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ADHD, 우울증, 치매 진단 검사 시 활용 기대

김성철 동국대학교 경주캠퍼스 불교학부 교수
촉각자극기 부착 위치
촉각자극기

한국연구재단(이사장 조무제)은 김성철 교수(동국대) 연구팀이 주의 집중력의 수준을 촉각자극분배장치로, 신체 촉각의 인지 여부를 수량화한 분석을 통해 과학적으로 입증했음을 밝혔다.

촉각자극분배장치는 명상 수련자가 수행 중 발생하는 촉각에 주의를 기울이는 점에 착안해 김성철 교수가 개발한 장치이다.

불교의 위빠싸나 명상의 수행 원리에 근거해 촉각 자극 인지 실험을 위해 개발됐다.

이 장치로 피험자의 촉각자극에 대한 주의집중 능력을 객관적으로 측정 가능하다. 피험자의 신체 표면 여러 곳에 소형진동모터가 내장된 촉각자극기를 부착한 후, 선택적으로 동시에 혹은 순차적으로 진동 자극을 발생시킨다. 피험자가 인지한 촉각 자극의 개수 또는 패턴을 실제로 발생한 자극과  비교해 피험자의 인지 또는 오인 여부를 확인한다.

주의 집중력은 각종 심리학 영역에서 인지능력 및 학습능력과 관련해 사용되는 개념이다. 명상 등 정신적 훈련이나 상담·언어치료 등 심리치료와 같은 심리 개선 과정 시 요구된다. 해당 능력의 발현 정도에 따라 과정의 지속 및 선택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각 단계마다 피험자의 집중력을 과학적으로 입증하기 쉽지 않았다. 피험자의 단계별 지침 수행 여부를 피험자의 주관적인 판단에서 나오는 의견에 의지해야 했다. 그러므로 단계별 상황에 부합하는 객관적이고 세부적인 지침을 적용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명상의 마음챙김(Mindfulness) 기술은 수행 중 발생하는 신체의 촉감을 지속적으로 관찰하는 것으로 상당한 집중력이 요구된다. 최근 서구 사회에서 주목받는 MBSR(마음챙김에 기반한 스트레스 완화)나 CBT(인지행동치료) 등의 심리치료법은 대부분 명상의 마음챙김 기술을 활용했다. 김성철 교수는 마음챙김 시 발생하는 신체의 촉감에 집중하는 현상에 주목했다.
 

마음챙김(Mindfulness)은 호흡 시 일어나는 촉감에 대한 관찰에서 시작해 몸과 마음에서 지금  일어나는 현상을 있는 그대로 관찰하는 수행을 말한다. 미얀마, 태국, 스리랑카 등 남방 불교계의 대표적인 명상법이다. 불교 고전어(古典語)인 빠알리어(Pāli語) Sati의 영어 번역어다. Sati를 한자로 염(念)이라고 번역한다. Sati를 Awareness(알아차림)이나 Attention(주의)로 번역하기도 한다.

MBSR(마음챙김에 기반한 스트레스 완화·Mindfulness* Based Stress Reduction)는 1979년 메사추세츠 대학병원의 존 카밧-진(Jon Kabat-Zinn)이 불교의 명상법을 이용해 만든 스트레스 감소 프로그램이다.


 CBT(인지행동치료·cognitive behavioral therapies(認知行動治療)는 일반적으로 조건화 이론에 근거한 행동수정과 인지적 접근을 하는 인지치료를 통합한 치료법으로 인간의 행동과 그에 따른 인지적 변화를 강조한다.

인지·행동적 치료는 행동의 변화가 인지 변화를 가져올 수 있고, 인지 변화는 행동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원리를 이용한다.

김성철 교수팀은 명상의 ‘마음챙김’기술에 착안해 ‘촉각자극분배장치’를 개발하여, 심리 훈련을 받는 피험자의 집중력 수준을 과학적으로 증명하는데 성공했다.

교수팀은 장치를 통해 자극을 준 개수나 시간 차이를 수량화하여 피험자가 인지한 결과와 비교했다. 두 개의 데이터가 상호 부합하면 집중, 그렇지 않으면 산만으로 분류했다. 즉, 상호 부합하는 데이터 비율이 높은 경우  집중력이 높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또 교수팀은 명상의 종류나 운동의 종목에 따라 신체 좌측과 우측의 촉각  주의력이 다르다는 점을 확인했다. 정적인 수행(고엔카 위빠싸나) 또는 사격 같은 정적인 운동을 하는 사람은 신체 좌측의 촉각 주의력이 발달했다.  신체의 좌측은 우뇌의 지배를 받는다. 즉, 신체나 표적의 공간적 위치에 주의를 집중하는 행위를 지속할 경우 대뇌의 우반구가 발달하여, 신체  좌측의 인지 능력이 발달한 것이다.

고엔카 위빠싸나는 정좌하고 있을 때만 수행을 하는 정적(靜的)인 수행이다. 인도 출신의 위빠싸나 지도자 고엔카가 고안하고 가르쳤던 위빠싸나로 10일 동안 집단생활을 하면서 수행한다.


반면 동적인 수행(일반 위빠싸나) 또는 농구 같은 동적인 운동을 하는  사람은 신체 우측의 촉각 주의력이 발달했다. 이는 언어나 움직임과 같은 순차적 사건의 인지를 담당하는 대뇌의 좌반구가 발달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촉각 주의력의 발달 부위로 피험자가 어느 활동에 특화됐는지  유추가 가능하다.
 

일반 위빠싸나는 정좌할 때 포함해 걸어갈 때와 식사할 때 등과 같이 동적인 상태에서의 수행이다.  

위처럼 명상과 같은 정신적 훈련이나 상담과 같은 심리적 치료 단계의   집중력을 과학적으로 측정이 가능하다면, 보다 효율적인 진단 및 치료가 가능할 것이다. 나아가 아동·청소년의 주의 집중 능력 측정 검사에 응용이 가능하다면, 학업에 대한 집중력을 향상시키는 것뿐만 아니라 이와 관련한 심리장애를 치료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김성철 교수는 “이번 성과는 명상이나 심리치료 등 정신적 활동의 효과를 측정하고 진단할 때 집중력의 고저를 지표로 나타낼 수 있는 단초를   제시한 것”이라며 “향후 전 연령대 현대인을 대상으로 요구되는 심리적인 문제, 가령 ADHD, 우울증, 치매 등의 예방법과 치료법 개발에도 활용되길 기대한다”라고 연구의 의의를 밝혔다.

한국연구재단 학제간융합연구지원사업(교육부 소관사업)의 지원을 통해 거둔 이번 연구 성과는 ‘한국불교학회 2016년 추계 학술대회’에서 11월 25일자로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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