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창호의 허튼소리] 국회의원들은 뭐하고 있는가

지금으로부터 약 2500년 전 공자(孔子)가 살던 춘추시대에는 수많은 크고 작은 나라(제후국)들이 흥망성쇠를 거듭했을 것이다. 큰 나라라고 망하지 않고, 작은 나라라고 망하는 것도 아니었을 것이다.

공자의 제자 자공(子貢)이 어느 날 스승에게 “나라가 바로 서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하고 묻는다. 공자가 말씀한다. “첫째는 군사를 충분히 둬야하고, 둘째는 식량을 풍족히 해야 하며, 다음으로 백성들의 믿음을 얻어야 한다.”

자공이 다시 “그중에서 하나를 버려야 한다면 무엇을 먼저 버려야 합니까?”하고 묻자, 공자는 “군사다”라고 답한다. 자공이 “또 하나를 버려야 하면 어느 것을 버려야 합니까?”라고 하자, 공자는 “식량이라”고 한다. 공자는 또 “옛 부터 망하지 않은 나라는 없었다. 백성들의 믿음이 없으면 나라가 바로 서지를 못한다(自古皆有死 民無信不立)”고 가르친다.

지금 매우 어지러운 우리나라 현실을 보면서 공자의 말씀인 ‘무신불립’의 중요성을 새삼스레 깨닫게 된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몇 째 안가는 막강한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고, 쌀은 남아돌고 있다. 나라를 지탱함에 있어 군사력도 식량도 부족함이 없다. 그런데 왜 나라가 어지럽고 정권이 위태로운 지경인가? 이는 바로 정권이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서울 한복판에 26만 명인지, 100만 명인지 모를 남녀노소가 모여 촛불을 들고 정권 퇴진을 외친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현(現) 정권은 이를 가벼이 여길 일이 아니다. 하루빨리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는 수습책을 내놓아 국민들의 신뢰를 돌이켜야 한다. 호미나 삽으로 민심의 물길을 돌리려 하지 말고, 가래로 시원스레 터줘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정치권도 국민들로부터 불신을 받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국회와 국회의원들이 그렇다. 나라가 어지러우면 국민들의 대표기관인 국회와 국민의 대표인 300명이나 되는 국회의원들이 나서 국정을 안정시켜야 옳다.

그런데 지금 국회가 뭘 하는지 조차 알 수 없고, 국회의원들은 있는지 조차 모를 지경이다. 난국해결에 나서기는커녕 오히려 야당의원들은 지도부부터 시위대와 함께 촛불을 들고 있고, 여당의원들은 난파 직전의 배위에서 계파싸움질하기에 바쁜 모양새다. 이러니 국민들이 정치권에 신뢰를 보낼 수 있겠는가?

국회와 국회의원들은 국회 내에서 여·야가 밤샘토론을 하더라도 난국해결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 국회의 행태를 국민들이 주시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아야 한다. 지금은 국민들이 정권 잘못 꾸짖기에 나서고 있지만, 질책이 언제 여의도로 향할지 모른다. 국회와 정치권도 무신불립이다.
 
언론은 나침반 역할을 해야 한다. 난맥상의 국정 해결에 도움이 될 방향제시나 방안을 내놓는 역할은 하지 못하면서, 지엽말단적인 사실을 갖고 특종이니 단독보도니 하며 호들갑을 떨 일이 아니다. 쓸데없는 부추김은 언론이 할 일이 아니며, 상황을 더 나쁘게 할 뿐이다. 언론은 흥미위주의 보도를 자제해야 하며, 정론 직필함으로써 사회의 나침반이 돼야 한다. 언론도 무신불립이다.

나라가 어려울 때는 모두가 제 역할을 잘해야 한다. 특히, 주요 정치인들은 눈앞의 이익만 생각하지 말고 크게 멀리 봐야 한다. 국가 안위와 국민생활 안정을 먼저 살펴야 한다. 근시안을 갖고 욕심을 부려 시국을 더 어렵게 만들면 국민들이 걱정할 수밖에 없고, 국민신뢰를 잃게 될 것이다.

지금이라도 대통령과 국회가 나서서 난맥상의 국정을 풀었으면 좋겠다. 한발씩 서로 양보하면 좋겠다. 정치권에서 회자되는 대통령의 조기퇴임론도 나라를 먼저 안정시킨 후에 정치권이 정치적으로 푸는 게 좋을 것이다.
 
대통령의 갑작스런 퇴임은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다. 여·야 정치권은 이제라도 무거운 마음으로 난국을 수습해 국민들을 안심시켜야 한다. 시국이 답답해서 우민이 해본 허튼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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