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용 칼럼]

대권 주자 안희정 충남지사의 대변인인 박수현 전 의원은 얼마 전 “안 지사가 대선 경선에서 패배하더라도 다음 도지사 선거에는 나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안 지사는 어제 이 말을 부정했다. “도지사 3선에 도전할지 말지는 현재 얘기할 단계나 시점은 아니다”고 했다.

대권주자 재선 도지사가 ‘3선 도지사’ 포기 않는 이유

대권 주자로 뛰고 있는 재선 도지사가 ‘도지사 3선 카드’를 버리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3선을 정말 염두에 두고 있다는 말인가? 최순실 게이트로 불투명해진 대선일정이 영향을 줬을 수 있다. 현직 도지사 임기가 1년 반이나 남은 상태에서 ‘차기 불출마’가 확정되면 레임덕이 가속화된다는 걱정을 했을 수도 있다.

안 지사는 현재 자타가 공인하는 명실상부한 대권주자다. 거의 모든 언론은 대권주자를 언급할 때마다 안 지사를 빼놓지 않는다. 본인도 대권주자로서 가지고 있는 생각들을 밝히곤 한다. 이런 도지사가 2년 뒤 ‘도지사 선거’에도 미련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말하는 건 상식적이지 않다. 

레임덕 문제 때문에 구사하는 ‘모호한 전략’이라고 해도 이해하기 어렵다. 도정(道政)의 안정성 문제가 걱정이라면, 모호한 전략이 아니라 거취를 빨리 결정해주는 더 바람직하다.

안 지사 자신을 위해서 이젠 중앙정치 무대로 나가야

안 지사는 도지사직을 유지한 채 대선(경선)에 도전하겠다는 생각을 이미 밝혔다. ‘대권 도전에 나서는 현직 도지사의 고충’을 이해할 수는 있고 현실적으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도지사의 대권후보 겸직 상황이 장기간 계속되는 건 도지사 자신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안 지사가 정말 대권 레이스에 뛰어들 생각이면 도지사 자리를 던져야 한다. 그게 안 지사 본인을 위해서도 충남도를 위해서도 좋다. 안 지사가 대권에 도전하려면 이젠 중앙정치 무대에서 경험을 쌓는 게 낫다. 도지사에만 머무르면 정치적 역량을 키우기도 힘들고, 국민들 입장에서도 안 지사를 판단하기도 어렵다.

안 지사가 대권주자로 부각되면서 주요 이슈에 대해 자주 언급하고 있지만 ‘장외(場外) 평론가’와 다를 바 없다. ‘정치인 안희정’ 스스로가 책임지는 발언과 행동의 기회를 가질 수 있어야 한다. 여러 대학을 찾아 강연하고 책을 내는 것으로는 그의 진짜 모습을 알기 어렵다. 말이 아니라 행동을 보여주어야 한다. 안 지사가 중앙정치로 진출해야 가능한 일이다.

‘인지도 부족’을 그의 단점으로 지적하는 사람들도 있다. 내가 보기엔 인지도의 문제가 아니다. ‘노무현의 후계자 안희정’을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다. 어떤 정치인인지 모를 뿐이다. 안 지사는 대권후보의 반열에는 올라 있지만 정치적 역량을 보여주는 데는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 이 또한 중앙 무대 진출이 극복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충남도 입장에도 대권후보 도지사 불리한 점 드러나

충남도 입장에서도 ‘대권주자의 도지사 3선’은 좋은 일이 아니다. 필자는 대권주자 도지사는 여느 도지사보다 무게감이 다르다는 점에서 기대한 적이 있다. 중앙이 지방을 무시하는 풍토를 줄이면서 지역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았다. 안 지사의 도정 6년을 보면 대권후보 도지사로서 충남도가 얻는 이득이 과연 있을까 의심이 된다.

당진-평택 경계선 분쟁 같은 경우 도지사가 ‘지역 갈등’을 의식해 너무 소극적으로 대처한다는 인상을 주었다. 지역 대표로서 지역을 위해 목소리를 내주어야 할 때도 이를 기피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곤 했다. 도지사가 대권후보라는 점을 빼면 설명이 어렵다.

안 지사의 대권후보 행보가 더욱 분주해졌다. 최근 한 달 새 외부 특강만 5차례 했고 책도 냈다. 모두 적지 않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고 공 들여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들이다. 도지사 업무는 그만큼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 지방의회와 언론 등에서 도정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안 지사는 도지사로서의 실적 문제에 대해 비판을 받는다. 본인 스스로도 도민들에게 ‘내가 이런 것은 해내지 않았느냐?’고 강조하는 업적도 없다. 그가 도지사에 당선되면서부터 잠재적 대권후보로 부상하고 사실상 도지사와 대권주자 두 가지 일을 동시에 소화해내야 하는 점이 이런 결과를 초래한 커다란 요인이라고 본다.

충남도청 대선캠프로 보는 사람들 적지 않아

충남도청을 ‘안희정의 대선캠프’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도지사의 측근 공직자들 가운데는 월급은 도에서 받으면서 도보다는 캠프 관계자로 일하는 사람들도 꽤 있을 것이다. 도지사가 한편으론 도정을 챙기고, 한편으론 대선 문제에 신경을 쓰지만 무게 중심은 대선에 가 있을 수 밖에 없다.

많은 도민들은 우리 지역 도지사가 대권후보의 지위에 올라 있을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여느 도지사보다 외부 특강을 더 다니고 도정이 일시적으로 소홀해지는 것까지 탓하지는 않는다. 대선주자로 뛰고 있는 동안 도청이 일시적으로 대선캠프 같은 역할을 하는 것도 현실적으론 불가피한 점이 있다. 그러나 이런 상태가 6년(현재)을 넘어 8년(재선)에 이르고, 12년(3선)까지 늘어나는 건 문제다.

안 지사의 ‘3선 가능’ 발언은 일단 레임덕을 막기 위한 ‘모호한 전략’으로 보이나, ‘3선 도전’이 현실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안 지사가 이번 대권 도전에 실패할 경우에도 과연 미련 없이 도청을 떠날 수 있을 것인가? 확신하기 어렵다. 어쩌면 본인도 장담할 수 없을 것이다.

보금자리 같은 따듯한 캠프에서 대권 승리 어려워

언제부턴가 지방자치단체를 대권의 발판으로 여기는 정치인들이 많아졌다. 이번 대선 후보군에도 자치단체장이 안 지사를 포함해 5~6명이나 된다. 정치인들이 시도지사 자리를 유용한 대선캠프로 여기는 한, 그 ‘보금자리’를 쉽게 떠날 수 없다. 보금자리에 안주하는 정치인이 성공하지 못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권을 잡을 수 있던 건 보금자리를 스스로 버렸기 때문이다.

한참 대권후보로 뛰고 있는 재선 도지사의 ‘3선 가능’ 발언은 엉뚱하지만 그 가능성을 완전히 부정하기도 힘들다. 대권엔 자신 없다는 말로도 들린다. 안 지사는 도지사로선 경험을 할 만큼 했다. 더 큰 정치를 하려면 중앙무대로 나가야 한다. 빠를수록 좋고, 충남 도정의 안정을 위해서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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