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천절, 한글날은 몰라도 이날 만큼은 다들 쉽게 기억한다. 발렌타인 데이, 화이트 데이, 빼빼로 데이. 오늘이 바로 11월 11일 ‘빼빼로 데이’다.

▲이건용 부장(공주·부여·청양)
문화관광체육부 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37%가 한글날을 모른다고 하니 씁쓸한 대목이다. 그렇다면 11월 11일이 '농업인의 날'이라는 것을 아는 국민은 몇이나 될까?

농림축산식품부는 2006년부터 '농업인의 날'을 홍보하기 위해 우리의 주식인 쌀로 만든 가래떡을 나눠먹는 행사를 시작했다. 해서 이날을 '가래떡 데이‘라고도 한다.

농업농촌의 소중함을 국민에게 알리는 동시에 농업인들에게는 긍지와 자부심을 고취하자는 취지에서 법정기념일로 지정돼 있지만, 정작 출처 불분명의 지나친 상술로 인해 그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

더구나 요즘은 연이은 풍작에도 불구하고 쌀 값 하락과 소비 둔화로 재고량이 늘어나면서 농업인들의 어려움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마당이다. 우리의 어머니 아버지들이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으며 신음하고 있는데도 대기업의 상술에 장단을 맞추고 있으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이날 모 제과업체의 막대 과자는 1년 매출의 80%가량을 소진한다니 그들의 상술에 그저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그래도 이건 아니지 싶다. ‘빼빼로 데이’를 모르면 바보취급 당하는 세태 말이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빼빼로 데이’가 상품을 팔기 위한 마케팅 또는 상술로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하나쯤 사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분위기는 썩 유쾌하진 않다.

애초에 영남지방의 여학생들 사이에서 서로 날씬해지자는 의미에서 ‘빼빼로’를 주고받던 것이 전국으로 확산됐다니 이 또한 씁쓸하다. 날씬한 몸매가 자랑인 요즘이고, 성공의 조건에까지 꼽히는 요즘이니 누구를 탓할 일도 아니다.

연인끼리 사랑을 나누고, 친구끼리 우정을 나누고, 주위의 고마운 사람들에게 따뜻한 마음을 전한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막대과자 하나로 훈훈한 분위기가 만들어질 수 있다면 그 또한 좋은 일이다.

하지만 적어도 상술에 속아 돈을 쓸데없이 낭비하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서로 간에 따뜻한 정을 나누는 긍정의 사회 분위기가 정착될 수 있도록 업체의 노력과 소비자들의 똑똑한 소비가 필요해 보인다.

11월 11일은 '농업인의 날'이자, '지체장애인의 날', '보행자의 날'이라는 것도 잊지 말자. 그런 의미에서 신음하는 우리 이웃 농업농촌을 위해 막대과자보다 가래떡을 나누는 것이 더 의미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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