아니라 반드시 그렇게 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 “북풍한설 찬바람에/ 네 형체가 없어져도/ 평화로운 꿈을 꾸는/ 너의 혼은 예 있으니/ 화창스런 봄바람에/ 환생키를 바라노라“ 이 노래는 단순한 비애를 넘어 부활하겠다는 애절한 민족의 염원을 절규하고 있다. 결국 1945년 해방으로 이 염원은 달성되지 않았는가?

박근혜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가곡 봉선화의 마지막 3절처럼 내년 봄 헌법재판소에서 결국 탄핵 반대로 결론 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한 겨울 찬바람에 국회에서 비록 탄핵이 결정되었지만 화창스러운 봄날이 오면 결국 탄핵이 기각되고 박근혜가 불명예를 씻고 환생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100년 전 노래가 오늘의 상황에 인용되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봉선화의 비애’라고 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말 사전을 보면 봉선화는 인도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가 원산지로 우리나라에서는 신라 때부터 키워 왔다고 한다. 울밑이나 장독대 옆에 어울리는 꽃으로 옛 부터 부녀자들의 손톱을 물들이는데 써 왔다. 봉선화는 아리따우면서도 수수하며 어딘지 말 못할 서러운 사연을 지닌 채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촌색시의 모습이다. 꽃말은 “날 건드리지 마세요”이다. 봉선화야말로 박근혜대통령을 닮은 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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